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예고편 중 한 장면

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예고편 중 한 장면ⓒ KBS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다큐 <시민의 탄생> 3부작이 지난 4~6일 KBS 1TV에서 방송되었다.

<시민의 탄생>은 근대 시민 출현의 연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는 다큐로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의 시민 출현 과정을 소설가 김탁환씨가 따라가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었다.

<시민의 탄생> 제작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어서 이 다큐를 연출한 정범수 PD를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국민'이자 '시민'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할 줄 알아야

-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시민의 탄생> 3부작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을 마친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방송 내용이 다소 어려웠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도 많을 뿐 아니라 여러 시대가 등장하고 러시아 혁명사처럼 우리 교과 과정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공화제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한 번의 다큐멘터리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방송이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의 한 부분을 만나게 해 준 새로운 경험이 되거나 첫 접촉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이 다큐를 보신 분들께서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어려운 내용들이 많지만 재연 등을 활용해서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신규식 선생님 얘기가 있어서 유익했다고도 하시고요. 프랑스 혁명은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러시아 혁명은 왠지 금기에 가까워 우리 역사 교과서에 몇 줄도 차지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는데 다루어서 좋았다는 애기를 들었어요."
 
 <시민의 탄생>을 연출한 정범수 KBS PD

<시민의 탄생>을 연출한 정범수 KBS PDⓒ 이영광

 
- 특별히 시민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100년을 맞이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찾던 중, 3.1 운동 후 그 힘을 모아 4월 11일 중국 상해에 세운 임시정부와 의정원에서 임시헌장 제 1조를 통해 '대한민국(民國)은 민주공화제임'을 천명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수천 년간 이어진 왕정국가의 '백성'들이 민주공화정을 수립하자고 외치는 '시민'들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저희 프로그램의 기획입니다.

사실 저 또한 이 프로그램을 맡기 전까지는 우리의 근대가 세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자조하며 무기력했던 시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도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의 열정이 넘쳐나던 때였음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힘이 표출된 것이 연인원 200만 명이 참가한 3.1운동이라는 거대하고 놀라운 물결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목숨을 걸고 그 속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은 독립을 외침은 물론이고 백성이 주인 되는 나라를 염원했던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0년 전 이 혁명적 사건을 통해 막 탄생한 시민들이 어떤 나라를 꿈꾸었는지, 오늘의 시민이 100년 전 그날의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시민과 국민의 차이는 뭐라고 보시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우리는 '시민'과 '국민' 중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에 대해 더 친숙함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국기에 대한 맹세 그리고 국민의 의무 같은 걸 학교에서 외웠잖아요. 그런데 취재하는 과정에서 새롭다면 새로운 것이 프랑스에 갔더니 프랑스에서도 외우는 게 있었어요. 그게 뭐냐면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초등학교 1학년 때 외워요. 거기에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공공선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내가 시민으로서 어떤 걸 누릴 수 있는지가 적혀 있어요. 그게 큰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시민의 권리(자유와 평등과 우애)를 이처럼 강조하는 데는 그것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많은 희생을 거쳐 쟁취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시민의 권리는 단순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가 스스로 의무를 만들고 지키려고 하는 겁니다. 각 민족과 국가마다 주어진 상황과 역사가 다르기에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가를 위해서 국민의 의무를 먼저 배우는 것과 시민의 권리가 무엇인지 먼저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국민'임과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 갈수록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공동체에 주어지는 많은 문제들, 예컨대 '난민 수용'이나 '사회적 다양성' 문제 등 국가라는 틀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관 신규식 선생, 민주공화국 열망했던 독립운동가
 
 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중 한 장면

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중 한 장면ⓒ KBS


- 어떻게 소설가 김탁환씨와 함께하게 되었나요?
"김탁환 작가님은 근대라는 공간 속에서 당시 민중들이 어떻게 자각하고 각성해 가는지에 대한 과정들을 늘 관심 있게 써오신 분이었기 때문에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에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고 참여를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작가님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아니라 동행 취재를 같이 하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프로그램 속에 적극적으로 녹여주신 공동제작진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시민의 탄생>의 주인공은 예관 신규식 선생 같아요. 임시정부라면 백범 김구 선생을 대부분 떠올릴 것 같은데, 예관 신규식 선생을 다룬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민주'와 '공화'주의에 대해서 누가 먼저 관심을 가졌는지 순서를 찾았어요. 사전 기획을 하면서 공부하던 중에 그간 놀랍도록 알려지지 않은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이 예관 신규식 선생님입니다. 그분의 이름을 제일 먼저 듣게 된 것은 중국의 신해혁명을 통해서였습니다. 세분화해서 보면 중국은 공산주의로 바로 간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청 왕조를 없애기 위한 공화 혁명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중국의 국부라고 불리는 쑨원 선생이 주도한 신해혁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신해혁명에 우리나라 독립지사가 참여한 기록이 있었던 겁니다. 굉장히 놀랐어요. 한두 분 정도가 참여한 기록이 발견되는데 그 중 한 분이 신규식 선생님이에요.
 
