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뱅커>의 한 장면

<더 뱅커>의 한 장면ⓒ MBC

 
"이건 채용 비리야. 자네들의 친구나 형제, 동생들이 아무런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자리를 박탈 당했고, 우리가 지금 되도록 빨리 그 잘못을 되돌려 놔야 해."

지금까지 이런 감사(監査)는 없었다! MBC 드라마 <더 뱅커>의 노대호(김상중)가 대한은행의 감사로 선임되고 난 후부터 가시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노대호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성격답게 앞장 서서 은행 내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그 대상은 육관식 부행장(안내상)이나 도정자 전무(서이숙)라는 이름의 특정 인물(및 세력)이지만, 어쩌면 그가 맞서고 있는 건 '비정상'을 묵인하는 시스템과 오히려 그에 동조하는 조직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11일 방송된 <더 뱅커> 11, 12화의 화두는 '채용 비리'였다. 인사부의 김 부장은 노대호를 찾아가 "신입사원 채용에 비리가 있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그 근거로 인사부장인 자신이 최종 면접에서 배제됐고, 필기 시험 커트라인도 갑자기 조정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노대호는 단호하고 신속했다. 감사부의 모든 역량을 채용 비리 건에 집중시켰고, 최종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체검사를 잠정 중단시킬 것을 요청했다. 

조사가 진행되자 비리는 금세 파악됐다. 그러자 신상철 의원에게 청탁을 받고 채용 비리를 주도했던 도정자 전무는 속이 타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도 전무는 감사실을 찾아가 행패를 부린다. 눈도 꿈쩍하지 않는 노대호를 향해 도 전무는 항변한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이건 훗날을 대비해서라고. 당신도 알고 있잖아. 그런 친구들은 그냥 신입 직원이 아니라는 건. 은행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라고." 과연 그럴까?

"전 그런 은행 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뱅커>의 한 장면

<더 뱅커>의 한 장면ⓒ MBC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져 인맥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은행이 있다면 전 그런 은행 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은행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감사로 있는 한 이 원칙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

노대호의 일갈에 속이 뻥 뚤렸다. 그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듯 부패가 숨쉬고 있는 것 아닌가! 다급해진 도 전무는 강삼도 행장(유동근)을 찾아가 노대호를 막아달라고 빌지만, 강 행장은 시치미를 뚝 떼며 선을 긋는다. 신상철 의원을 소개해 준 사람이 강 행장님 아니었냐고 따져 물었지만, 강 행장은 "채용 비리나 저지르라고 당신을 그 자리에 앉혔을까"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도 전무는 은행을 떠나게 됐다. 

뚝심있는 노대호의 활약 덕분에 대한은행의 채용 비리는 바로 잡혔다. (강 행장을 제외한) 부정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책임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렀다. 또, 억울하게 채용에서 탈락해야 했던 우리들의 친구나 형제, 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됐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정말이지 세상에 이런 감사들만 있다면 정말 감사할 텐데 말이다. 비록 드라마 속의 에피소드일 뿐이지만, 참으로 통쾌하고 속이 시원했다. 

<더 뱅커> 속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자연스레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이 연상됐다. 바로 'KT 부정 채용 의혹'이다. 그리고 한 명의 정치인의 이름도 떠오른다. 김성태 한국자유당 전 원내대표다. 그는 최근 자신의 딸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과 언론을 동원한 정권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정치공작과 정치사찰, 정치보복"이라 발끈했다.
 
 김성태 의원의 모습

김성태 의원의 모습ⓒ SBS

 
"딸은 2년여간의 힘든 파견 비정규직 생활을 하던 중 KT 정규직 공채에 응시해 시험을 치르고 입사한 것이 사실의 전부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드린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딸은 서류전형과 적성검사를 건너 뛴 채 인성검사를 치렀고, 부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채용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KT 전 인재경영실장 김아무개씨의 공소장을 입수해 "김 의원의 딸은 온라인 인성검사 결과에서 'D형'(성실성과 참여의식 부족)이라는 부적합 판정을 받고도 합격"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D형은 불합격 대상이다. 2011년 계약직으로 KT에 입사했던 김 전 대표의 딸은 그렇게 KT 정규직이 됐다. 

김성태 전 대표는 '억울'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유는 그의 딸이 채용되는 과정, 그러니까 1. 계약직 입사 당시 왜 김 전 대표가 입사 지원서를 건넸는지 2. 그의 딸이 어떻게 서류전형과 적성검사를 건너뛸 수 있었는지 3. 인성검사에서 'D형'을 받고도 어떻게 최종 합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KT에 <더 뱅커>의 노대호와 같은 감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이런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대호와 같은 사람이 어디 흔하던가. 게다가 '그들'은 도 전무와 같이 "저들은 그냥 신입 직원이 아니라 KT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라고 외쳤을 게 뻔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속이 시원하다가도, 저런 일은 드라마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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