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아인 오방간다> 스틸 사진.

<도올아인 오방간다> 스틸 사진.ⓒ KBS

 
그러니까, '따옴표 보도'가 문제다. 강연이나 방송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히 논쟁적인 한 두 발언만 꼭 짚어 제목으로 뽑는 기사들은 그 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격이다. 최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도 방송 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이 일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13일 '완전한 독립을 위하여. 해방과 신탁통치' 편에서 나왔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올은 "김일성과 이승만은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자기들의 일종의 퍼핏(puppet), 괴뢰"라며 "(이 전 대통령을) 당연히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련이야말로 한국을 분할 점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국이 분할 점령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 소련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독립시키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신탁통치에 찬성했으면 분단도 없었을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 발언을 최초로 "따옴표" 보도한 언론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가 20일 해당 발언을 보도했고, 이튿날인 보수 성향의 노조인 KBS 공영노동조합이 성명을 냈다.
 
공영노동조합은 "김용옥씨가 이미 특정 이념과 정파성에 경도된 인물이라고 치더라도 그의 발언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낸 KBS가 공영방송이 맞느냐"라며 "심의규정이나 제작 가이드라인에 게이트키핑이 작동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 노조는 "(KBS가) 당장 김 씨를 퇴출하고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에 대한 KBS 반응은 비범했다. KBS는 "김 교수가 이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김일성 역시 '괴뢰'라고 비판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방청객 질문 과정에서 4·19혁명으로 퇴진한 고 이 전 대통령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이 적절하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김 교수가 부적절하다고 답변하면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도올의 발언은 이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기존 학계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날 것 없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도올은 최근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을 집중 조명하는 <우린 너무 몰랐다 해방>이란 신간을 출간 하고 해방 이후 정국에 대한 비판적이고 수정적인 해석과 시각을 설파하는 도중이다.

'나무'만 보고 '숲' 보지 않는 이들
    
 <도올아인 오방간다> 스틸 사진.

<도올아인 오방간다> 스틸 사진.ⓒ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스틸 사진.

<도올아인 오방간다> 스틸 사진.ⓒ KBS

  지난달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우린 너무 몰랐다' 시리즈를 방송한 도올은 같은 달 21일 이런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가 쉽게 얘기해서 전두환 같은 사람만 해도 우리가 저 사람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5.18 같은 그 사태를 일으키는 거죠. 그런 것처럼 이승만은 여순 옳다. 이 기회에…
 
그러니까, 그래서 그 짧은 시간에 운동장에다가 모아놓고, 시민들을, 1만 명을 학살해 버리니까. 어린애까지 다 색출해 죽이라고 그랬어요. '이승만의 포고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린아동들까지도 다 죽여라.' 포고문에 실제로 있습니다. 이승만의 정확한 언어입니다."

 
이 같은 시각에서, 전체 12회 방송에서 '해방과 신탁통치'란 주제를 마주한 도올이 방송이라는 이유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도올 특유의 화법에서 수반된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표현 자체는 관점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KBS 공영노조이 주장하는 도올의 '방송 퇴출'은 과하다는 얘기다.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이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하며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세대를 뛰어넘으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작진이 소개한 프로그램의 의도다. 아울러 이 방송이 도올의 짤막한 강연에 이어 또 다른 진행자인 배우 유아인, 그리고 방청객들의 문답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작진의 편집이 필수라 하더라도, 더 '센' 견해를, 날카로운 질문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의 형식 자체가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매력이란 사실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23일 방송되는 <도올아인 오방간다> '제주 4.3항쟁과 여순민중항쟁' 편의 녹화가 진행된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공개홀. 12회로 예정된 방송 마지막 녹화였던 만큼 방청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공개홀은 그러한 도올의 '센' 발언과 쏟아지는 방청객들의 생생한 질문들, 그리고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이 살아 숨쉬는 현장이었다.
 
열강 그리고 열띤 문답으로 뜨거웠던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지식 버라이어티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제작발표회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예식장에서 열렸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첫 TV쇼를 도전하는 배우 유아인이 도올, 시청자와 소통하는 형식의 버라이어티쇼이다. 5일 첫 방송.

지식 버라이어티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제작발표회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예식장에서 열렸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첫 TV쇼를 도전하는 배우 유아인이 도올, 시청자와 소통하는 형식의 버라이어티쇼이다. 5일 첫 방송.ⓒ KBS

 
"일제시대보다 해방 후 3년 동안 우리 민중들에게 더 끔찍한 일이 많이 벌어졌어요."
 

