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

영화 <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 ⓒ UIP코리아

 
<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는 제목만으로 당신이 한 남자의 오랜 숙원의 깊이를 가늠하고 염려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쓸데없는 오지랖은 잠시 넣어두자. 영화를 본 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영화의 주인공이 총각딱지를 떼는 흥분이 범람하는 순간이 나닌 다른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친구들과 수 시간 동안 갑론을박 토론할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그러나 제목만으로 사람의 호기심을 박박 긁어대는 영화는 흔치 않다. 40살까지 못해봤다니. 그 어떤 제목보다 불온하고 혼란하며 동시에 답이 뻔히 유추되는 영화의 제목 앞에 우리는 무릎을 꿇고 감사하게 된다. 동시에 걱정하게 된다. 무엇을 못해봤다는 걸까. 연애를 못해봤다는 걸까. 섹스를 못해봤다는 걸까. 설마 나도? <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처럼 단순하고 직설적이고 뻔한데 관객을 흡사 종교적 귀의에 빠지게 하는 제목을 가진 영화는 정말 흔치 않다.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컷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컷 ⓒ UIP코리아


관객들은 걱정근심 또는 안도와 호기심을 각자 감싸 안은 채 앤디 스티저(스티브 카렐)라는 남자를 마주하게 된다. 대형 가전제품 매장에서 일하는 마흔 살의 이 남자. 이 성실한 직원을 주위 동료들은 수상한 눈으로 본다. 그가 친구나 애인을 만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차도 오토바이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그를 급기야 연쇄살인마가 아닌지 의심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과 연쇄살인마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료들은 친목도모를 위해 자신들의 저녁 파티에 앤디를 초대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수컷들의 섹스 스토리. 여기서 모두가 의심하던 앤디의 정체가 탄로난다. 그렇다. 앤디는, 지금까지, 섹스를, 해본 적이, 없던 것이다. 무려 사십 년 동안!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컷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컷 ⓒ UIP코리아

 
이 잔인한 현실 앞에서 앤디보다 최소 10년은 젊은 혈기왕성한 동료(라고 쓰고 자칭 섹스 마스터라 읽는다)들이 앤디의 총각떽지 졸업을 도우려 나선다. 이 과정은 다소 산만하다. 포르노 테이프를 한가득 가져와 예습교재로 사용하라거나 여자들과 클럽에서 원나잇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러나 자위행위와 섹스가 일종의 제사의식과 판타지에 가까운 앤디에게는 모든 것들이 버겁다. 그러다 우연히 매장에서 트리쉬(캐서린 키너)를 만난다. 앤디는 순간 심장이 멎는다. 드디어 찾았다. 이 여자다 싶은 거다. 앤디는 트뤼시에게 마음을 뺏긴다.
 
이 국면에서 영화는 앤디가 트뤼시와 섹스를 시도하기보다는 대화와 연애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비튼다. 사실 앤디는 여자를 두려워한다. 과거 자신의 성경험에서 벌어졌던 실수와 실패 탓이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숙한 남자다. 유일한 취미라고는 피규어에 도색을 하거나 오래된 장난감을 포장도 뜯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고, 겨우 잡힌 분위기 속에서는 콘돔을 어떻게 착용하는지 몰라 허둥댄다.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컷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컷 ⓒ UIP코리아

 
이 미숙한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벗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몸과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동료들 모두 섹스에 미쳐 날뛸 때 이 상황이 내가 진짜 원하는 상황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앤디. 어찌 이 남자를 응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는 분명한 화장실 섹스코미디의 전형을 갖추고서 진정한 사랑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두를 던진다. 그렇기에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유분방한 섹스와 거침없는 섹스토크가 보편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순수한 사랑이 가능한 것일까. 나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위해 오랜 시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외피의 수위로만 따지면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 그러나 내피의 메시지를 고려할 때 이 영화는 전체관람영화다.
덧붙이는 글 1. 네. 첨부된 이미지에 나오는 익숙한 한 남자. <앤트맨>의 주인공 스콧 랭, 포 러드가 맞습니다.
2. 감독 아파토우는 배우들이 쉽고 편안하게 연기하도록 단순히 대본을 읽는 것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는 즉흥연기를 요구했습니다. 그 모든 대화가 사실 짜여진 합이 아닌 애드립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입니다.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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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잘 쓰진 못합니다. 대신 잘 쓰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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