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예능인을 손꼽자면 박나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10여 개 이상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수많은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거론될 만큼 쉼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올해도 그 기세를 이어가 3, 4월 봄 개편을 맞은 방송사의 신규 프로그램에서도 예상대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미쓰코리아> <구해줘 홈즈> <풀 뜯어먹는 소리3> 연이은 투입
▲ 지난달 31일 방영된 tvN <미쓰코리아>의 한 장면 ⓒ CJ ENM
지난 3월 24일 tvN <미쓰코리아>를 시작으로 31일 MBC <구해줘 홈즈>, 그리고 이달 1일 tvN <풀 뜯어먹는 소리3> 등 새로운 시작을 알린 프로그램들의 핵심인물은 '당연하게도' 박나래였다.
"저마다의 이유로 한국을 떠났지만 여전히 한국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한국 음식을 요리해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미쓰코리아>에서 박나래는 홍성흔, 한고은 등 아직 예능 출연이 익숙치 않은 출연진을 통솔하면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의 호평에 힘입어 정규 편성에 안착한 <구해줘 홈즈> 역시 마찬가지다. 팀 대항전 형식을 취한 이 예능에서도 그는 새 집을 구하는 의뢰인의 부탁을 받아 그간의 생활 경험을 토대로 주택에 대한 알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청소년 농부 한태웅과 함께 한 농사 체험으로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풀 뜯어먹는 소리> 시즌3에선 배경을 전국 방방곡곡의 농어촌으로 시선을 돌려 어린 나이지만 제각각 농사와 어업 등의 원대한 꿈을 지닌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항상 투덜거리기 바쁜 박명수와 <런닝맨> 양세찬의 중간에서 박나래는 적절한 흐름 조절 및 웃음을 이끈 핵심적인 역을 맡아준다.
이들 신규 프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박나래에 대한 견해 만큼은 대개 일치하는 편이다. "역시 박나래"라는 칭찬이 나오는 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었다.
우려도 뒤따르는 쉼없는 다작 행진
▲ 지난 1일 첫 방영된 tvN <풀 뜯어먹는 소리3>의 한 장면 ⓒ CJ ENM
tvN과 MBC를 중심으로 수많은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박나래의 올해 방영작은 아래와 같다.
(월요일) tvN <풀 뜯어먹는 소리3> / (화요일)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수요일) JTBC4 <마이 매드 뷰티3> / (금요일) MBC <나 혼자 산다>
(토요일)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마켓>, <짠내투어>(종영), JTBC < SKY 머슬 > (종영)
(일요일) tvN <미쓰코리아>, <코미디 빅리그>, MBC <구해줘 홈즈>, 라이프타임 <밝히는 연애코치>
여기에 최근엔 스탠드업 코미디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질 만큼 박나래는 1년 365일이 모자를 만큼 바쁜 나날을 지내고 있다. 이처럼 박나래에 각종 프로그램 섭외가 쏟아지는 이유는 요즘 대한민국 TV 속 가장 재밌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호감 이미지도 갖추면서 그녀는 이젠 쟁쟁한 예능 선배 못잖은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런데 지금의 행보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워낙 수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니,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일요일 하루에만 무려 4개의 프로가 몰려 있다보니 "채널만 돌리면 박나래"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닐 정도다. 그녀의 유쾌한 웃음을 오래 공유하고 싶은 이들로선 당연히 혹사에 가까운 출연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한다.
물론 과거 신동엽, 김구라 같은 선배 방송인 역시 수많은 프로 출연으로 돌파구를 찾고 전성기를 구가했을 만큼 "다작 출연"은 해당 연예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박나래의 다작 행진은 앞선 이들과는 차이가 있다.
너무 많은 짐을 멘 박나래
▲ 지난달 22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갑작스런 전현무-한혜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나래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 MBC
야외 버라이어티 대신 대부분 실내 토크 예능에만 집중했던 기존 다작 예능인들과 다르게 박나래는 야외 버라이어티, 공개 코미디, 토크쇼 등 장르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방 야외뿐만 아니라 해외 촬영도 빈번하게 이뤄질 만큼 강행군이 뒤따른다. 지난해 방영된 <짠내투어>에서 박나래는 장염으로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강행하기도 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촬영에 불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빚어진다. <짠내투어>에서 박나래는 자주 동료들보다 일찍 귀국하거나 늦게 합류했고, 4부작 파일럿 예능 < SKY 머슬 >에선 첫 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3회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박나래를 가장 앞세워 홍보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박나래에겐 최근 막중한 임무(?)가 하나 주어졌다. 바로 MBC <나 혼자 산다>의 위기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가 그것이다. 프로그램 인기의 큰 축을 담당하던 전현무, 한혜진의 갑작스런 잠정 하차로 인해 다소 프로그램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이제는 '4얼'(이시언 기안84 성훈 헨리)과 함께 <나 혼자 산다>를 새롭게 이끌어 가야 한다.
사실 박나래의 사례가 아주 예외적인 건 아니다. 그간 인기와 진행능력, 트렌드에 힘 입어 동시기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방송인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박명수, 전현무, 김구라 등 앞서 '대세'로 불렸던 여러 예능인들은 십수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실상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다. 동시에 이런 흐름이 자칫 특정 연예인에게 과한 책임과 짐을 지우는 건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예능 대세' 박나래의 지금 흐름이 좋지만 그 어깨에 놓인 짐 역시 다소 무거워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