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믿듣탱' 태연이 싱글앨범으로 돌아왔다. 소녀시대의 태연에서 솔로 태연으로 변신한 후에 세 장의 미니앨범과 한 장의 정규앨범, 겨울앨범 등을 발표하면서 '믿고 듣는 태연'이란 자신의 별명을 빈틈없이 증명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발표한 싱글앨범 < 사계(Four Seasons) >에는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인 '사계'와 'Blue'가 수록돼 있다. 타이틀곡 '사계'는 발표 이후 각종 음원차트 1위 자리에 올라 며칠째 정상을 지켜내며 저력을 과시 중이다.

 
 태연의 신보 '사계'

▲ 태연신곡 '사계' 자켓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신곡 '사계'는 태연의 감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쓸쓸한 음색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뎌져가고 변해가는 걸 느끼며, 지금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사랑은 세상의 많은 사물들에 빗대어 표현된다. 그만큼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랑은 특히 '계절'에 많이 비유되곤 하는데, 어김없이 변하고 또 다시 같은 계절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사계'는 사랑과 더욱 닮았다. 그렇게 뜨겁던 여름도 언젠가는 식어서 쌀쌀해지고 추워지는 계절이 오는 것처럼 연인과의 사이도 다를 게 없다. 단지 '계절'이 아닌 '사계'라는 제목은, 변화하는 관계의 모습을 더 쉽게 연상하게 해준다.

목소리에 항상 묻어있는 태연의 몽환스럽고 쓸쓸한 감성이 '사계' 노랫말이 표현하는 정서와 잘 어울린다. 황홀하고 천국같은 봄이지만 그럴수록 외로운 사람은 더 외로워지는 것 아닐까. 그들에게 태연의 '사계'는 감미로운 위로를 준다. 역시 봄에는 달달한 이별노래(?)다. 

포근하고 달달하면서도 슬픈 이 감성은 '사계'처럼 멜로디는 리드미컬하면서 가사는 애틋할 때 제대로 표현되는 것 같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악기 구성의 '사계'는 얼터너티브 팝 장르로, 후렴구의 풍성한 스트링 선율이 복합적인 이별의 감성을 극적으로 몰고간다.

"사계절이 와 그리고 또 떠나/ 내 겨울을 주고 또 여름도 주었던/ 온 세상이던 널 보낼래/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

이렇게 자신에게 묻듯이 첫 구절이 시작된다. 독백이란 점에서 홀로 회상하는 듯한 고독한 분위기도 감돌면서 한층 쓸쓸한 감성이 전해진다. 

 
태연 태연의 신곡 '사계' 뮤직비디오 티저 이미지

▲ 태연태연의 신곡 '사계' 뮤직비디오 티저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언제야 봄이던가/ 맞아 그땐 한참 서로가/ 셰익스피어의 연극 같은/ 마지막이 될 사랑 마주한 듯/ 둘밖에 안 보였나 봐/ 다른 걸 좀 보고파"

'셰익스피어의 연극 같은'이란 가사가 근사하다. 갑자기 비발디의 '사계'가 떠오를 만큼 클래식한 멋이 넘치는 대목이다. '다른 걸 좀 보고파'란 구절 직전에 잠깐 쉼을 두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그토록 열정적인 사랑이 변해서 확 꺾여버리는 터닝포인트를 연상하게 한다.

"서로를 그리워했고/ 서로를 지겨워하지/ 그 긴 낮과 밤들이/ 낡아 녹슬기 전에/ 우리 다시 반짝이자/ 또 계절이 바뀌잖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시간 속에 낡아 녹슬어버리기 전에, 서로 새로운 선택을 하고 다시 반짝이자 말하는 데서 이별이 주는 '희망'도 엿보인다. 이별은 슬프지만 더 행복해지기 위해, 다시 빛을 되찾기 위해 거치는 것이라면 그것은 바뀌는 계절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또 계절이 바뀌잖아'란 마지막 부분, 담담한 진리(?)의 한마디는 늘어지는 설명을 붙이지 않고서 툭 던져진 '팩트'라서 더 아프다. '또' 바뀌는 계절에서 우리는 사랑의 피고짐을 본다.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 내가 너를 사랑했을까/ 내가 너를 사랑했을까"

'정말 내가 너를 사랑했을까'라고 반복해서 묻는 혼자의 질문이 왠지 봄처럼 투명하고 외롭다. 네 개의 계절이 각각 올 때마다 모두 '새 계절'이지만, 봄은 왠지 더 새 계절 같다. 그러니 낡은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을 찾아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계절이다. 이별하기도, 사랑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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