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 포스터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 포스터ⓒ SBS

 
경찰서장과 구청장, 국회의원, 검사, 조직폭력배가 카르텔을 형성해 클럽을 운영한다. 재벌 2세, 고위직 2세, 연예인 등 유명인들도 마약을 매개로 이 클럽에 엮여 있으며 수익은 카르텔이 나눠 갖는다. 경찰은 클럽을 비호하고 검찰은 뒤를 봐주며, 조직폭력배는 행동대원으로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클럽 버닝썬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많은 이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는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의 내용이다.

1회 10.4%였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해 최고 시청률 19.8%까지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퍼지던 입소문은 이제 젊은층에게까지 이전되더니, 초등학생한테 물어보니 자기네 반에서도 <열혈사제>를 보는 친구들이 꽤 많다고 한다. 얼핏 봐서는 너무 유치하고 조잡한 것 같은 드라마 <열혈사제>.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일까?
 
드라마와 똑같은 현실... 우리 시대의 이야기
 
 드라마 <열혈사제> 스틸 컷. 클럽 라이징 문을 둘러싼 카르텔 형성 구도.

드라마 <열혈사제> 스틸 컷. 클럽 라이징 문을 둘러싼 카르텔 형성 구도.ⓒ SBS

 
드라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때 더욱 재미있다. 드라마 속 조직폭력배와 경찰의 유착 관계에 기시감이 드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학썬'(방사장-김학의-버닝썬을 합친 말)이라고 부르는 사건들, 그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매일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영화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드라마는 현 시국에 대한 깨알 같은 풍자까지 뒤섞는다. 일본 피규어를 좋아하는 경찰서장을 가리켜 '남베'(남석구 경찰청장과 '아베'를 합친 말)라고 비꼬고, 클럽 '라이징문'은 누구 것이냐고 묻는다. 서울시 구담구에 존재하는 카르텔은 검은 돈을 숨기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려고 한다. 이런 장면들은 시청자들이 특정 정치인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만 <열혈사제>는 이야기의 범위를 특정 지역으로 축소시킨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버닝썬' 사건은 연예인들의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부터 중화권 범죄조직 삼합회와의 연루 의혹까지, 그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반면 드라마는 반대로 그 모든 것을 구담구로 한정시킨다. 그럼으로써 드라마는 선악구도를 분명히 하고, 사제 한 명만으로 사건 해결이 가능하게 만든다. 대통령이나 시장, 군수대신 구청장이 악의 축이 되면서 드라마 속 비리를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일상의 차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덕분에 드라마는 우리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검찰과 경찰, 재벌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 주인공이 된다. 정경유착은 재벌과 국회의원이 아니라 동네 건달이 세운 페이퍼 컴퍼니와 구청과의 결탁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적폐 척결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정의 구현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국가적인 비리의 시작은 우리의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하나쯤이라는 비겁한 생각. 드라마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든다. 사람들이 <열혈사제>를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구벤저스'의 등장, 히어로 무비와 일맥상통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구담구의 형사들.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구담구의 형사들.ⓒ SBS

 
<열혈사제>가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구벤저스'(구담구+어벤져스)의 활약 때문이 아닐까. 드라마 초반 국정원 특수요원 출신의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는 지역에서 전횡을 일삼는 구담구 카르텔에 맞서 혼자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그를 돕는다.
 
그동안 민폐만 끼쳤던 구대영 형사(김성균 분)와 신입 서승아 형사(금새록 분)가 우군이 되었고, 상관의 배신과 살해위협을 계기로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도 같은 편에 서게 됐다. 여기에 청력이 뛰어난 편의점 알바 오요한(고규필 분)과 중국집 배달부였던 태국인 쏭삭(안창환 분)이 무에타이 고수로 밝혀져 함께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연기 천재 한신부(전성우 분)와 전설의 타짜 김수녀(백지원 분)까지 결합되었다.
 
결국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힘을 자각하게 되는 이들이 '외인구단'처럼 모여 거악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히어로 무비와 일맥상통한다. 마냥 약한 줄만 알았던 존재들이 하나둘씩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 힘을 합치게 되는 것이다. 약자들이 모여 강자를 이기는 이야기 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무에타이의 고수 쏭삭의 모습.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무에타이의 고수 쏭삭의 모습.ⓒ SBS

 
게다가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하는 것은 매회 진화하는 악당의 존재다. 드라마 초반에는 황철범(고준 분)이 이끌었던 동네 조직폭력배와 러시아 구역의 갱스터들이 주인공들을 위협했지만, 최근에는 국정원의 살인병기들까지 등장해 '악당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구벤저스'라지만 김해일 신부가 어떻게 그들을 이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악당을 쳐부수면 더 센 악당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처리하면 더 센 악당이 등장하는 네버엔딩 스토리. 너무도 빤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답답한 현실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정의가 구현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그런 영웅은 등장할 수 없는 걸까?
 
패러디와 오마주의 향연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김해일 신부의 모습은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김해일 신부의 모습은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을 떠올리게 한다.ⓒ SBS

 
<열혈사제>의 마지막 인기 요인은 드라마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온갖 패러디와 오마주들이다. 드라마는 매회 각기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이용해 굉장히 많은 작품들을 끌어다 쓰고 있다.

구담구라는 드라마 속 지역명은 영화 <다크 나이트>의 고담시를 모티브로 했다. 그러고 보니, 검은 사제복을 휘날리며 악당들을 쳐부수는 김해일 신부의 모습은 '배트맨'의 그것과 닮았다.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경선 검사는 영화 속 캣츠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또한 영화 속 고담시가 이 시대를 대변한다면 구담구는 우리네 현실을 대변한다.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영화 <타짜>를 패러디 한 장면이다.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영화 <타짜>를 패러디 한 장면이다.ⓒ SBS

 
어디 그것뿐인가. 드라마는 출연 배우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름까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김성균은 앞서 출연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의 모습을 패러디 하고, 이하늬가 등장하는 신 마지막에는 '허니허니'라는 추임새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영화 <아저씨> <친구> <타짜> <매트릭스>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명장면이 연출하는 등 여러 패러디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열혈사제>는 1회부터 특유의 'B급 유머' 코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존의 권위를 뒤집고 풍자하는 재미를 추구한다는 얘기다. 즉, 부조리가 만연된 사회에서 기득권층들이 일목요연하게 논리를 따진다면, 서민들은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B급 유머로 그들을 조롱한다. 요컨대 <열혈사제>는 이 시대의 풍자요, 해학인 것이다.

종영까지 불과 2주를 앞두고 있는 <열혈사제>, 부디 시즌2로 돌아오길 바란다. 이대로 드라마가 종영된다고 생각하면, 그 모든 캐릭터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남은 방송분에서도 좀 더 날카로운 풍자로 유쾌, 상쾌, 통쾌하게 이 시대를 조롱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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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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