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NEW


'하균신(神)'. 신하균의 연기를 사랑하는 팬들이 붙여준 수식어다. 신씨 성을 그저 이름 뒤로 옮겨다 놓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그가 작품마다 보여준 신들린 듯한 연기력에 대한 찬사와 애정이 담겨있기도 하다.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인터뷰. 신하균에게 '하균신'이라는 수식어를 꺼내자, 그는 "제발 그렇지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여전히 부족하고 단점도 많은데, 너무 과한 칭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역시 하균신'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1996년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만나 '강력접착제'로 불릴 정도로 붙어 다니던 지체 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씨의 실화를 기반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신하균이 연기한 세하는 최승규씨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세하는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어릴 때 무등에서 떨어져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다. 건강한 몸을 가졌지만 5살 어린 아이의 지능을 가진 동구(이광수 분)의 도움 없이는 밥 한 숟가락 입에 떠 넣을 수 없다. 

특별할 것 없는 장애인 캐릭터, 그래서 좋았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 NEW


이런 세하의 핸디캡은 신하균에게도 많은 제약을 줄 수밖에 없었다. 명석한 두뇌와 입담을 가진 세하는 말이 많다. 현명하지만 곧잘 흥분하고, 때론 능글맞고, 시니컬하기도한 세하는 감정 변화가 많은 인물. 신하균은 이런 세하를 오로지 얼굴 표정과 대사, 눈빛만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감정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팔과 어깨가 굳어지기도 하고, 목소리가 커지면 가슴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제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니 이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을지,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야기가 무리 없이 흘러갈 수 있을 정도로는 표현된 것 같아요. 다행이었죠." 

지체 장애인 세하와 지적 장애인 동구.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두 장애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 <형> 등 장애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특별한 형제>가 그리는 둘의 모습은 조금 특별하다.

영화는 세하와 동구가 가진 장애에 주목하거나, 이를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냥 선하지도 않고, 마냥 안타깝거나, 마냥 슬프지 않다. 비장애인 조력자의 도움 없이도, 각자가 가진 것으로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평범한 일상을 유쾌하게 산다. 신하균이 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부분도,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 

"몸이 불편하다는 것 외에는 다르지 않게 보이도록 연기했어요. 영화의 모델이 되신 두 분이 그렇게 살고 계시고, 장애인은 뭔가 다를 거라는 편견은 바뀌어야 하는 거니까요. 세하와 동구는 특별히 동정심을 유발한다든지,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든지 하는 캐릭터가 아녜요. 관객분들이 세하와 동구를 안타깝게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영화에 나오는 '내버려 두면 잘 살 수 있다'는 대사처럼, 격리할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고, 다르게 볼 것도 없이, 그냥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신하균도 놀라게한 이광수의 집중력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NEW

 
촬영 시작을 앞두고 육상효 감독은 배우들에게 "장애인을 표현한다고 일부러 무언가 하지 말자"고 했다. 장애인을 다룬다고 해서 어떤 설정을 넣는다든지, 특별한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외적인 부분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면서 말이다. 신하균이 이 작품에 끌린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고, 메시지에 공감한다 해도, 비장애인인 배우가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암만 연기력과 공감 능력이 출중한 배우라도 장애인의 고충을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자칫 과장되게 표현할 경우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우에게도, 감독에게도, 조심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신하균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다. 하지만 그 부담은 자신보다는 지적 장애인을 표현해야 하는 이광수가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세하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똑같이 사고하고 말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부담은 저보다는 광수씨가 클 수밖에 없죠. 그런데 현장에서 모니터 보면서 굉장히 놀랐어요. 코믹함을 잘 살리면서 감정에도 충실하고, 과도한 설정 없이도 동구를 잘 표현했더라고요. 

집중력이 좋은 배우라, 현장에서는 이광수보다 동구 그 자체로 느껴질 때가 많았죠. 그게 제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줬어요. '배우 이광수'보다 예능 프로그램 속 이광수를 더 잘 인식하시는 분들이라도, 이번 영화를 보시면 달라지실 거예요." 


데뷔 20년, 신이 된 사나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NEW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한 신하균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긴 시간 동안 그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하지만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적은 없다"고 했다. 그 사이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흥행 성적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때도 많았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평가가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사극부터 SF까지, 온갖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었지만 신하균의 연기에는 늘 찬사가 쏟아졌다. 그가 그토록 난감해하던 '하균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진짜 이유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수식어"라며 말을 이었다.  

"그냥 매번 똑같이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오래 했건, 적게 했건, 우리 모두에게 이 작품, 이 캐릭터는 처음인 거잖아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제게도 첫 작품이고, 광수씨에게도 첫 작품인 거예요. 동등한 입장에서 작품에 임하는 거지, 선배라고 제가 뭘 더 알거나 하는 것도 없어요. 연기는 현장 컨디션이나 상대의 감정, 변화, 감독님의 디렉션을 모두 흡수해야 하는 거지,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 인물이 어떤 인물로 그려질지는 마지막 촬영 날까지 가봐야 알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두렵고 겁나는 마음으로 연기해요."       

"연기, 늘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한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NEW


신하균은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늘 어렵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마다 어떤 사람일까 탐구하는 과정이 설레지만, 막상 연기를 시작하면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너무 커 연기의 즐거움을 느낄 새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보람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연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저는 제가 재밌으려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재미를 드리기 위해 연기해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할 때도 이 이야기가 어떤 재미가 있는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던질만한 메시지나 감동이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죠. 캐릭터는 그 다음이에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재미를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돌진하는 느낌은 좋아요. 연기는 고통스럽지만 여기서 오는 보람이 너무 크기 때문에 연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배우 신하균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는지 물었다. 그의 답은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신하균은 중요하지 않다고. 신하균에 대한 생각보다는 세하와 동구에 대한 생각을 안고 극장을 나섰으면 한다고 했다. 질문을 바꿔, 신하균에게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장애인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해준 영화고, 배우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든 작품이에요. 좋은 사람들을 얻게 됐고, 덕분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 많은 이들이 땀을 흘렸는데, 언젠가 열어볼 좋은 선물 하나를 받은 느낌이에요. 이 일이 좋은 게, 작품마다 추억이 담긴다는 거거든요. 쑥스러워서 제가 출연한 작품들을 웬만하면 다시 보진 않는데,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은퇴한 뒤에 하나씩 열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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