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 오키넷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를 주변에서 묵묵히 도와주던 시민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개봉할 <노무현과 바보들>이다. 

영화는 노 전 대통령(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인터뷰 중심의 영화다. 부림사건, 국민참여경선, 대통령 당선의 순간, 거듭되는 정치적 위기와 서거 그리고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한다.

인터뷰 위주로 구성된 영화에서 등장인물을 소개할 때 자막으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아래 노사모)' 사이트 활동 당시의 'ID'와 '직업'이 표시된다. 노사모로 활동한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정계 인사들과 노사모와 무관한 인물들도 영화에 등장한다.

이미 노무현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던 두 편의 영화가 있었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노무현입니다>는 각각 권위주의와 지역 갈등 타파를 외쳤던 노무현의 모습과 국민참여경선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렸다면 이번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은 서거 이후 노무현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집중했다.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었다. 영화는 이를 사계로 풀어냈다. 농사 준비에 한창인 '봄'과 뜨거운 땡볕 농사로 일손과 노동이 필요한 '여름' 그리고 수확의 계절 '가을' 마지막으로 다음 농사를 고민하는 '겨울'을 고인과 지지자 사이 관계에 적절하게 대입시켜 메시지화했다.

농사 준비에 한창인 '봄', 노무현을 알아가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이름 모를 한 정치인이 낡은 정치와 싸우겠다며 '동서화합'과 '지역주의 극복'을 외친다. 그는 4번 낙선의 쓴맛을 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그를 '바보'라고 부르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그 '바보' 주변에 '바보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노무현과 바보들'이 만났다.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 오키넷

 
주로 평범한 소시민들이 정치인 노무현에게 빠져들었다. 시종일관 진정성 있고 진솔한 모습으로 소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노무현은 학연, 혈연, 지연의 덕은 못 봤지만 타고난 인덕이 있었다. 노무현의 지지자들은 연예인 팬클럽처럼 하나둘 모여든다. 그러다가 이중 한 명은 노사모 웹사이트를 개설하게 된다.

'수현엄마', '석현아빠', '동해바다', '포청천', '절세미녀',' 상추', '마요네즈'

노사모에 가입한 사람들의 'ID'다. 싱싱한 상추처럼 살고 싶어 지었다는 '상추'나 아들이나 딸의 이름을 따서 '수현엄마', '석현아빠'라는 'ID'를 만들었다. 일반 회사원, 학원 강사, 건설업자, 방송작가, 자영업자 등 다양한 시민들이 노사모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예인 팬클럽처럼 시작한 노사모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실제로 만나 본 적 없었던 그들은 정모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만나면서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의 선거운동에도 앞장선다. 

"그분의 말처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 노사모 활동을 했던 회원의 목소리다. 영화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노무현의 친구, 동료, 지인, 지지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끌어간다. 인터뷰 위주임에도 영화는 기본적 서사구조를 충분히 담고 있다.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 오키넷

 
수확을 위한 노동의 계절 '여름', 노무현의 대권 도전

"돈도 조직도 없었지만 여러분들은 저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주셨습니다." (노무현)
 
영화는 노무현 지지자들이 본격적인 정치 참여를 하는 계기와 과정을 보여준다. 2000년도 노무현이 대선에 도전하자 노사모는 본격적으로 그를 돕기 시작한다.

궁극적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시민의 정치 참여다. 이 대목에서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은 인터뷰를 통한 증명보단 당시 자료 화면을 통해 설명한다.

"그분과 함께했던 내 젊은 날들이 가장 빛나는 날이었다"

지지자 중에서는 글을 잘 쓰는 사람,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사람, 목소리가 좋은 사람 등 각자의 특기가 있었다. 그들은 이런 자신들의 특기를 내세워 그의 선거를 돕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목청 크게 응원을 지휘하며 이끌어 나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로써 노무현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상대 후보 진영보다 적은 인원일 땐 발을 굴러가며 소리를 키웠다. 

지지자들의 '가을', 대통령의 끝나지 않은 '여름'

"대통령 당선 이후 노사모는 탈퇴했어요."

노무현은 마침내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것까지가 해피엔딩이었을까. 영화에 등장한 한 지지자는 위와 같이 말한다.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지지자들끼리의 의견 충돌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격론 끝에 의견이 갈라졌고 노사모 탈퇴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강했던 지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바꿔 줄 것이라 믿었다. 지지자들은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왔다고 굳게 믿었다. 

영화는 대통령 당선 이후 노무현이 겪은 고충도 담았다. 당선 후 15일째 처음으로 탄핵이라는 말이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여러 언론사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지지자들은 어리둥절했다.

결국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의 주도하에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그리고 그 후 64일이 지나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그는 다시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다.

'겨울'을 맞이하다, 노무현의 죽음

노무현은 대통령 퇴임 이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간다. 그리고 2009년 5월 23일 사저 뒷산에서 투신, 서거한다. <노무현과 바보들>에는 탄핵 사건과 그의 서거에 대한 의혹도 담았다. 영화에는 노무현의 마지막 사망 당일 날 그의 집 앞 CCTV에 찍힌 장면을 담았다. 그가 집 앞 잡초를 뽑는 모습이 두고 한 인터뷰이는 그의 자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10분 뒤에 죽을 사람이 집 앞 잡초를 뽑겠습니까"

여전히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존재한다. 영화 속 인터뷰에도 이러한 시선이 담겨 있다. 정치인으로서 그를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진심 어린 고백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서거 1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노무현과 바보들>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영화는 한국 정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지지자들의 시선에서 어떤 정치인을 지지해야 하는지와 이상적인 정치 철학도 <노무현과 바보들>은 보여준다.

한편 영화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포스터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포스터 ⓒ 오키넷

 
평점 : ★★★(3/5)
한줄평 : 지지자들의 시선으로 그를 추모하는 영화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제목 : 노무현과 바보들
제작 : (주)바보들
제공/배급 : 오키넷
공동배급 : (주)라이크콘텐츠
감독 : 김재희
기획 : 손현욱, ON TABLE
프로듀서 : 손현욱
출연 : 노무현
러닝타임 : 93분
개봉 : 2019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 노사모 영화 서거10주기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 하루만 살아가는 사람처럼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