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이틀 연속 '디펜딩 챔피언' SK를 잡아내며 5할 승률을 회복했다.

양상문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3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3-1로 승리했다. 5할 승률을 회복한 롯데는 이날 각각 NC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에게 1-9, 3-6으로 패한 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를 제치고 한화 이글스와 함께 공동 5위로 뛰어 올랐다(5승5패).

롯데는 선발 박시영이 5.2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 투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고 6회 2사 후 등판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은 윤길현은 시즌 첫 승을 챙겼다. 9회에 등판한 마무리 손승락도 한 점을 내줬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며 4경기 만에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역시 이날 롯데 승리의 일등공신은 결승타를 포함해 5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친 롯데 타선의 '돌격대장' 민병헌이었다.

두산에서 5년 연속 3할 타율 기록한 리그 정상급 우타 외야수
 
 3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사 2,3루에서 롯데 이대호 2루수 앞 땅볼 때 홈인한 3루 주자 민병헌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9.3.31

3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사 2,3루에서 롯데 이대호 2루수 앞 땅볼 때 홈인한 3루 주자 민병헌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9.3.31 ⓒ 연합뉴스

 
덕수정보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민병헌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장타력까지 갖춘 대형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입단 2년 차가 되던 2007년에는 30도루를 기록하며 두산 육상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민병헌은 이종욱(NC 다이노스 2군 작전 및 주루코치), 김현수(LG트윈스), 임재철, 정수빈(두산 베어스) 등과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으로 전전하다가 2010 시즌이 끝나고 군에 입대했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양의지(NC), 한동민(SK) 등 많은 스타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병헌에게도 군 입대는 야구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민병헌은 경찰 야구단 첫 해였던 2011년 타율 .373로 북부리그 타율 1위를 차지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타격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2012년 9월 경찰 야구단에서 전역한 민병헌은 본격적인 복귀 시즌이었던 2013년부터 전혀 다른 타자로 성장했다. 

전역 첫 해 타율 .319 9홈런 65타점 27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준우승을 견인한 민병헌은 2014년에도 타율 .345 12홈런 79타점으로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한 2015, 2016년에도 3할 타율과 두자리 수 홈런, 7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공격의 첨병으로 맹활약했다. 주로 1번 타자로 활약했지만 팀이 필요로 하면 중심타선을 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민병헌은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쳤으면서도 소위 '몬스터 시즌'을 보낸 적은 없었다. 2016년 올스타 MVP를 제외하면 개인 타이틀이나 골든 글러브 수상 경력도 없다. 하지만 민병헌이 야구에 눈을 뜬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은 4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중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팀 공헌도가 높고 내실 있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바로 민병헌이다(사실 3할에 두 자리 수 홈런, 70타점도 충분히 화려한 성적이다).

하지만 그는 FA 권리를 행사하면서 두산을 떠나야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잔류에 소극적이었던 두산에서는 민병헌이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 물론 5년 연속 3할 타율에 한국시리즈에서만 24경기에서 통산 .316의 타율을 기록한 우타 외야수는 FA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였다. 결국 민병헌은 2017년 11월 4년 80억 원을 제시한 롯데와 계약을 체결하고 12년 동안 몸 담았던 두산을 떠났다.

롯데 가을야구 복귀 이끌려는 거인군단의 '돌격대장'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은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은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롯데는 2017 시즌 453안타 184타점 238득점을 합작한 손아섭-전준우-김문호로 이어지는 강한 외야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던 포수 강민호(삼성)가 떠나면서 롯데로서는 전력 보강이 필요했고 FA 시장에서 민병헌을 영입했다. 물론 민병헌 같은 외야수는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80억 원을 투자할 만큼 롯데의 전력에 간절히 필요했던 것인지는 의문의 시선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민병헌은 작년 시즌 롯데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118경기에서 타율 .318 17홈런 66타점 74득점을 기록했다. 두산 시절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민병헌은 12억5000만 원의 높은 연봉과 롯데의 가을야구 탈락, 그리고 손아섭(타율 .329 26홈런 93타점 109득점), 전준우(타율 .342 33홈런 90타점 118득점)의 대활약에 가려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야구 팬들은 작년 시즌 민병헌이 부진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롯데의 붙박이 1번 중견수로 낙점 받은 민병헌은 시즌 초반 대활약을 통해 작년의 아쉬움을 날려 버리고 있다. 시즌 개막 후 롯데가 치른 10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민병헌은 타율 .452 4타점 10득점 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시즌 6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고도 만족하지 못했던 민병헌이 시즌 초반 타율과 득점 부문 2위를 달리는 엄청난 맹타를 휘두르며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다.

3일 SK전에서도 민병헌은 롯데 이적 후 최고의 경기를 만들며 롯데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민병헌은 7회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불러 들이는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무려 5타수 5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민병헌의 한 경기 5안타는 프로 데뷔 후 첫 기록이다. 민병헌은 수비에서도 타격 못지 않은 홀약을 펼쳤다. 2회 무사 1루에서 이재원과 정의윤의 타구를 잡아냈고 6회에도 노수광의 짧은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선발 박시영의 호투를 도왔다. 

2017년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롯데가 FA 시장에서 민병헌을 영입한 이유는 2017년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작년 7위로 떨어지며 쓸쓸한 가을을 보냈고 민병헌은 고액연봉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어느덧 프로 14년 차의 베테랑이 된 민병헌은 시즌 초반 4할대 중반을 휘두르고 있는 자신의 타격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보다 롯데의 순위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더 간절히 바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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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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