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휘날리는 KBS 깃발 KBS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안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걸린 KBS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바람에 휘날리는 KBS 깃발 ⓒ 이희훈

 
KBS의 과거 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아래 진미위)가 과거 KBS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지난 12일 제10차 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과거 KBS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 조사 보고서를 채택·의결했다고 21일 밝혔다. 

KBS 진미위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치러진 KBS노동조합 제12대 위원장 선거에서, 출마한 네 명의 후보 중 최종 결선 투표에 오른 후보는 둘이었다. 이병순 사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선명하게 내세웠던 기호 4번 김아무개 후보(34.7%)가 1위를,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 당시 노조 집행부 부위원장을 맡았던 기호 1번 강아무개 후보(30.9%)가 2위를 했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가 실시됐다. 

2008년 KBS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정황 드러나 
 
결선 투표를 하루 앞둔 11월 27일, 통상적으로 12월에 시행되던 연말 지역 위문을 이례적으로 앞당겨 전격 시행됐다. 진미위는 이 일이 이병순 사장을 강하게 반대했던 4번 후보가 1위를 차지하자 위기감을 느낀 경영진의 '꼼수'라고 봤다. 경영진 위문을 명분으로 지역국을 순회하며 조합원들에게 노조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복수 진술에 따르면, 당시 지역을 방문한 간부들은 직원들을 구내식당에 모아놓고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요구했고, '방송기술 직종 후보가 위원장이 되지 않으면 기술직 직원들은 분사나 아웃소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직종 간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으로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장급 간부들이 참여하는 간부회의에서 노조선거에 대한 대책이 빈번하게 논의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결국 결선투표에서 순위가 역전됐고, 1차 투표에서 2위였던 강 후보가 50.2%로 당선됐다.  

진미위는 "당시에도 사내 게시판에 경영진의 노조 선거 개입을 고발하는 글들이 게재됐지만,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라면서 "이 같은 선거개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조 노동조합 운영 지배개입'을 위반한 것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또, 단체협약 제19조 '부당노동행위 금지'에도 위반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소시효기간인 5년을 경과해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다. 

진미위는 보고서에서 "KBS 역사상 유례 없는 사측의 노골적인 노조선거 개입으로, 이로 인해 노동조합의 분열과 극심한 노노·노사 갈등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미쳤으며, 궁극적으로 KBS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간부들의 파업 비난 성명, 거부한 간부는 보직 해임
 
"길환영 퇴진"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5일 오후 여의도 KBS본관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는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KBS노조와 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박근혜 사과' '길환영 해임'을 촉구하는 연대집회를 열고 있다.

▲ "길환영 퇴진"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5일 오후 여의도 KBS본관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는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KBS노조와 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박근혜 사과' '길환영 해임'을 촉구하는 연대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폭로했을 때, KBS 양대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는 공정방송 쟁취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이때도 사측이 개입해 파업을 무력화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길환영 사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간부들의 보직사퇴도 잇따랐는데, 당시 KBS 사측 임원과 국·부장급 간부들이 파업을 비난하고, 업무 복귀를 종용하는 성명서를 일제히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약 77명의 간부가 연명했다. 진미위는 "당시 연명을 한 간부들 중 일부는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간 사례도 있었고, 본부장·국장이 강압적으로 지시해 거부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끝까지 연명을 거부한 간부 중 일보는 보직해임된 경우도 있었다. 

진미위는 "간부들을 독려해 파업을 비난하거나 업무 복귀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는 노조법의 노동조합 운영 지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공영방송의 가치를 위해 일해야 하는 공영방송인의 책무를 훼손한 것은 물론, 보직간부가 되면 그러한 보편적 가치 추구보다 명령체계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청원경찰 동원해 사이버 여론 조작도 
 
'길환영 KBS 사장 퇴진' 대형현수막 펼치는 KBS 양대 노조 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KBS 연구동 외벽에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형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양대 노조는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KBS 이사회에서 표결 처리가 연기되자, 오늘(29일) 오전 5시부터 공동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에 대해 "권력만을 바라보며 진실을 외면했던 공영방송 KBS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KBS는 국민의 방송이며 오로지 국민만이 주인이기에 국민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 '길환영 KBS 사장 퇴진' 대형현수막 펼치는 KBS 양대 노조 2014년 5월 29일, 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KBS 연구동 외벽에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형현수막을 내걸었다. ⓒ 유성호

 
KBS 청원경찰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괄 관리하며 파업 비난 댓글을 달거나 추천, 찬반 표시 등을 올려가며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려 한 시도도 드러났다.  

지난 2010년 7월, '연봉 계약직 청원경찰 일동' 명의로 집회 당시 조합원들과 청원경찰들의 충돌을 문제 삼아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게재된 일이 있었다. 진미위는 당시 복수의 대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본인 이름으로 댓글이 작성됐다"거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댓글을 달고 '추천'을 눌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이러한 행위에 동참하지 않은 대원들에게는 근무 배치와 근무 고과를 불리하게 주거나, 비연고지 발령 등 여러 형태의 불이익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반대로 이를 주도한 모 경비단장은 각종 비리 문제가 2009년 감사에서 적발돼 '파면' 요구가 내려졌으나, 2009년 김인규 사장과 이길영 감사 취임 이후 재감사를 실시, 석연찮은 이유로 '감봉 1개월'로 경감됐다. 

진미위는 "이러한 부당노동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당 조사 결과를 내외에 발표하고, 연수원이 향후 직원 교육에 활용할 것을 사장에 권고했다"면서 "2014년 보직 간부들의 집단 성명 게시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5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필요시 감사실의 추가 감사를 통해 처분 조치할 것도 권고했다"고 밝혔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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