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힙합 그룹 에픽하이가 지난 11일 새 EP < sleepless in ______ >으로 돌아왔다. 2017년 9번째 정규 앨범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 이후 2년 만의 컴백. '잠들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음악'이라는 설명처럼 잔잔하고 편안한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특히 'Lullaby For A Cat'은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잠들게 하는 음악'으로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허나 앨범 전체로는 아쉬움도 있다. 
 
 에픽하이의 ‘Lullaby for a cat’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말 ‘고양이를 잠들게 하는 음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픽하이의 ‘Lullaby for a cat’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말 ‘고양이를 잠들게 하는 음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타블로 트위터 캡쳐

 
에픽하이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은 데뷔 16년 차 베테랑이 됐고 그들의 문법도 이미 과거의 것이 됐다. 이를 담담히 인정하며 지난날을 회고한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 이후 그들의 첫 앨범은 실험 대신 익숙함을 다듬는 쪽을 향한다. 서정적인 선율과 진중한 단어 선택으로 빚는 우울의 해독, 멜랑콜리한 '에픽하이 감성'의 유지다. 

2000년대 중후반 실시간으로 그들의 음악을 위로 삼은 세대에게 < sleepless in __________ >는 특별하지 않은 작품이다. 울림 시절 정규 앨범과 < Lovescream >과 < 魂: Map The Soul >, 타블로의 <열꽃>으로 이어지는 감각에 충실하다. <신발장>의 '헤픈 엔딩'과 '스포일러'로 팀을 처음 접한 이들에겐 '연애소설'의 아련함이 이어지니 만족스럽다. 불안과 고독의 정서를 담는 공식은 안전하다. 

달리 말하자면 팀의 긴 커리어 중 몇 순간을 발췌하여 옮겨 놨다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묵묵함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인상을 주는데, 의외로 그 원인은 랩에 있다. 'In seoul'과 '술이 달다'에서 타블로와 미쓰라의 랩은 투박하고 게스트 보컬들은 각자의 개성을 전혀 살리지 못한다. 전자는 타블로의 절망과 미쓰라의 비판이 어지럽게 뒤섞이다 흩어져버리고, 후자의 경우 과한 감정선이 차분해야 할 부분에서도 몰입을 방해한다.
  
 에픽하이의 새 앨범 < sleepless in __________ >는 팀의 전작 < Lovescream >, < 魂: Map The Soul >처럼 소품집 형태로 되어있다.

에픽하이의 새 앨범 < sleepless in __________ >는 팀의 전작 < Lovescream >, < 魂: Map The Soul >처럼 소품집 형태로 되어있다. ⓒ Ours. Co

 
나머지 곡들에서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펑키한 기타 리프를 아래 깔고 유연한 전개를 보여주는 '새벽에' 역시 타블로의 랩이 돌출되어있으며 미쓰라의 메시지는 너무 비장하다. 코드 쿤스트의 프로듀싱과 유나(Yuna)의 개성 있는 음색이 의외의 성취를 가져온 'No different'도 솔로곡이 더 나았을 것이란 기대를 품게 만든다. 곳곳에 보컬 샘플을 심어둔 '비가 온대 내일도'는 자욱한 신스의 먹구름 아래 랩은 속절없이 쓸려내려간다.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전달 방식은 다듬어야 했다.

잘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긴 커리어 동안 에픽하이는 이런 형태의 작은 소품집으로 숨 고르기를 해왔다. 생각 많아 잠 못 드는 밤에 손이 가는 노래. 고양이가 들으면 바로 잠드는 노래. 2019년의 에픽하이와 < sleepless in __________ >은 딱 기대한 만큼을 들려준다. 머무르는 것은 여기까지만이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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