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승인 받았던 제주 녹지 국제 병원에 대한 허가가 취소되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7일 "녹지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전 청문' 이후 청문 주재자가 제출한 청문조서와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의료법 제64조에 따라 녹지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사실 녹지병원은 허가 당시부터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2월 5일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 권고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의 설립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영리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던 차에 지난 23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영리병원, 의료비 폭등 시나리오'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국 의료비 문제와 함께 영리병원이 가져올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4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영리병원, 의료비 폭등 시나리오'편을 취재한 박진준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 병원비 현실, 정말 놀라웠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박진준 기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박진준 기자ⓒ MBC


- 22일 방송된 <스트레이트> '영리병원, 의료비 폭등 시나리오'를 취재하셨잖아요.  기자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이트> 첫 보도인데 소회가 어떤가요?
"보도국 밖에서 취재와 보도 하는 건 처음이에요. <뉴스데스크>에 보도하는 뉴스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취재 역량을 짜내서 제작해야 한다면 이곳(<스트레이트>)은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어야 하는 구조고 15분 이상 만들어야 하니 구성이나 글쓰기는 어려웠죠. 주제를 뭘 선정해야 하는지도 고민 깊었고요. 그러나 선배들의 많은 조언과 도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무사히 첫 번째 방송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전엔 탐사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탐사보도는 중요한 부분이고 특히 보도엔 없어서는 안 되는 분야기는 하죠. 왜냐면 데일리 뉴스에서는 보도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잖아요. 그러나 탐사보도는 긴 시간 동안 한 주제에 대해 취재하고 만들 수 있는 구조죠.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 방송시간이 20분이었는데 안 짧았어요?
"취재한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었어요. 그러나 결국 영리병원 도입하려는 세력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런 게 도입되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에 대해 그동안 이야기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보도와 조명한 건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어진 시간에 핵심은 잘 짚었고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의료비 폭등 아이템은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나요?
"3월 초쯤 제주도에서 녹지병원 허가 취소에 들어간다는 발표를 내놨잖아요. 그런 뉴스를 접하면서 관심은 있었죠. 마침 부서를 옮겼을 때 쯤 무슨 아이템을 할지 고민했죠. 이게 단순히 제주도 문제가 아니라, 이걸 도입하게 되면 그 뒤 이야기들이 있을 거란 선배의 귀띔이 있었죠. 그래서 관심을 갖고 취재했죠."

- 초반에 미국 의료비에 나오잖아요. 실제라고 하기엔 놀라운 상황이던데.
"저도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때, 미국 의료비는 정말 그럴까란 의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면서 많은 자료를 보다보니 미국 병원비의 현실은 정말 놀랍고 무섭다는 걸 깨닫게 됐죠. 특히 저희 인터뷰를 도와주셨던 분들 있잖아요. 미국의 하워드 웨이츠킨 교수(뉴멕시코대 석좌교수)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니 미국의 일반 시민들도 의료비 때문에 고통이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책이나 각종 논문에도 의료비를 폭탄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정말 많더라고요. 기사에도 썼지만 파산하는 가정 60%는 의료비 때문이라 할 정도로 미국 의료비 수준은 심각합니다."
 
 2019년 4월 23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영리병원, 의료비 폭등 시나리오'편 중 한 장면

2019년 4월 23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영리병원, 의료비 폭등 시나리오'편 중 한 장면ⓒ MBC

 
- 우리 입장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왜 그런 건가요?
"왜 그런가 봤더니 보험 때문에 그런 거더라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을 가입하잖아요. 그 보험을 바탕으로 병원비를 내게 되는데 우리는 주사 한 대 맞고 만 원 안쪽으로 내잖아요. 그러나 미국인들은 다 그런 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자신이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비싼 보험 들어야 해요. 보통 일반 가정에서 괜찮은 보장을 받으려면 1인당 한달에 30만 원 정도 내야한다더라고요. 그것도 하워드 웨이츠킨 박사를 만나며 알게 된 사실이에요. 그런 보험이 없는 사람이 태반이라 그런 사람이 병원에 가면 병원비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죠. 

미국에 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에요. 미국엔 우리나라 같은 건강보험이 없기 때문에, 미국인들도 의료비 폭탄에 고통받고 있다는 거예요. 한 예로 어떤 할머니는 치과에 가서 치아 2개 뽑는 데 800만 원이 들었다고 해요. 그만큼 의료비 폭탄을 맞을 우려가 높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병원 운영 경험 없는 녹지그룹에 병원 권유... 이상해"     

- 제주도 녹지 병원에 대해 취재하셨어요. 제주도 측은 녹지병원에 관광 온 외국인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했다고 했어요. 외국인은 당연히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가입이 안 되어 있을 테고, 보험이 안 되면 병원비가 올라가잖아요. 그럼 굳이 영리병원 아니라도 병원비 높게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외국인은 어느 병원에 가도 진료비가 많이 나온다는 게 우리가 아는 사실이잖아요. 제주도는 당초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관광과 의료를 하나로 묶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획을 한 것으로 추정되죠. 그럼 외국인만 진료를 하라는 게 이해도 갑니다. 그런데 외국인만 진료하겠다고 해서 허가를 내줬는데 '우린 외국인만 할 생각 없고 이건 잘못된 거다'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면 이건 내·외국인 다 받을 수 있는 영리병원 하겠다는 얘기잖아요."

- 방송 보면 제주도 측이 녹지그룹을 설득해서 병원 허가 받도록 한 것 같은데.
"맞아요. 병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녹지그룹에게 병원 하라고 한 것도 이상해요. 저희 취재 결과 처음 병원에 대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제주도와 녹지 측이 사전의 합의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거든요. 병원 운영에 대한 이야기, 누굴 대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서로 이야기했다는 거죠. 하지만 마지막에 병원 개원을 놓고 벌어진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거죠."

