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포스터.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포스터.ⓒ MBC


 

그가 공무원이 된 목적은 '무사안일'이었다. 그래서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려 했다. 그렇게 6년을 보냈다. 자신을 찾아와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에 눈을 질끈 감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 서로들 말로 해결을 해보시라고 했다. 알바생 시급을 떼어먹은 점주를 감독하는 대신, 알바생에게 봉투를 주며 어차피 돈 받기 힘들다며 억울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이런 대접 받지 않게 살라는 되도 않는 조언을 했다.

그런데 딸 아이가 "아빠가 부끄럽다"고 했다. 하필이면 그가 감독해야 할 운수 회사에서 이제는 운수 노동자가 된 오래전 제자를 만났다. 돈 3000원 때문에 '버스비 횡령'으로 해고될 처지의 제자는 그간 못 받은 돈도 돈이지만 억울하다고 했다. 두 눈 질끈 감고 살려고 했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복지부동'으로 살기엔 그의 피가 너무 뜨거운 탓이 아닐까? 한때 조장풍으로 날렸던 전직 유도 선수, 그리고 선생님이었던 근로 감독관 조진갑(김동욱)이다. 

적폐 청산의 주역이 된 사람들

요즘 MBC 주중 미니시리즈는 '적폐 청산'의 시대다. 월화드라마 <더 뱅커>가 대한은행을 배경으로 '정재계의 카르텔'에 날을 세우더니, 수목드라마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은 명성 그룹을 주축으로 미리내 재단, 성도 운수 등 재계의 카르텔을 저격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적폐 청산 선봉에 선 당사자들이다. <더 뱅커>가 전직 사격 선수에 별정직 사원으로 은행에 입사한 고지식한 은행원이었다가 행장의 복심으로 감사가 된 노대호(김상중)라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조진갑은 공교롭게도 전직 유도 선수에 의협심이 강해서 선생을 그만두게 된 공무원이다. 

말끝마다 아재 개그를 남발하는 자타공인 썰렁한 노대호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을 둔 조진갑은 말 그대로 '아재'들이다. 그저 맡은 바 일을 충실하게 해내며 자신의 직업에서 '정년'을 맞이하고픈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먹고사니즘'인 바로 그 일이 그들을 정의의 선봉으로 밀어버린다. 

은행의 감사는 회계에서부터 업무 전반에 걸쳐 '감사'를 하는 게 일이다. 성격상 적폐의 카르텔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조진갑의 직업인 '근로 감독관' 역시 비슷하다. 즉, 두 드라마는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는 주인공들을 통해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 누가 주축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로 감독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의 실시 여부를 감독 지도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린 대로 이 근로 감독관은 과도한 업무에 밀려, 또한 업주가 가진 위세와 재력 등에 밀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에 역부족이 될 때가 많다. 이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우리 현대사를 채웠던 그 수많은 쟁의와 투쟁들은 없었을 것이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MBC


 
현실에서 따온 사건들

바로 그렇게 법과 직업적 현실의 행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진갑의 후배 이동영(강서분 분)의 말처럼 자긍심보다는 자괴감이 앞서는 직업이다. 안타깝게도 '복지부동'과 '무사 안일'을 내세우며 6년을 버티던 조진갑 앞에 과거 사건의 피해자 선우(김민규 분)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실화에서 출발한다. 현금 승차 승객이 낸 3100원으로 인해 해고를 당하게 된 버스 기사의 사연 등 드라마엔 우리가 뉴스에서 확인했던 일들이 녹아있다. 거기서부터 주인공 조진갑과 선우의 만남이 시작된다. 6년 전 고등학교 선생이던 진갑은 이사장 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선우가 시멘트 블록을 휘두르는 바람에 징계를 당한 선우를 잘 안다.

명성 학원이라는 사학 재단을 중심으로 왕따를 선동했던 재단 이사장 아들과 그의 하수인으로 불가피하게 폭력을 행사했던 천덕구(김경남 분), 왕따의 피해자였던 선우, 그리고 중재하려 애 썼지만 그 과정에서 선생직을 잃게 된 조진갑. 

과거의 악연이 현재로 이어졌다. 명성 그룹이라는 재계 카르텔. 그 계열사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선우가 조진갑 앞에 선 것. 조진갑은 근로 감독관이 되었고, 덕구는 흥신소 직원이 되었다. 해결되지 않은 악연이 부메랑처럼 등장하며 '적폐'를 실감케 하는 것. 오지랖, 욱함, 정의감 이 3종 세트로 직업도 잃고 가정도 잃었던 조진갑은 공무원이 되며 정반대의 삶을 살고자 했다. 하지만 선우를 다시 보게 됐을 때 그의 성정이 다시 한번 발동한다.

이제 4회를 마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이렇게 조진갑의 과거를 풀어내며 악연의 역사를 드러냈고, 미리내 재단을 이끄는 구대길(오대환 분)을 등장시키며 '악의 축'을 구축했다. 김동욱 등 배우들의 호연과 집필을 맡은 김반디 작가의 대사가 절묘하다. <더 뱅커>를 뛰어 넘는 드라마 강자가 될 기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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