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스틸 컷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스틸 컷 ⓒ trigon-film

 
덴마크 여성 감독, 로네 셰르피(Lone Scherfig)의 <낯선 이의 친절, The Kindness of Strangers>로 개막했던 제 69회 베를린영화제에서는 '독일 여성 감독 회고전' 이외에도 여성 감독의 다양한 신작들이 유난히 돋보이는 한 해였다.  

도발적인 타이틀로 영화제 기간 화제를 모았던 마케도니아 베테랑 감독, 테오나 미테브스카의 신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God Exists, Her Name Is Petrunya>는 베를린영화제에서 두 부문의 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독일 내 아트하우스영화관 협회의 회원들이 선정하는 길드필름상 (Guild Film Prize)과 아울러 개신교(INTERFILM) 및 카톨릭(SIGNIS) 국제영화협회가 주는 최고의 상, 에큐메니칼심사위원상(Ecumenical Jury Award)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세 자매>(2007년)와 <눈물을 거부한 여인>(2012년)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시네필을 만났던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은 국내 시네필에게도 다소 친숙한 인물이다.

마케도니아의 남성중심적 사회를 지속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해온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의 화제작은 그의 5번째 영화로, 몇년 전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다. 여주인공 페트루냐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A+ 학점의 수재지만, 30대가 되도록 취업을 못해 부모님의 큰 걱정거리다. 가까스로 얻은 인터뷰를 망친 그녀는 귀갓길에 우연히 마케도니아 정교회의 한 종교적 행사에 참가하게 된다.

동방정교회를 믿는 나라의 곳곳에서는 일년에 한 번 (1월 9일), 신부가 십자가를 강물에 던지는 종교의식을 치룬다. 최초로 십자가를 건지는 이는 그 해 행운을 얻는다는 믿음때문에 수많은 남성들이 강물로 뛰어들곤 한다. 문제는 이 종교행사에는 남자들만 참가해야한다는 불문률이 있다. 주인공 페트루냐는 거듭되는 취업의 실패와 불만족스런 삶에 대한 좌절감 때문인지 동물적인 본능으로 물속에 뛰어들고 십자가를 최초로 건지는 행운을 얻는다. 그러나 여성을 전적으로 배제한 전통과 사회적 금기를 깨트린 그녀는 엄청난 모욕과 수모와 마주친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는 경찰서에서 불법 신문을 받고, 기득권을 빼앗겨 화난 남성들은 떼로 몰려가 그녀에게 십자가를 내놓으라며 갖은 욕설과 공격을 가한다. 페트루냐는 자신을 '양의 탈을 쓴 늑대'로 악마화하는 가부장적 사회와 홀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다시 태어난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 사실에 주목한다. 그녀는 본인만 깨닫지 못했을 뿐, 또 다른 여성 리포터 (동생 라비나 미테브스카 분)는 경찰서 밖에서 밤을 새가며 그녀를 힘차게 응원한다. 그리고, 외친다. "우리가 전통에만 집착하면, 우리는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 외침은 아마도 본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의 내면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참고: 2014년 1월, 처음 여성이 십자가를 건졌을때 이를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유튜브로 널리 확산되며, 큰 화제를 불렀다.
 

스스로를  페마르티비스트 (FEMARTIVIST: 페니미스트 +아티스트 +액티비스트)로 규정 명명하는 당당한 여성 감독, 테오나 미테브스카씨는 여성의 관점을 제시하는 영화제작으로 가부장적사회의 부조리와 싸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계 내 성평등을 위한 행사에도 참석해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2월 21일과 22일, 이틀간 열렸던 '영화계 내의 성평등' 국제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여성 영화인들의 권리증진을 위한 정책제정과 아울러, 여성 영화인들의 강력한 연대를 호소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의 신작이 돋보였듯이, 컨퍼런스에 참가한 많은 여성 영화인들 중,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돋보였다. 본 영화와 성평등에 관한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과의 일문일답을 전한다.