 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중 한 장면

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중 한 장면ⓒ KBS

 
중국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혁명에 참여하고 비밀 결사 단체인 동제사를 만드는데, 이 모든 게 다 임시정부 초석을 다지게 되는 일들입니다. 신규식 선생님은 중국의 공화혁명을 도와서 성공하면 식민지 상태에 놓인 조선도 민주공화국으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오늘날 자유로운 우리들은 분명 신규식 선생님처럼 민주공화국을 열망했던 여러 선각자분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특히 신규식 선생님은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는 않고 늘 죽기를 각오하고 살았던 분이라서 거기서 영달을 구하거나 이름 남기려고 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임시 정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아무 자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으셨어요. 민주와 공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새롭게 독립운동의 여정을 살펴보는 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되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 이게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특집이잖아요. 그런데 중국, 러시아, 프랑스의 이야기를 끌어온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왕정국가의 백성에서 시민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특별히 러시아라서 발생한 것은 아니고 한국이라서 안 일어날 일은 아니었겠지요. 저희 프로그램에서 우리 민족 내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된 신분제 사회의 몰락 등 여러 변화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민주 공화제가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신해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 우리는 해외에서 독립 투쟁하는 상태였잖아요. 국내에선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신규식 선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해외로 망명했죠. 그들이 해외에 체류하며 외국의 변화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우리의 민주공화제의 연원을 밝히면서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해외의 사상과 사건에 대해 인과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프랑스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 않나요?
"근대에 태동한 '시민'이 왕의 '백성'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혁명이 크고 작게 있었습니다만 인류사에서 본격적으로 혁명을 통해서 왕을 끌어내리고 시민이 출현한 사건으로 프랑스혁명을 꼽고 있습니다.

중국 신해혁명을 일으킨 쑨원에게 그리고 러시아 혁명을 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끼친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도 바로 프랑스 혁명이었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독립 후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우리 독립 운동지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중 한 장면

KBS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3부작 <시민의 탄생> 중 한 장면ⓒ KBS

 
- 민족자결주의는 미국 윌슨 대통령이 말한 것으로 배우고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다큐에 보면 처음 말한 건 윌슨 대통령이 아닌 레닌이네요?
"제 또래 교육 받은 사람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밖에 배우지 못했죠. 레닌은 약간 금기어잖아요. 그러나 저희가 러시아의 국립문서 보관소 등에서 직접 자료를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레닌이 10월 혁명 성공하자마자 법안으로 내놓은 게 <러시아 인민 권리 선언>이에요. 거기 보면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이 독립 등의 권리를 요구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핀란드는 그 선언에 의거해서 독립하게 되고요. 레닌은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나 패전국 가릴 것 없이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민족들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레닌이 사회주의 러시아와 체제경쟁을 하는 다른 제국들, 특히 승전국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런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이 있지만 독립을 요구하는 식민지국가들에게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열린 파리 강화 회의에서 민족자결주의를 본격적으로 이슈화시켰던 것은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승전국이었기에 그 당시 훨씬 입김이 셌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민족자결주의는 패전국의 식민지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승전국에 포함된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의 문제는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나 미국의 민족자결주의가 당시 상황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독립이 곧 정의라는 확실한 인식과 용기를 우리에게 준 것은 분명해 보이기에 두 가지 민족자결주의를 공히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3부작이 시간 흐름 순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중복되는 내용도 있는 것 같던데요.
"1, 2, 3부 다 관심 가지고 보시는 분 입장에서는 중복되는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어려운 내용들이 있고 프로그램이 시공을 넘나들다 보니 보통의 스타일과 다르게 만들었어요. 보통은 하나의 이야기를 다 풀고 넘어가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시대 다른 나라의 인물들 사이를 넘나드는 교차편집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설명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1부에서는 전체적인 개요를 보여줬다면 2부에서는 주요인물을 중심으로 좀 더 심화된 이야기를 했었죠. 혁명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각성하고 혁명을 도모하게 되는지 그 시대에 관한 분위기를 좀 더 자세하게 풀어내다 보니 앞선 편에서 나왔던 얘기가 다시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 <시민의 탄생>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프로그램을 대하기 전까지는 우리의 민주공화제는 해방 이후, 단순하게 미국식 제도를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취재를 해 나가면서 우리의 민주공화제가 훨씬 더 깊고 오래된 연원을 가지고 있고, 선조들의 깊은 고민과 많은 희생, 그리고 투쟁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돌아보면 얼마 전까지도 격랑 속에서 힘들게 지켜온 민주와 공화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쯤 돌아보면서 제대로 연원을 살펴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온 시민들을 기리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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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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