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틱> 영화 포스터

▲ <아틱>영화 포스터ⓒ 삼백상회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북극에 조난된 생존자 오버가드(매즈 미켈슨 분). 언젠가는 구조될 것이란 희망을 품은 오버가드는 눈 위에 SOS를 쓰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무전을 치며, 주위 지형을 조사하고, 낚시로 송어를 잡아 식량을 마련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어느 날, 그를 발견한 헬기가 구조를 시도하다가 강풍으로 인하여 추락하고 만다. 헬기의 조종사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동료 대원인 '어린 여자(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 분)'는 큰 부상을 입는다. 그녀를 구출한 오버가드는 이대로 두었다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헬기에 있던 지도에 표시된 임시 기지까지 이동하기로 결심한다.

생존/재난 영화는 꾸준히 사랑을 받은 장르다. 생존/재난 영화으론 <타워링>(1977)<포세이돈 어드벤쳐>(1978)<타이타닉>(1997)처럼 집단이 처한 재앙을 대규모 제작비로 만든 대형 영화들이 유명하다. 한편으로 <캐스트 어웨이>(2001)<더 그레이>(2012)<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2017) 같은 개인이 재난에 맞서는 작품군도 존재한다.
 
<아틱> 영화의 한 장면

▲ <아틱>영화의 한 장면ⓒ 삼백상회


아름다우면서 잔혹한 환경인 북극을 배경으로 조난당한 이가 다른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극한 생존기를 담은 <아틱>은 후자에 속한다. 가장 유사한 영화를 찾는다면 바다에 맞서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올 이즈 로스트>(2013)를 꼽을 수 있다.

<올 이즈 로스트>는 "난 모든 것을 잃었고, 만신창이가 된 영혼과 몸뚱이만이 남았다. 그러나 끝까지 싸웠노라"란 고백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딱히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이름조차 모를 남자가 태양, 바다, 상어 등에 맞서 싸우는 8일간의 처절한 생존기를 기록할 따름이다.

<아틱>은 북극에 조난당한 오버가드가 구조를 기다리면서 담담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주인공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준 다음에 사고가 벌어지는 보통의 생존/재난 영화의 화법과 거리가 멀다. 대사 없이 표정과 행동만을 사용한 <올 이즈 로스트>의 미니멀리즘과 마찬가지로 <아틱>도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한 후 15분이 흐른 뒤에야 제대로 된 음성이 들릴 정도다.
 
<아틱> 영화의 한 장면

▲ <아틱>영화의 한 장면ⓒ 삼백상회


영화에서 오버가드의 과거는 나오질 않는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생략한다. 인물의 혼란을 보여주는 환각, 내면을 들려주는 내레이션도 없다. 현재의 '상황'만이 있을 뿐이다. 연출을 맡은 조 페나 감독은 이런 묘사를 선택한 이유를 "주인공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버가드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이 만난 새로운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한다.

<아틱>은 극한 상황에 부닥친 인물이 내리는 '선택'에 집중한다. 영화 전반부는 오버가드가 살아남기 위하여 내린 생존의 선택을 그린다.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어린 여자'를 살리기 위해 썰매를 몸으로 끌며 앞으로 나아가는 후반부는 도덕적 선택을 다룬다. 오버가드는 혼자라면 쉽게 임시 기지까지 갈 수 있다. 식량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어린 여자'를 버리고 모른 척한다면 말이다. 영화는 오버가드를 통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아틱> 영화의 한 장면

▲ <아틱>영화의 한 장면ⓒ 삼백상회


<아틱>은 <더 헌트>(2012)로 제65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즈 미켈슨의 명품 연기가 빛을 발한다. 최근 매즈 미켈슨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와 <닥터 스트레인지>(2016), 유럽 예술 영화인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2013)과 <웨스턴 리벤지>(2014)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중이다. 그는 <아틱>의 어떤 점에 매혹을 느낀 걸까?

매즈 미켈슨은 "<아틱>은 기존에 촬영한 다른 영화와 달랐다. 단순하나 명확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고, 시적이고 감성적인 대본이 좋았다"라며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는 오버가드가 느끼는 외로움과 공포, 본능과 갈등, 후회와 다짐 등 여러 감정을 별다른 대사 없이 오로지 혼자서 표정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아틱>은 비슷한 시기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폴라>와 비교하는 맛도 있다. <아틱>과 <폴라>는 매즈 미켈슨의 고독한 남성의 강인한 육체와 풍부한 표정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아틱>이 미니멀리즘과 현실적인 생존 이야기라면, <폴라>는 과잉된 스타일과 만화적인 색채로 가득한 액션물이다. 두 영화는 모두 매즈 미켈슨의 이미지를 흥미롭게 활용하고 있다.
 
<아틱> 영화의 한 장면

▲ <아틱>영화의 한 장면ⓒ 삼백상회


조 페나 감독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발휘되는 인간의 휴머니즘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아틱>은 첫 장면에서 설원에 돌을 쌓아 커다란 SOS를 쓰는 오버가드의 모습을 잡는다. SOS는 그가 타인에게 보내는 생존의 메시지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SOS의 의미는 확장된다. 타인이 오버가드에게 보내는 외침이 된다. 그리고 오버가드는 메시지를 외면하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오버가드는 '어린 여자'에게 말한다. "괜찮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와 그녀가 구조되었을까? 구조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버가드가 다른 사람의 손을 놓지 않았으며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가 보낸 SOS는 바로 인류애를 회복하라는 호소다.

<아틱>은 끝자기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을 보여준다. 오버가드의 선택은 트럼프와 브렉시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아틱>은 <캐스트 어웨이><올 이즈 로스트><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잇는 생존 영화의 걸작으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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