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보> 영화 포스터

▲ <덤보>영화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1919년. 1차 세계대전에서 한쪽 팔을 잃은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콜린 파렐 분)가 딸 밀리(니코 파커 분)와 아들 조(핀리 호빈스 분)가 있는 서커스단 '메디치 서커스'로 돌아온다. 단장 메디치(대니 드비트 분)는 망해가는 서커스단을 살리기 위해 거금을 주고 새끼를 밴 어미 코끼리 '점보'를 산다. 메디치는 태어날 아기 코끼리가 수많은 관객을 몰고 올 것이라 믿었지만, 몸보다 커다란 귀를 가진 우스꽝스러운 코끼리 '덤보'가 태어나자 실망한다.

단장이 점보를 팔아버리자 엄마를 잃은 덤보는 실의에 빠진다. 덤보를 돌보던 밀리와 조는 우연히 덤보가 큰 귀로 하늘을 날 수 능력이 있음을 발견한다. 하늘을 나는 코끼리 덤보는 서커스단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소문을 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물 반데비어(마이클 키튼 분)가 접근한다. 반데비어는 자신이 세운 거대한 테마파크 '드림랜드'에서 덤보가 뛰어난 공중 곡예사 콜레트(에바 그린 분)와 짝을 이루는 쇼를 계획한다. 메디치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밀리와 조는 서커스단이 돈을 벌면 덤보가 다시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덤보> 영화의 한 장면

▲ <덤보>영화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941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덤보>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노키오> <판타지아>에 이어 4번째로 선보인 작품이다. 월트 디즈니는 헬렌 애버슨과 헤롤드 퍼가 쓴 <덤보 더 플라잉 엘리펀트>의 저작권을 사서 책을 만들어 대성공을 이루었다.

디즈니는 책을 토대로 65분짜리 애니메이션 <덤보>를 내놓아 흥행에 성공한다. 영화는 칸 영화제 애니메이션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프랭크 처칠, 올리버 월레스, 네드 워싱턴이 작업한 사운드트랙은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했다. 여전히 <덤보>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선정될 정도로 사랑을 받으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덤보>는 애니메이션 <덤보>를 실사로 옮긴 작품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덤보>는 실사로 만들기엔 문제가 많았다. 첫째, 이야기의 분량이 너무 짧다. 당시 재정이 좋지 않았던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덤보>의 러닝 타임을 짧게 만들어 제작비를 줄였다. 둘째, 애니메이션 <덤보>는 디즈니 작품 중에서 손꼽으리만치 내용이 어둡다. 생김새가 달라 따돌림을 당하는 덤보는 인종차별, 장애에 대한 편견, 아동학대를 은유한다. 셋째, 하늘을 나는 코끼리 덤보는 그야말로 환상 속의 존재다. 이것을 현실의 톤으로 바꾸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귀가 엄청나게 크다.
 
<덤보> 영화의 한 장면

▲ <덤보>영화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사 영화 <덤보>는 원작의 설정을 쓰되 대부분 내용은 새로이 썼다. 애니메이션 <덤보>가 '덤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실사 영화 <덤보>는 '인간'을 전개의 중심에 놓는다. 원작에서 가져온 하늘을 나는 아기 코끼리는 서커스단에 얽힌 사람들, 가족의 이야기, 쇼 비즈니스 산업의 어두움 등이 더해지며 이야기는 크게 확장되었다. 팀 버튼 감독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취급받는 서커스단의 사람들이 모여 특별한 가족의 일원이 되는 이야기가 바로 <덤보>"라고 소개한다.

원작이 보여준 덤보의 '다름'과 해체된 '가족'은 실사 영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덤보의 귀가 남보다 컸던 것처럼 홀트에겐 한쪽 팔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보여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덤보가 엄마 점보와 이별하며 가족이 해체되었다. 홀트는 아내의 죽음으로 아이들과 소원해졌다. 그는 밀리와 조와 다시 친해지고 싶지만, 쉽지 않을 따름이다.

실사 영화 <덤보>는 1919년이란 구체적인 시간대를 갖는다. 경제 불황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합병, 팽배하는 물질만능주의는 그 시기의 쇼 비지니스 산업을 보여줌과 동시에 현재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은유의 목소리다. 다양한 인종이 모인 메디치 서커스단은 소수자와 약자를 그리고 있다.
 
<덤보> 영화의 한 장면

▲ <덤보>영화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사 영화 <덤보>는 애니메이션 <덤보>가 점보 등 동물을 통해 보여준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을 인간의 삶으로 보여준다. 홀트가 장애를 극복하고 아버지가 아이들과 화해하며 메디치 서커스단이 연대하는 모습은 아기 코끼리 덤보의 하늘을 나는 장면이 품은 편견과 한계를 깨는 상징성과 맞닿는다. 각본을 맡은 에런 크러거는 "우리는 그게 무엇이든 결점을 조금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덤보>에 공감하게 된다. <덤보>는 우리에게 이런 결점들이 가끔은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은 건 CG 캐릭터 '덤보'가 섬세한 감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CG를 통해 만들어진 덤보는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과 표정, 그리고 몸짓으로 풍부한 감정을 표현한다. 영화사에 빛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현실로 불러들여 생명력을 불어넣은 기술력은 실로 대단하다. 2D 애니메이션 속 '덤보'와 실사 영화 속 '덤보'의 균형을 찾은 점도 놀랍다. 실사 영화 <덤보>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덤보이자 현실감이 넘치는 새로운 덤보인 것이다.
 
<덤보> 영화의 한 장면

▲ <덤보>영화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사 영화 <덤보>는 해외에서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리메이크"라는 평을 다수 받았다. 시각효과는 좋으나 내용은 빈약하다는 소리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실사 영화 <덤보>는 애니메이션 <덤보>의 정수를 가져와 가족의 이야기로 꾸미는 가운데 지금 사회와 조응하는 차별과 연대를 덧붙였다. 소외된 사람들과 아웃사이더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담았던 팀 버튼 감독의 작가적 시선도 살아있다.

남들과 다르게 태어나 배척당하는 '덤보'는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의 에드워드(조니 뎁 분)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가위손>의 다른 판본인 셈이다. <배트맨 리턴즈>의 선악 구도를 맞바꾼 마이클 키튼과 대니 드비트를 보고 "<배트맨 리턴즈> 뒤집기"란 해석을 내놓은 평자도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실사 영화 <덤보>가 디즈니를 향한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팀 버튼은 <덤보>를 통해 디즈니에게 존경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극 중 드림랜드와 합병 후 인력을 마구 자르는 반데비어를 통하여 현실의 탐욕스러운 디즈니 행보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위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분명 놀라운 자기비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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