여전히 논쟁적인 소재일 수밖에 없는 제주4.3항쟁과 여순민중항쟁을 개괄하기 위해, 방송 초반 도올은 공을 들여 강연을 이어갔다. 도올은 "왜 제주 인민위원회 조직은 유별나게 강하고 끝까지 버텼는가"를 필두로 1947년 제주 관정덕에서 진행된 3.1절 기념대회 당시 이미 제주에서는 "민주국가를 세우자"거나 "자주통일을 이루자"와 같이 이미 "3.1 혁명 정신"을 외치는 구호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었다.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주4.3이 이 3.1절 기념대회 발포사건으로부터 시작됐음을, 이 3.1 정신을 계승한 운동으로 인해 3만이 넘는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도올은 이 출발을 놓치지 않았고, 이어 '미군정'의 묵인 하에 1948년 제헌 국회의 헌법 초안에도 없던 계엄령이 제주 전역에 내려졌고, 이후 불법 선거와 초토화 작전과 토벌대에 의한 학살의 역사를 빠르게 정리했다.
 
열강 또 열강이었다. 도올은 제주4.3항쟁과 그로 인해 촉발된 여순항쟁이 1947년 트루만 독트린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를 공고히 하는 사건이자, 해방정국에 있어 이승만 정부를 공고히 하는 사건이라 규정했다. 그로부터 자행된 학살을 두고 도올은 "줄지어 유태인들을 가스실로 보냈던 아우슈비츠보다 훨씬 더 잔인한 학살"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전체를 지면으로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이런 강연이 KBS를 통해 토요일 오후 전국에 방송된다는 사실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유아인과 방청객과의 문답 역시 열띤 '역사와의 대화'로 이어졌다.
 
제작진은 마치 마지막 회의 열정을 불사르려는 듯, 3시간 반 넘게 진행된 녹화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오방신' 이희문도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스승인 이춘희 명창 등과 소리 공연에 나선 이희문은 퓨전을 넘어 '독창성이란 이런 것'을 몸소 실천하는 중이었다. 비록 방송은 50분 정도로 편집되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잠시를 제외하고 강연과 문답 형식의 녹화 현장은 생방송 그대로였다.
 
제일 놀라운 것은 관객들의 집중도였다. 자칫 피곤할 수 있는 장시간 녹화였지만, 말 그대로 남녀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청중들이 도올과의 문답을 그 자체로 즐기고 있었다. 제주 출신이라는 청중부터, 오늘 처음 제주4.3을 알게 됐다는 관객까지, 이들은 도올의 역사 강의를 몸소 체험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쏟아지는 (자신만의 감상을 포함한) 질문 세례를, 도올과 유아인 역시 즐기고 있었다. 청중과 강연자가 혼연 일체가 되는, 그리하여 역사와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펼쳐내는 방송 녹화 현장이라니. <도올아인 오방간다>를, 도올을 향한 '따옴표 보도'는 이러한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면 분명 나올 수 없거나 재고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아닐는지.
 
도올과 유아인, 두 진행자는 녹화 말미 서로에게 맞절하며 감사를 표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두 사람이 적극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도올을 쏟아지는 박수 세례에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본인들도 공영방송에서 펼쳐진 전무후무한 '난장' 무대를 기획하고 펼쳐내며 느꼈을 감회가 남달랐을 터다. 앞서 유아인 역시 자신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고백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음 달 4일, 제주4.3 평화공원에서는 제주4.3 71주년 추념식을 맞는다. 최근 국방부와 경찰청이 제주4.3 당시 벌어진 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던 70주년 추념식 이후 4.3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 마지막 회는 그러한 제주4.3을 향한 국민적 관심을 북돋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송이 될 듯 싶다. 그러니 부디, 도올의 발언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이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오늘 방송을 직접 보시기를. '따옴표 보도'를 쏟아냈던 언론 역시도.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이야말로 '역사와의 대화'의 첫 시작 아니겠는가.  
 
 지난 9일 KBS 신관공개홀에서 진행된 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지난 9일 KBS 신관공개홀에서 진행된 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하성태

 
 지난 9일 KBS 신관공개홀에서 진행된 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지난 9일 KBS 신관공개홀에서 진행된 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하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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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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