- 녹지그룹은 부동산 회사고 의료와 아무 관계 없다던데.
"그러니까요. 부동산 회사고 병원 경험도 없는데 그걸 승인하고 허가해준 것 자체가 이상하고요. 또 허가를 받은 뒤에 자기들은 (내국인 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건 것에 대해) 수긍 못 하겠다고 소송하고... 이런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던 거죠. 그러니 시민은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요."

- 보건복지부가 녹지병원 승인한 건 2015년입니다. 그리고 제주도가 조건부 허가한 건 작년 12월이죠. 승인과 허가는 어떤 차이인가요?
"병원 하려면 의료법상 근거와 기준에 따라 승인과 허가를 내도록 되어 있는데요. 승인은 복지부 소관이에요. 승인을 받으면 다음 절차는 지자체인 제주도 권한이에요. 그럼 제주도는 이 병원이 승인 받을 때 제출했던 계획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최종적으로 허가를 내주는 거예요. 그게 법상 절차인 거죠. 그 과정도 계속 미뤄지다보니 2015년 승인 난 게 2018년 12월 허가까지 시간이 걸린 거죠."

- 그럼 승인 후 허가 안 날 수도 있나요?
"있습니다. 허가 안 해줄 수 있어요. 왜냐면 각 지자체가 허가권자잖아요. 승인 났다할지라도 허가권자가 저 병원 이상하고 병원으로서 준비 안 됐다고 판단되면 지자체장이 판단할 수 있어요. 허가 안 내주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제주도도 허가를 내주었다가 4월 중순 취소했잖아요. 그런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거죠."

- 지금 법적 쟁점은 무엇이죠?
"첫 번째 허가를 내준 게 조건부였잖아요? 그 조건부 허가를 녹지병원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행정소송 진행 중이고요. 그리고 제주도가 허가를 취소했잖아요? 아마 제가 듣기론 취소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녹지측에서 준비하는 걸로 알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병원 지으며 들어간 돈이 천 억은 된다고 해요. 천 억에 대한 손해배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취재하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만나셨던데.
"이건 박근혜 정부에서 승인이 난 사안이잖아요. 승인 내준 사람 추적하다보니 안 수석 메모에 나왔고 그러면 가서 물어봐야죠. 그리려고 찾았는데 처음엔 사람들이 놀라죠. 당황하기도 하고요. 안 수석에게 수첩 메모 보여주며 무슨 의미로 쓴 거냐고 물었어요. 그러나 모른대요. 문형표 장관 역시 갔더니 마침 아들 학원 보내줘야 한다고 엄청 빨리 자리를 피하더라고요. 구체적인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그 당시 정책 결정 핵심이었잖아요. 안 물어볼 수 없었죠."

- 원희룡 제주 지사도 만나셨잖아요.
"원 지사에 어떻게 된 결정인지 사전 인터뷰해 달라고 했어요. 근데 당시 도의회 도정 질문 기간이라고 거기 집중하겠다고 피하더라고요. 취재진이 어려운 사안을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뺏는 것도 아닌데, 답을 안 하더라고요. 계속 도망다녔죠. 저희가 아침 출근 시간에 가서 기다렸거든요. 그러나 안 오고 도의회 간다길래 거기 가서도 기다렸는데... 요리조리 피해 다녔죠. 결국 도의회 도중 쉬는 시간 만난 건데 대답 안 하고 피하더라고요."

- 녹지병원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거 같아요. 그럼 현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운가요?
"결국 제주도 영리병원 허가와 취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송은 현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됐잖아요. 소송에서 진다면 소송 비용은 시민들 세금으로 나가는 거죠. 그리고 소송이 진행되면, 중국 회사와 투자 관계의 문제기 때문에 녹지그룹 측이 국가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여기 들어가는 세금이나 비용이 막대하니까 현 정부 입장에선 자유로울 수 없겠죠. 정부가 개입하고 정부라고 할 수 있는 JDC가 제주 국제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거라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해결 해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의료시스템 선진화? 결국 원하는 건 의료민영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박진준 기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박진준 기자ⓒ MBC


- 방송에서 삼성 이야기도 나오던데 어떻게 연결되나요?
"방송 보셔서 아시겠지만 삼성에서 의료 민영화나 의료 선진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한두 해가 아니더라고요. 특히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관련 보고서를 수차례 내놨는데 그 보고서들이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현실화됐다는 게 의미 있었다는 거죠.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제일 중요한 과제가 의료 민영화거든요. 이건 박근혜 정부에서 현실화했거든요. 그런 걸 보면 결국 대기업이 주장했던 논리와 이야기가 결국 실현되고 관철된 거 아니냐고 얼마든지 의심할 수 있는 거죠."

- 취재하시며 느끼는 게 있었을 것 같은데.
"취재하며 단순히 영리병원 도입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았고요. 대기업 등에서는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국내 의료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을 해왔습니다. 특히 의료 시스템 선진화라는 프레임을 내세우지만 결국 원하는 건 의료 민영화가 핵심이죠.

결국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험 체제가 흔들릴 수 있고 체제가 흔들리면 사보험 시장이 확대될 거예요. 이런 부분이 확대되면 서민들의 건강권, 의료 서비스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인 만큼 지속적으로 관심 가지고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 시청자에게 주려고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의료민영화는 선진 의료 도입이 아니라, 보험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고... 그러면 당장 병원가는 문제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스트레이트> 와서 첫 보도였는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주제, 아니면 우리가 꼭 알아야할 주제에 대해 깊이 있고 성실하게 취재해서 시청자분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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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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