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실피드>의 발레리나들 <라 실피드>는 <백조의 호수>처럼 발레리나들의 군무가 일품이다.

▲ <라 실피드>의 발레리나들<라 실피드>는 <백조의 호수>처럼 발레리나들의 군무가 일품이다.ⓒ 신남영

 
현존하는 낭만 발레 중 가장 오래된 작품 중 하나인 <라 실피드>(La Sylphide)가 '발레의 거장' 최태지 감독에 의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광주문예회관에서 막을 올렸다. <라 실피드>는 프랑스의 발레 작품으로, 원래의 버전은 발레리나 마리 탈리오니의 아버지인 필리포 탈리오니(Filippo Taglioni)가 안무를 창작한 것이다. 현재는 덴마크의 발레 안무가 오귀스트 브루농빌(August Bournonville)이 안무를 창작한 것이 전해지고 있다.

<라 실피드>가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예술감독인 최태지 단장의 열정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태지 단장은 지난 2017년 부임한 후 <지젤>을 시작으로 관객과 평단의 큰 호응 속에 <백조의 호수>를 올린 바 있으며 이번에 <라 실피드>까지 무대에 올림으로써 이른 바 3대 블랑(백색 발레)을 갖춘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발레단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명성과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라 실피드>의 주역, 우건희와 강은혜 커튼콜의 박수에 인사하는 주역들.

▲ <라 실피드>의 주역, 우건희와 강은혜커튼콜의 박수에 인사하는 주역들.ⓒ 신남영

 
<라 실피드>는 스코틀랜드의 농가를 배경으로 결혼식을 앞둔 청년 제임스가 깜빡 잠이 들었을 때 공기의 요정 실피다가 나타나면서 호기심을 일으키며 전개된다. 실피다는 숲에 사는 요정으로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마임(몸짓)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며 사건 전개의 궁금증을 더하며 고난도의 도약과 발가락 끝을 세워 추는 '앙 포앙트'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자유분방한 감정의 분출을 특징으로 하는 낭만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로맨틱 발레'는 <라 실피드>를 그 최초의 작품으로 꼽고 있다. 로맨틱 발레가 가져온 중요한 변화는 남자 무용수들이 중심이 되던 발레를 순백의 의상을 입고 공기처럼 떠다니는 발레리나가 중심이 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낭만 발레의 꽃이 되었던 마리 탈리오니의 모습처럼 발레리나들은 이 작품에서 관객들을 환상적인 사랑의 세계로 초대한다.
 
<라 실피드>의 안무를 맡은 안드레이 볼로틴과 배주윤 <라 실피드>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안드레이 볼로틴과 발레리나 배주윤에 의해 배역들에게 적절하고 균형 잡힌 안무로 새롭게 연출되었다.

▲ <라 실피드>의 안무를 맡은 안드레이 볼로틴과 배주윤<라 실피드>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안드레이 볼로틴과 발레리나 배주윤에 의해 배역들에게 적절하고 균형 잡힌 안무로 새롭게 연출되었다.ⓒ 신남영

 
'오랜 세월 동안 발레 지도자의 삶을 살아오며 꼭 이루고 싶었던 짝사랑'과 같았다는 최태지 감독의 <라 실피드>는 그런 만큼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안드레이 볼로틴과 발레리나 배주윤에 의해 배역들에게 적절하고 균형 잡힌 안무로 새롭게 연출되었다. 거기에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모스크바 UMB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로만 데니소브의 유려한 선율로 그 날개를 더했다. 또한 현지에서 공수하여 제작했다는 의상에 고풍스런 무대까지 낭만주의 시대의 실감을 더해 주었다.

모든 사랑엔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가 있는 것처럼 <라 실피드>의 제임스도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끝내 이루지는 못한다. 누구나 행복을 붙잡으려 하지만 운명의 미래는 알 수 없는 법. 약혼녀 에피와 가족, 친구들을 남겨둔 채 실피다를 쫓아 숲으로 갔던 제임스는 방해자인 마법사의 술수에 빠져 실피다를 잃고 망연자실한다.

2막으로 구성된 <라 실피드>는 인터미션 포함 120분 동안 시종일관 격정으로 인한 비극적 사랑의 애틋함을 더해주고 실피다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커튼콜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우리를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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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아티스트. 리뷰어. 2013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물 위의 현>(2015), 캘리그래피에세이 <캘리그래피 노자와 장자>, <사랑으로 왔으니 사랑으로 흘러가라>(2016), <캘리그래피 논어>(2018)를 펴냈으며 2007년 <신남영의 시노래>를 시작으로 2015년 <신남영 4집>을 출반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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