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3년만의 새 음반 < Our love is great >를 발표한 백예린

3년만의 새 음반 < Our love is great >를 발표한 백예린ⓒ JYP엔터테인먼트

 
솔직히 이 정도일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방송보단 소극장, 음악 페스티벌 공연 위주로 활동해왔던 백예린이 2년 4개월여간의 공백을 깨고 새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확실히 JYP 엔터테인먼트의 동료 가수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활동이었고 긴 시간의 공백은 자칫 대중에게 잊힌 게 아닐까 우려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발매된 미니 앨범 < Our love is great >는 이러한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 버렸다. 인터뷰, 쇼케이스 등 앨범 발매를 앞두고 으레 진행하는 별다른 프로모션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예린은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타이틀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부터 '야간 비행' '지켜줄게' 등 대부분의 수록곡이 상위권에 줄을 섰다. 특히 한 앨범에 두 곡이 1, 2위를 다투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아이유 이후 오랜 만에 목격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싱어송라이터 백예린은 보란듯이 다시 돌아왔다.

백예린 고유의 감성은 그대로
 
 백예린의 신보 < Our love is great > 표지

백예린의 신보 < Our love is great > 표지ⓒ JYP엔터테인먼트

 
총 7개의 트랙이 수록된 < Our love is great >에서 확실하게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는 곡은 역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야간비행', 그리고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다. 감성적인 발라드와 트렌디한 R&B, 재즈 팝 등이 지난 고유의 특징을 적절히 섞으면서 백예린 특유의 음색으로 이를 적절히 버무려 낸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는 Gm -Bb - Gb - F - D 라는 기본 코드에 뼈대를 두고 몇 가지 음을 여기에 첨가한 텐션 코드(Tension Chord)로 변형시키는 재즈 특유의 화법을 적극 활용한다. 거친 입자의 필터를 거친 듯한 소리의 가공으로 마치 1960년대의 풍경을 그려낸 레트로의 기운까지 담는다. 음의 낙폭을 키우면서 폭발력 있게 소리를 터뜨리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도입부(Verse)의 멜로디 진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성을 지닌 후렴구는 자칫 평이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백예린 고유의 음색과 맞물려 듣는 내내 곡에 대한 몰입도를 키워준다.

피아노 하나에만 의존한 채 힘을 빼고 정감어린 목소리로 노래하는 'Dear my blue'는 'Our Love is great'와 더불어 고전 재즈의 기운을 내뿜기도 한다. 특히 영어로만 이뤄진 가사도 그런 분위기에 한 몫하는 것으로 들린다. 2가지 버전으로 함께 담긴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은 비교하며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카더가든이 참여한 버전은 소규모 밴드 구성의 악기 편성으로 1970년대식 복고풍의 R&B를 들려주는 데 반해 '2017 버전'은 재즈 기타 반주만으로 소박하지만 진솔한 마음을 곡에 녹여낸다.

길었던 기다림... 충분히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3년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 백예린

3년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 백예린ⓒ JYP엔터테인먼트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녀의 '우주를 건너'(2015년), 'Bye bye my blue' (2016년)등을 언급하곤 한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악곡 구조, 특별한 기교나 힘을 들이지 않고도 큰 울림을 선사하는 목소리는 고정 팬을 착실히 확보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신작 발표는 기약조차 없었지만 각종 공연에서 부른 미공개 신곡들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그녀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줬다. 특히 'Square'는 많은 팬들이 정식 발표를 학수고대할 만큼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여준 곡이었다. 음악 페스티벌 등 몇몇 공연장에서만 선보인 이 곡의 직캠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아쉽게도 'Square'의 정식 공개는 다음 기회로 미뤄졌지만 < Our love is great >는 기다린 만큼 충분한 보답이 될 만한 내용물로 채워졌다.

지난 2015년 솔로 데뷔 이래 작곡, 편곡 연주 등에서 백예린과 멋진 호흡을 보여준 구름(그룹 바이바이버드맨 소속, 전 치즈 멤버)가 또 한번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각종 공연에서 좋은 내용물을 선사했던 재즈 키보디스트 윤석철도 힘을 보탰다. 여기에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 우승으로 화제를 모은 카더가든까지 가세해, 백예린의 신작은 동료 음악인들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었다. 지난 2년 4개월의 기다림은 결코 헛된 시간 낭비가 아니었음을 그녀는 < Our love is great >를 통해 증명해냈다. 정말 모처럼 귀와 마음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음악을 만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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