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MBC는 주말 <뉴스투데이> 앵커로 김지경, 장인수 기자를 발탁했다. 주목할 부분은 김지경 기자가 메인 앵커를 맡았다는 점이다. 보통 한국 뉴스 프로그램은 중년의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의 조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뉴스투데이>를 진행하는 김지경 앵커의 모습

<뉴스투데이>를 진행하는 김지경 앵커의 모습ⓒ MBC

 
김지경 앵커는 주중에는 정치부 기자로 주말에는 앵커로 활동하게 됐다. 앵커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초보 앵커의 적응기가 궁금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 커피숍에서 김 앵커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토요일 하루라도 전형적 앵커 구도 깨는 건 의미 있는 일"

- 지난 2월 9일부터 매주 토요일 <뉴스투데이>를 진행하시고 계시잖아요. 두 달이 지났는데 적응은 하셨어요?
"아직 10%도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동료들이 '안면 경직 왔냐'고 놀릴 정도거든요, 긴장 풀리면 표정도 자연스러워지고 앵커마다 특성이 드러난다고 들었는데 제 표정은 저 스스로 봐도 아직 딱딱하고 긴장된 것 같아요.

방송 기자이다 보니 카메라 앞에 설 일도 많고 지금도 현장에서 중계차를 타며 상황을 전하고 출연해서 앵커와 대담도 나누고 하는데, 앵커로서 카메라 앞에 서면 심리적인 부담이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가 방송하는 상황은 좀 더 안정적이긴 해요. 하지만 앵커는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다른 기자들과 편집자 등을 대표해 그 뉴스를 전하는 것이라서, 제가 잘못하면 그 사람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생방송이라 그런 건 아닐까요?
"중계차나 스튜디오 출연이나 다 생방송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저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뉴스를 만든 사람들과 시청자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부담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순간, 바로 실수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긴장을 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토요일 아침 프로그램이라 주중보다 부담이 적은 편 아닌가요?
'상대적으로 그나마 부담이 적은 편이죠. 주중 <뉴스투데이>보다는 시청률이 낮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내가 틀려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는 좀 진정시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보시더라고요. 특히 사내 시청률도 생각보다 높아서 도망갈 곳이 없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지경 MBC 주말 <뉴스투데이> 앵커

김지경 MBC 주말 <뉴스투데이> 앵커ⓒ 이영광

 
- 앵커는 처음 도전하시는 것 같은데요. 처음 앵커 제안이 왔을 때 어떠셨어요?
"정치팀 소속이라 그날도 정신없이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습니다. 정치팀에서는 정치인들이 한 말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한 일 중 하나예요. 그런데 갑자기 선배 한 명이 '지경아 파이팅'이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지, 내가 요즘 너무 힘들어 보였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팀장, 에디터 등 선배들이 전화했어요. 무슨 큰일이 났나 싶어서 전화를 받았더니 제가 앵커로 결정됐다는 얘기였어요. 제가 전에 앵커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제가 봐도 이례적이고 다른 사람이 봐도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아침 뉴스 담당하는 선배한테 잘못해서 괜히 망신만 당하고 나중에 보도국에서도 얼굴도 못 들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 여쭤봤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만약 하다가 그만두게 되면 원래부터 3개월만 시키려고 했다고 사람들한테 말해주겠다고 위로를 해주셨죠."

- 이전엔 앵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어요?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솔직히 제가 정말 앵커가 되고 싶다거나 앞으로 될 거라는 기대와 욕심은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 흔히 뉴스에서 남성이 매인 앵커를 맡는 경우가 많잖아요. 기자님의 경우 좀 다른데, 어떤가요?
"처음 앵커 리허설을 하러 갔을 때엔 전임 앵커들이 했던 대로 남자 기자한테 메인 앵커를 시켰었는데요. 제가 선배니 먼저 뉴스를 진행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그러라고 아침 뉴스 담당하는 선배가 말씀하셔서 제가 메인을 맡게 됐습니다.

메인 앵커를 맡으면 심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실무적으로도 속보를 전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 부담인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장년 남성 메인 앵커-젊은 여성 보조 앵커'의 전형적인 구도가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지적이 있잖아요. 비록 토요일 하루지만 그걸 깨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서 MBC는 선도적입니다. 주말 <뉴스데스크>도 김수진 선배가 단독으로 진행을 맡고 있고, <뉴스외전> 앵커 김혜성 기자도 있죠. 아마 지상파 방송국 중에서는 40대 여성 기자 앵커를 제일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인수 앵커와 호흡은 어떤가요?
"둘 다 앵커 초보라 아직 호흡을 말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장인수 기자 목소리가 높고 카랑카랑해서 아침 뉴스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모도 준수하고, 앵커 멘트도 이해하기 쉽게 잘 고치고 장점이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앵커로 진행하며 기자로서 배우는 점도 많다
 
 지난 2월 9일 방영된 MBC <뉴스투데이> 오프닝 장면

지난 2월 9일 방영된 MBC <뉴스투데이> 오프닝 장면ⓒ MBC

 
- 앵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뉴스데스크> 앵커들은 아침부터 편집회의에 들어가고 그날의 뉴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하지만, <뉴스투데이> 앵커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앵커 멘트를 통해 최대한 뉴스를 정확하고 친절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 듯합니다. 평소에는 정치 뉴스에 집중하지만, 뉴스를 진행하기 전날인 금요일만큼은 다른 뉴스를 다 챙겨보고, 다른 방송사 뉴스들도 보는 편입니다."

