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상대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고 상대팀에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 수비를 잘해야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축구, 농구, 야구 등 모든 종목에 통용할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관전하든 직접 해보는 누구나 느끼는 점이라면, 점수를 내고 싶다고 해서 쉽게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점수를 안 주고 싶어 혼신의 힘을 다해 수비를 해도 어쩔 수 없이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올 시즌 바뀐 공인구로 시작한 프로야구도 우천으로 인한 순연까지 고려한다면 벌써 23~26경기를 팀별로 소화했다. 초반이지만 생각보다 LG가 중상위권에서 잘 버텨주고 있다. 사실 LG는 상위권보다는 5위는 노릴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아온 것. 어쨌든 투타 조화가 어느 정도 맞물리면서 팬들에게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하루하루 하이라이트는 보는 날이 많아지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걱정했던 방패는 일단 합격점
 
차우찬 '3연승 가자' 2019년 4월 18일 창원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경기. LG 선발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 차우찬 '3연승 가자' 2019년 4월 18일 창원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경기. LG 선발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단 LG가 중상위권에서 버텨주고 있는 이유는 우선 투수진. 윌슨-켈리-차우찬으로 이어지는 1-2-3선발이 자기 역할을 상당히 잘 해주고 있다. 중간 투수들도 상당히 좋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정우영, 이우찬 선수가 선전해주고 있고 고우석 선수도 중간에서 나름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얼마 전 패전 처리로 활약했던 심수창 선수도 고무적이다. 비록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 빠져 있지만 마무리 정찬헌 투수도 마무리를 잘 해주고 있다. 다만 나머지 팀에 비해 소화한 이닝이 많은 것이 흠이다. 초반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아도 7, 8월 순위 싸움에서는 체력 문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아래 투수 관련 지표를 잘 살펴보면 LG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유일하게 3점대 미만이다. 좀 더 고무적인 것이 있다면 피안타가 적다는 점이다. 공인구의 변경으로 인해 장타가 줄어버리면 2루타를 중심으로 한 연타를 안 맞아야 하는데 LG의 투수진은 이를 충실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2019년 4월 21일 마감 기준 LG의 투수지표 LG의 투수지표. 전체적으로 1-2-3 선발을 중심으로 탄탄한 방패를 구축했다.

▲ 2019년 4월 21일 마감 기준 LG의 투수지표 LG의 투수지표. 전체적으로 1-2-3 선발을 중심으로 탄탄한 방패를 구축했다. ⓒ 장정환

 
수비는 내야를 주목해 보자. 기록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내야 안타다. LG의 내야 안타 허용은 현재 타 팀보다 낮은 편이다. 그리고 병살타 처리가 나머지 9개 구단에 비해 확실히 매끄럽다. 이는 투수들이 필요 없는 볼을 던지게 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비 이닝 소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 확실히 LG의 방패는 타 팀과 여러모로 비교 해 보아도 뒤처지지 않거나 오히려 월등하게 좋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보여주고 있다.
 
2019년 4월 21일 마감기준 내야수비지표 LG의 내야수비 기록. 타구 처리율과 병살 처리율을 잘 살펴보자.

▲ 2019년 4월 21일 마감기준 내야수비지표 LG의 내야수비 기록. 타구 처리율과 병살 처리율을 잘 살펴보자. ⓒ 장정환

 
지난해 시즌 LG의 내야수가 기록한 전체 실책 숫자는 81개로 최다 실책 2위였다. (1위 롯데 83개) 반대로 두산은 51개로 최소 실책 1위였다. 류중일 감독이 수비와 주루를 중요시하는 감독임을 감안하였을 때 지난해 시즌보다 훨씬 편안하게 팀을 운영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조셉은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낼까

이번에는 공격력을 살펴보자. LG가 시즌 초 순항하고 있지만 '옥에 티'를 지적하자면 바로 공격력이다. 특히 장타력은 최근 2년간 잔혹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득점. 현재 리그 최하위다. 경기당 4점 정도를 야수들이 내 주고 있다는 것. LG의 총 실점까지 감안하면 득실이 거의 '0'이다.
 
2019년 4월 21일 마감기준 팀 별 공격력 LG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감안해 보았을 때 공격력이 너무 떨어진다

▲ 2019년 4월 21일 마감기준 팀 별 공격력 LG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감안해 보았을 때 공격력이 너무 떨어진다 ⓒ 장정환

 
게다가 2017년, 2018년 모두 막판에 팀의 경쟁 동력을 잃어버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외국인 선수였다. 히메네스-로니-가르시아 모두 끔찍했다. 아래의 표는 LG의 공격력이 전체적으로 하위권에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득점과 타점은 4월 21일 기준으로 리그 최하위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해 가르시아 때문에 시즌 내내 뒷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공격 지표는 너무나도 좋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이 발목을 잡아 결국 50경기에 출장에 그쳤다.
 
