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격변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른바 '런던 세대'라 불리던 기성용, 구자철 선수가 은퇴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전후로 미드필더로서 중심을 잡으며 공수 윤활유 역할을 했던 기성용, 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이끌었던 구자철. 두 선수가 국가대표에서 맡았던 역할과 희생, 헌신 등은 참으로 대단하고 박수받을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축구팬들도, 현 대표팀의 수장 벤투 감독도 이 두 선수의 은퇴를 만류하곤 했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한국 기성용이 우루과이 선수를 상대로 드리블하고 있다.

기성용 선수의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아쉽지만 기성용과 구자철 선수는 지난 아시안컵을 마친 후 명예롭게 대표팀을 떠났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 속담처럼 지금 대표팀에 둘의 공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 보인다. 그래서 두 선수의 은퇴가 더욱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두 선수의 후계자를 찾는 일은 무의미하다. 시간을 돌려 박지성 선수가 2011년 아시안컵을 마치고 은퇴하던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박지성 선수는 장거리 비행에 의한 무릎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는 본인이 직접 김보경 선수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계자'로 지목된 김보경 선수는 우리의 바람만큼 대표팀에 기여하지는 못했고, 8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사실상 박지성의 후계자는 찾지 못했다. 같이 은퇴했던 이영표 선수의 후계자 찾기도 결국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슷한 성향의 선수 찾기' 말고 공백 메우기에 집중해야

결국 문제는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박지성을 완전히 대체할 똑같은 선수 찾기에 목멜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선수들로 어떻게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 대표팀도 엄밀히 말하면 권창훈, 이재성 등의 선수들의 가세로 박지성의 공백을 메운 것이다.

하지만 권창훈, 이재성도 박지성의 후계자라고 불리지는 않는다. 기성용, 구자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기성용만큼 공격과 수비 능력, 정확한 패스 능력을 가진 선수는 현재 사실상 없다. 설사 이강인, 황인범, 주세종 등의 선수가 기성용의 후계자라고 불리더라도 이들 선수는 기성용과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공 다툼하는 황인범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후반 황인범이 공다툼을 하고 있다.

황인범 선수의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결국 전술로써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를 인지한 벤투 감독도 볼리비아, 콜롬비아 2연전에서 주세종과 황인범의 중원 조합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 때에 따라 중앙에서 뛰는 것이 편하다고 밝힌 이강인도 중원 조합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공격과 패스 능력이 뛰어난 황인범과 포백 수비라인 앞에서 라인 조율과 수비에 치중하는 주세종의 조합으로 중원을 구성하겠다는 벤투 감독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다.

기성용과 구자철 선수의 은퇴가 아쉽지만, 이미 떠난 선수들은 가슴 한 켠에 추억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선수들의 조합과 새로운 전술로 판을 짜야 할 시기다. 이미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단순히 특정 선수의 후계자 찾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박지성의 후계자, 기성용의 후계자가 없다며 경기 결과에 관한 핑계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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