- 앵커 멘트를 준비하며 쓸 때 중점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동안은 기자 입장에서 내 기사의 앵커 멘트가 어떻게 나가는지를 봐왔잖아요. 그런데 사소한 사실 하나를 앵커가 잘못 말했을 때 오보가 되기도 하고 심하면 소송에 걸리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중요함을 알기 때문에 일단 신경 쓰는 건 사실에 부합하는지입니다. 그 다음이 맥락이고 얼마나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기자들은 계속 출입처에서 관련 상황을 봐 왔으니 당연히 맥락과 용어들을 알지만 그날 TV를 켜고 뉴스를 보는 시청자 입장은 그렇지 않죠. 그런 점을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 <뉴스투데이>는 새벽 시간인 오전 6시에 시작하잖아요. 그럼 출근은 언제 하나요?
"몰랐는데 앵커를 출근시켜주는 차가 있더라고요. 제가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는데 차를 보내준다고 하시길래, 괜찮다고 했더니 무조건 차를 보내게 되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유는 너무 이른 새벽이라 가끔 앵커가 일어나질 못해서 방송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요. 저는 차에 타는 시간이 새벽 3시 반쯤이고 4시 전에 회사에 도착합니다. 장인수 기자는 집이 멀어서 더 먼저 차에 탈 것 같고요. 그런데 그때 회사에 도착해도 시간이 부족해요. 아침이라 국제 뉴스나 사회 뉴스가 추가되는 것들도 있고, 분장 받는 시간도 있고 늘 시간이 빠듯합니다."

- 주중엔 정치부 기자로 취재하시잖아요. 각 역할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기자와 앵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기자로서 단점은 금요일 저녁 약속을 못 잡는 거예요. 그리고 주말 근무 빠지는 것에 대해 동료들에게 미안함이 있고요. 기자로서 장점이 많아요. 리포트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뉴스 흐름을 보는 눈이 생겨요. 또 하나는 보통 기자가 앵커 멘트를 쓰는데, 특히 아침용 뉴스 경우에는 앵커 멘트에 신경을 덜 쓰거든요. 그런데 정확히 써야겠다는 것도 알게 됐고 기자로서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기자를 같이 할 때 앵커로서의 장점은 현장에 있다 보니 최소한 정치 관련 뉴스는 정확한 소식을 알 수 있다는 점인 것 같고요. 단점은 일주일에 한 번 하잖아요. 계속하다 보면 방송 진행이 좀 더 빨리 몸에 익고 자연스러워진다던데 전 평일에는 완전히 잊고 있다가, 금요일 밤에 '아, 내일 뉴스 진행이 있었지' 하다 보니 1부에는 늘 얼음 같이 굳은 모습이다가 뒤로 갈수록 긴장이 차차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게 단점인 것 같아요."

지상파 뉴스에서 더욱 다양한 앵커 볼 수 있길

- 조간신문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던데요.
"아침 뉴스에서 가장 어려운 시간입니다(웃음). 왜냐면 사회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현상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새로운 용어나 숫자가 많이 나오거든요. 그날의 조간을 정리하는 것이다 보니 뉴스 시작 전에 정리가 끝나는 게 아니라 1부가 끝날 때쯤 원고가 들어 와요. 예독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중간에 코너가 있을 때 읽어봐야 하거든요. 자꾸 말이 틀릴까봐 긴장하게 되는 코너 중에 하나입니다."

- 때로 똑같은 기사가 2~3번 소개되는 것 같던데, 혹시 이유가 있나요?
"그건 아침뉴스 콘셉트와 관계 있는 것 같은데요. 아침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시청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 안 하고 (시간상) '1부 2부 3부 중 하나만 볼 거다'라는 생각으로 짜는 거예요. 그러나 최대한 새로운 뉴스로 바꾸려고 노력하기는 해요."
 
 김지경 MBC 주말 <뉴스투데이> 앵커

김지경 MBC 주말 <뉴스투데이> 앵커ⓒ 이영광

 
- 진행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말 실수는 많았던 것 같고요. 진행 중에도 추가로 확인할 게 있을 수 있어서 핸드폰 비행기 모드로 가지고 들어가긴 하거든요. 하루는 알람 6시 반으로 되어 있던 게 (방송 도중에) 울렸어요. 그때가 '신문 읽기' 코너 할 때였는데 다행히 장인수 기자 차례여서 알람은 바로 껐거든요. 얼굴은 사색이 됐죠. 끝난 다음 풀이 죽어 선배에게 시말서 써야 하는지 물었는데 모르는 거예요. 소리가 작았고, 신문 읽기 할 땐 방송에 음악이 나오잖아요. 다행이죠."

- 어떤 앵커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방향이 있나요?
"그건 너무 거창한 것 같고요. 일단 40대 여기자에게 이렇게 기회가 주어지는 일이 흔치 않은 상황이니, 앞으로 40대 여기자의 앵커 진출 길을 막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방송사 내부의 성차별적인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본적으로 구조적 문제 있는 게 사실이고 지상파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보수적이고 경직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다양한 모델이 앵커로서 뉴스를 전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거든요. 그게 남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장애인일 수도 있고 성소수자일 수도 있죠. 다양한 앵커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MBC가 예전엔 개혁을 이끌어가는 모델이었잖아요. 변화를 선도하는 방송사였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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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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