조셉 적시타 2019년 4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대 LG 경기.

5회말 2사 1, 3루 상황, LG 조셉이 적시타를 친 뒤 김호 코치와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

▲ 조셉 적시타 2019년 4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대 LG 경기. 5회말 2사 1, 3루 상황, LG 조셉이 적시타를 친 뒤 김호 코치와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담으로 지난 시즌 LG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라인업 교체를 단행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나 대체할 백업이 약한 팀의 사정을 드러낸 것. 그나마 버텨주었던 김현수마저 부상으로 이탈해 버리자 LG는 무너져버렸다. 때문에 조셉의 활약과 꾸준함이 절실한 LG다. 

박용택은 에이징 커브를 얼마나 이겨낼까

박용택은 선배 양준혁을 뛰어넘어 지난해 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그 이후 에이징 커브를 의심 받을 수 있는 현상을 드러내며 시즌을 마쳤다. 작년 시즌 김현수까지 라인업에서 사라지면서 노장이지만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채은성과 더불어 타선을 이끌어야 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 냉혹한 평가일 수 있다. 실제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했고 홈런도 15개로 2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박용택 선수의 통산성적 지난 시즌부터 에이징 커브를 의심받는 박용택의 통산 성적

▲ 박용택 선수의 통산성적 지난 시즌부터 에이징 커브를 의심받는 박용택의 통산 성적 ⓒ 장정환

 
문제는 삼진과 볼넷 비율. 볼넷 47 삼진 107개로 급격하게 수치가 변했다. 더군다나 삼진 107개는 그가 데뷔한 2002년 109개 이 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박용택 선수가 팀의 기나긴 암흑기 때문에 상대팀에 많은 견제를 받았음에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었다. 나름대로 괜찮은 선구안을 갖춘 것. 그런데 2002년 신인 시절 이후 삼진 숫자가 3자리가 나오지 않다가 지난해 시즌부터 나온 것을 감안한다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올 시즌 4월 21일 마감 기준으로 볼넷은 8개인데 삼진이 19개다. 물론 올 해 유난히 쌀쌀한 봄 날씨에 선수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의 성적이 에이징 커브의 징조가 있음을 의심 해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7시즌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아무튼 지금 LG는 약간 불안한 느낌이 있지만 순항 중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공격력을 예상보다 뛰어난 수비와 투수력을 앞세운 방패로 이겨 내가고 있다. 특히 시즌 초 작년에 15승을 헌납했던 두산과의 첫 더비를 2승 1패로 잘 넘겼고 NC와의 창원 3연전의 싹쓸이로 상승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고 자신감도 붙은 모양새다. 하지만 LG 선수들과 팬들이 최대한 시즌 끝까지 야구를 보고 하기를 원한다면 지금보다 더 탄탄한 공격력이 필요하다.

LG는 전통적으로 장타력에 의존해 점수를 내는 팀이 아니다. 역대 30홈런을 기록한 프랜차이즈 선수는 타격코치 이병규 하나였고 타 팀에는 다소 많이 나왔던 20홈런 이상의 장타자도 드문 팀이다. 그래서 드넓은 잠실 구장을 활용한 연속 안타, 중거리 안타(2루타, 3루타)를 이용해 루상의 주자들을 쉴 새 없이 뛰게 만들어 득점을 일궈내고 넓은 구장의 이점을 활용해 버티는 야구를 구사했다. 너무나도 오래 전 이야기지만 LG가 우승한 1990년 한국시리즈에서 LG는 단 한 개의 홈런을 기록하지 않고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연타와 주루플레이로 우승하였다. 그것이 LG의 전통적인 야구 스타일이었다. 

아무튼 LG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지금과 같이 탄탄한 수비와 투수력을 갖춘 방패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창의 힘도 갖춰야 시즌 중 어려움을 해쳐 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2017 시즌처럼 팀 방어율 1위를 기록하고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 하는 불상사를 맞이 할 수 있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일단 LG팬들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합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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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모든 기록은 스탯티즈 닷컴(WWW.STATIZ.COM)을 참고로 했다.
프로야구 LG트윈스 강력한방패 허약한창 방패만으로는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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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KID.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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