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이 속출하면서 이른바 '통편집'으로 그들의 모습을 화면에서 지워야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 tvN <짠내투어>만 하더라도 범죄에 연루된 고정 출연자, 초대손님들의 방송 노출 막기 위해 눈물겨운 CG 편집으로 결방 위기를 극복해야만 했다.

<라디오스타> 본방 이틀 전 터진 마약 사건
 
 지난 10일 방영된 < 라디오스타 >의 주요 장면.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 체포된 로버트 할리를 지우기 위해 각종 CG를 삽입했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10일 방영된 < 라디오스타 >의 주요 장면.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 체포된 로버트 할리를 지우기 위해 각종 CG를 삽입했다. (방송화면 캡쳐)ⓒ MBC

 
요즘 <라디오스타>는 2010년 '신정환 사건'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고액 내기 골프 논란' MC 차태현의 하차, 예전 대비 낮은 시청률로 인한 고전에 이어 초대손님으로 예고편까지 방영된 방송인 로버트 할리(하일)가 지난 8일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본 방송 이틀 전에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작진 발등엔 큰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일반적인 관찰 예능이라면 아예 해당 출연진 녹화분을 그냥 날려버리는 등 오히려 통편집이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스튜디오 토크쇼 등은 출연자 옆에 사건 사고에 휘말린 연예인이 앉아 있기도 하고 멘트가 함께 뒤섞일 때도 있기 때문에 복잡한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간 각종 CG 삽입으로 재미를 더해줬던 <라디오스타> 답게 지난 10일 방송에선 마치 그간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CG 편집 기술의 집대성한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전체 출연진을 담는 풀샷 화면에선 각종 불꽃, 폭죽 등을 곳곳에 넣어 로버트 할리를 가리기 위해 애썼다. 또 다른 초대손님 첸(엑소)의 라이브 무대 땐 그의 목소리가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을 정도라면서 할리가 있던 위치에 공기청정기 CG를 삽입,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에 몇몇 시청자들은 "영혼을 갈아 넣은 편집"이라는 표현으로 이름모를 담당 제작진의 노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짠내투어>, 자르고 붙이고 지우고...
 
 지난 6일 방영된 tvN < 짠내투어 >의 주요 장면. 정준영을 지우기 위해 2개의 각기 다른 화면을 연결시킨 흔적이 살짝 보여진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6일 방영된 tvN < 짠내투어 >의 주요 장면. 정준영을 지우기 위해 2개의 각기 다른 화면을 연결시킨 흔적이 살짝 보여진다. (방송화면 캡쳐)ⓒ CJ ENM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경우 특정 출연자 1인을 화면에서 지울 때 상당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주로 앉아서 진행되는 정적인 화면이 많은 스튜디오 녹화와 달리 야외 녹화는 길거리 촬영, 계속된 움직임으로 인해 편집 작업시 손이 많이 가기 마련이다. 지난 6일 방송된 tvN <짠내투어>는 앞서 소개한 <라디오스타>를 뛰어넘는, 경이적인 편집 기술을 총동원해 성범죄로 구속 수감된 정준영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웠다.

이날 <짠내투어>는 2개의 화면을 하나로 합쳐 마치 처음부터 5명의 출연자만이 해외여행에 나선 것처럼 영상으로 담아냈다. 눈치 빠른 시청자 눈에는 다른 출연자들의 옆자리가 다양한 효과로 지워졌음이 목격된다. 하니와 허경환의 몸 일부가 간혹 어색하게 잘린 것처럼 보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에선 가장 안쪽에 앉아있던 정준영을 흰색 벽면으로 덧칠해 깜쪽같이 지우는가 하면 타로점을 보러간 자리에선 박명수, 유민상 등의 얼굴을 따로 자르고 크게 삽입해 그의 존재 자체를 날려버렸다. 불과 한 해 전 고정출연자 김생민 때문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짠내투어>로선 또 한 번 CG 편집의 손을 빌려 난관 극복에 나선 셈이다.

사고는 연예인이 치고 뒷수습은 기술 담당자들 몫?
 
 최근 방영된 MBC < 라디오스타 >(사진 맨위), tvN < 짠내투어 >에선 범죄 연루 출연진을 화면에서 가리기 위해 각종 CG 편집 기술이 총동원되었다. (방송화면 캡쳐)

최근 방영된 MBC < 라디오스타 >(사진 맨위), tvN < 짠내투어 >에선 범죄 연루 출연진을 화면에서 가리기 위해 각종 CG 편집 기술이 총동원되었다. (방송화면 캡쳐)ⓒ MBC, CJ ENM

 
영상 편집을 담당하는 기술 인력의 입장에선 연이은 연예인 사건-사고가 결코 반가울 리 없다. 하루 종일 편집실에 앉아서 프리미어 혹은 베가스 프로그램으로 영상 파일 붙이고 자막 입히는 작업 다 끝마쳤는데 사건이 발생해서 기존 편집본 접고 재작업 지시를 받는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짠내투어>처럼 해외 촬영과 본 방송 사이에 비교적 여유 기간이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라디오스타>처럼 방영을 코앞에 두고 긴급 재편집 돌입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담당 직원은 거의 초죽음에 직면한다. 이렇다보니 그들 사이에선 "사고는 연예인이 치고 매번 수습은 우리가 한다"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곤 한다.

일단 <라디오스타> <짠내투어>는 CG 편집의 도움을 받은 기민한 대응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해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화려한 CG 및 고난이도 편집 기술의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잇단 연예인 사건 때문이라는 현실은 '웃프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재미와 씁쓸함이 교차하는 요즘 예능을 마음 편히 시청하고 제작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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