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 앞서 이창수 PD와 전현무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 앞서 이창수 PD와 전현무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갑질'은 이제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양각색의 불합리한 갑질 사례들이 등장한다. '갑질' 문화를 뿌리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갑'과 '을'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KBS 2TV 새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창수 PD와 조현아 CP, 방송인 전현무는 26일 오전 KBS여의도 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촬영장 분위기, 에피소드 등을 공개했다.

PD와 CP의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된 기획

오는 28일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방송될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아래 <사장님 귀>)는 대한민국 보스들의 갑질을 낱낱이 공개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돼 12.3%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고 이에 힘 입어 정규 편성에 안착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이연복 셰프, 심영순 요리연구원장, 현주엽 LG세이커스 프로농구 감독의 일상을 보여주고, 이들이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갑질' 행동에 대해 돌아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스튜디오에서는 전현무와 함께 가수 유노윤호, 개그우먼 김숙, 배우 김용건이 출연해 보스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사이다' 같은 직언을 날렸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서 조현아 CP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서 조현아 CP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KBS

 
이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조현아 CP와 이창수 PD간의 작은 에피소드에서부터였다. 조 CP는 "예전에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고기를 한 점씩 구워서 줬다. 이창수 PD가 내게 '팀장님은 사람을 은근히 불편하게 하는 게 있다'고 하더라. 그 이후 (이 PD가) 갑을간의 동상이몽에 관한 기획안을 가져왔다. 기획안에 나도 공감했고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갑'이라는 글자가 한자로 쓰여 있는 빨간색 상자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이창수 PD는 "파일럿 때부터 함께했던 '갑' 버튼이다. 위에 있는 사람들(상사)이 말할 때 끊기가 어렵지 않나. ('갑'이) 갑갑한 행동을 했을 때 끊고 얘기할 수 있는 발언권을 주는 박스다"라고 설명했다. 누르면 '삐리릭' 하는 효과음이 나는 박스에 전현무는 "되게 '올드'하다. 소리부터 KBS 감성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파일럿 방송 이후 박원순 시장의 전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서 이창수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서 이창수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당초 파일럿에서는 박원순 시장 편이 가장 화제를 모았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새벽부터 조깅에 나서는 장면에서, 다리 통증으로 괴롭지만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하는 비서관의 모습은 우리 사회 '미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방송 이후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창수 PD는 방송이 나간 후 박원순 시장의 전화를 받았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파일럿 방송이 나가고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박원순 시장이었다. '큰일났다. 방송 보고 화나신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재미있게 봤고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면 몰랐던 것들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관통했구나 싶어서 기뻤다. 

사실 박원순 시장님은 (이 프로그램에서) 희생한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보스들이 대부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고사했다. 시장님을 만나 '시장님을 흉보려는 방송'이라고 기획의도를 얘기했더니, '재밌겠다. 나도 들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계속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너무 바쁘셔서 모시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변화된 모습에 대해 담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창수 PD는 박원순 시장이 워낙 많은 비판을 받았기에 이후 섭외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PD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많은 것을 이루고 난 뒤 자신을 돌아볼 의향이 있으신 보스들 위주로 섭외하고 있다. 이 분들은 어느 정도 흉을 듣더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의견을 듣고 싶어" 한다는 이유였다.

이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FC서울 최용수 감독, 국립발레단 강수진 감독을 섭외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 그렇게 혼내려고 출연 요청하는 게 아니니까 기회가 되신다면 열린 마음으로 섭외에 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서 전현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서 전현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이에 전현무는 출연을 망설이는 보스들에게 "차세대 리더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흉이 된다고 고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흉 잡힐까봐 안 나오는 것 자체가 '올드'한 것이다. 잘 소통하는 모습, 나아지는 모습을 담을 거니까 부담갖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추적 60분>처럼 사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출연해주시면 편집으로 잘 만들어 드리겠다"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해피선데이>의 빈 자리, 메울 수 있을까

한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정규 편성 시작부터 다소 부담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앞서 정준영의 불법촬영 유포 혐의로 <해피선데이-1박2일>이 제작을 잠정 중단했고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6시 20분으로 편성 변경되면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당초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간대였던 5시에 방송된다. KBS가 14년 만에 <해피선데이>라는 타이틀을 포기한 상황에서, <사장님 귀>는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전현무는 <해피선데이>만큼 시청률이 나올 수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MBC <무한도전>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들어갔다가 폭삭 망한 적이 있다. 잘 나가던 프로그램 뒤에 들어가는 것은 '독이 든 성배'다. 잘 해야 본전이다. 기존 <해피선데이> 시청률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주말 KBS가 강한 시간대니까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 제작진과 열심히 소통하고 시청자의 반응도 눈여겨 보겠다"고 다짐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 앞서 이창수 PD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발표회에 앞서 이창수 PD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이 PD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한국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놓았다. 

"시청률보다는 KBS의 참신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컸다. 지금까지의 예능과 어떤 점이 다른지에 대해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을 제일 처음에 기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오너들의 갑질 논란'이었다. 왜 아무리 많은 보도가 나와도 이 사람들은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게 보도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비난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능은 가능하다. 웃으면서 변화를 체득하지 않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가 육아를 직접 하게끔 변화를 만들었듯이, <사장님 귀>가 우리 조직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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