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행 중인 K리그가 때 아닌 정치 관련 이슈에 엮이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발단은 지난 3월 30일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4라운드 경남 FC와 대구 FC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준우승팀 경남과 '슈퍼스타' 조현우가 포함된 대구의 만남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평소보다 많은 관중 유치가 예상된 만큼 사람들의 관심에 목마른 정치인들이 움직였다. 오는 3일 전국 5곳의 지역에서 '4·3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마침 이번 보궐선거에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시 고성군의 국회의원 선거가 포함됐다. 보궐선거에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지역에서 구름 관중이 예상되는 경기에 정치인들이 유세에 나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실제로 각 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경기장에 막판 표심 잡기를 위해 한 장소에 모였다.
 
 30일 오후 K리그 경남FC와 대구FC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오후 K리그 경남FC와 대구FC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 유세, 애꿎은 경남 FC만 피해

표를 원하는 정치인이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찾는 일은 흔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황교안을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경기장 밖이 아닌 안에서 선거유세를 펼치며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가 규정을 통해 금지하고 있는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버젓이 실시한 것이다. 더군다나 축구장 내 정치적 행위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가차없이 엄벌을 내리는 부분에 해당한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남 FC 구단 측은 사전에 이와 같은 일을 방지하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기사에 따르면 구단 측은 자유한국당 측에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경남 FC 구단 직원들의 요청에도 유세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선거를 코 앞에 둔 정치인들에게 축구장의 규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듯하다.
 
 2019년 3월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경남 FC와 대구 FC의 경기. 경남 선수들이 승리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19년 3월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경남 FC와 대구 FC의 경기. 경남 선수들이 승리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애꿎은 경남 FC만 초비상 사태다. 프로축구연맹은 경기장 내 선거운동과 관련된 규정 위반시 10점 이상의 승점 삭감, 무관중 홈경기,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경남 FC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부터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 격이다.

특히 승점 10점 이상 삭감은 경남 FC에 치명타다. 만일 규정대로 경남 FC가 징계를 받는다면 지난 네 경기 동안 획득한 승점 6점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다. 경남이 승점 10점 삭감 징계를 받는다면, 마이너스 승점으로 올 시즌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순위로 계산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꽤나 크다. 지난 시즌 최종 승점만 돌아봐도 당시 승점에서 10점을 깎는다면 준우승팀 경남 FC는 3위로 순위가 내려앉는다. 만약 지난 시즌 상주 상무와 FC 서울에 승점 10점 삭감을 적용한다면, 이들 구단은 자동으로 K리그2로 강등될 처지에 처한다. 승점 1점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선수들과 구단에는 이보다 더 큰 치명상은 없다.

축구장은 축구 팬들의 것... 징계 수위 논의보다 사과가 먼저

다행히도 사건이 발생한 정황상 경남 FC가 의도적으로 자유한국당 측의 선거 유세를 도운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선거 유세를 적극적으로 막아섰기에 경남 FC가 승점 삭감은 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유가 어찌됐든 규정을 어긴 경남 FC에 일정 수준의 징계가 예측된다.

현재 황교안 대표와 경남 FC의 진실공방, 그리고 경남 FC가 받을 징계 수위를 놓고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관중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다.
  
 2019년 3월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경남 FC와 대구 FC의 경기. 전광판에 유료관중 수가 표시됐다.

2019년 3월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경남 FC와 대구 FC의 경기. 전광판에 유료관중 수가 표시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축구장은 축구 팬들을 위한 것이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K리그는 아마추어 축구 대회가 아닌 프로들의 대회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경기를 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이들이다.

경기장 내 선거활동은 정당한 권리를 가진 관람객들을 우롱하는 행위다. 팬들은 선수들의 거친 땀방울과 감독들의 지략 싸움을 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이지, 각 정당들이 주최하는 전당대회에 참여한 게 아니다.

축구 팬들은 편안한 TV 중계 대신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 찬 바람을 뚫고 경기장에 찾는다. 선수들의 치열한 다툼, 팬들의 함성 소리, 기회가 날아갔을 때 탄식 소리, 골을 기록했을 때의 환호 등은 화면보다 경기장에 있을 때 더 극적이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모두 관중들이 경기에 몰입해야 가능한 일이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의 소동(?)에 관람객들의 집중도가 떨어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마치 영화 관람 중에 스크린 앞에서, 열창 중인 가수의 무대에 올라서 '한 표'를 요구하는 행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축구 경기장이 영화관보다 물리적으로 훨씬 크다고 해서 이러한 행위가 관람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로 실질적인 피해를 위한 팬들을 위한 진정한 사과다. 경남 FC 구단 측은 일찌감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달했다.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경남FC와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아직 당 차원의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제 이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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