"더 크게 외쳐라! 예의바른 이들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 베를린영화제에서 기쁜 소식을 들었다. 길드필름상과 에큐메니칼심사위원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브리티시필름인스티튜트(BFI: British Film Institute)의 앤드류 (Geoff Andrew) 평론가는 이 영화를 "생동감 넘치는 페미니스트 풍자"라며 "여주인공은 가부장적인 교회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평했는데 이에 동의하는지. 또한, 교회를 비판했는데 종교단체로부터 상을 받은 것도 흥미롭다. 
 "고맙다. 물론이다. 앤드류씨의 평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에큐메니칼심사위원들이 원칙적으로는 개신교와 카톨릭 신자지만 그들은 상당히 진보적이고 열린 사고를 지녔다. 이들이 그간 선정한 리스트를 보면 무척 인상적이다. 칸 영화제에서 라이너 파스빈더(Rainer Fassbinder) 및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도 상을 받았다."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스틸 컷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스틸 컷 ⓒ trigon-film

 
- 이 영화를 아직 못 본 관객들에게 어떻게 작품소개를 하고 싶은가. 관객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2014년에 한 여성이 십자가를 얻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었고 그녀는 제일 먼저 그것을 잡은 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는 그녀를 압박했으나 '나는 십자가를 잡았고,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교회에 양도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종교, 국가, 여성의 관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내게 준 셈이다. 그리고, 나는 마케도니아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어떻게 여성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God Exists, Her Name Is Petrunya>는 한마디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개인의 힘에 관한 영화다. 여주인공 페트루냐는 원대한 야망이 없는 평범한 인물이고, 냉혹한 현실에서 길을 잃은 개인이다. 그러나, 불과 이틀만에 그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웅으로, 변화의 힘으로 변모해간다. 그녀는 놀라운 여정을 한다.   
    
우리는 유명인을 너무 숭배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셀레브러티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편이다. 나는 사회의 변혁 내지는 혁명이 이런 유명인들로부터 시작한다고 믿지 않는다. 평범한 여성과 남성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마케도니아 사회는 성평등의 관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는데, 종교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지.
"물론, 발칸반도 전역은 무척 가부장적이고 종교 중심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마초문화는 전 세계에 두루 존재한다. 우리의 현재 시스템은 이런 남성중심적인 뿌리와 교리에 기반해 형성되었다. 발칸반도는 독특한 곳이다. 우리는 사회주의체제를 겪었는데, 최소한, 그 당시, 성별 임금 격차는 없었다. 그러다가 발칸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이후 종교는 갑자기 중요한 양상을 띄게 된다. 경제가 파탄나고, 유고슬라비아공화국이 산산조각으로 해체되는 혼란기를 겪으며, 다수의 시민들은 종교에서 위안을 찾고자 한 것 같다. 힘든 시기에 위안을 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종교는 쉬운 출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종교는 우리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현상은 많은 국가에서 찾아 볼 수 있겠다.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우리는 여성해방에 대해 논할 자유가 있으나, 내일 갑자기 이런 기본적 권리조차 순식간에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한다."   
 
- 본인 스스로를 예술적 차원과 페미니스트로서의 사명을 중시하는 페마르티비스트 (FEMARTIVIST)로 규정한다고 위키피디아에서 읽었다.   
"그렇게 발언한 적이 기억난다. 다시 상기시켜줘서 고맙다. 언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단순한 소통의 수단을 넘어, 우리는 언어로 자신을 정의하고 묘사하며 타자들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엔, 아직도 소수의 여성들만이 '연대' (Solidarity)'라는 단어를 애용한다. 우리는 여성들의 연대를 더 공고히 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남성 편향적인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게 영화작업은 일종의 '예술행위를 통한 액티비즘'이다. 예술은 자극하고, 도전하고, 금기를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용감하게 누구도 감히 던지지 못하는 질문을 해야한다. 물론, 예술은 경험과 형식도 중요하지만, 워낙에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적 상황이 중하다보니 이런 예술가들의 사회적 책무가 필요하다. 요즘엔 너무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 그만 둬라. 세금낭비가 아닌가."

- 영화작업 이외에, 따로 여성운동에 직접 참여도 하는지.  
"나는 본인의 투쟁을 잘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내 삶의 전투는 아들을 잘 양육하는 것과 내가 애정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포스터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포스터 ⓒ trigon-film

 
-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있다면.
"<토니 에드만 Toni Erdmann> (2016)을 연출하고 제작했던 독일 감독 마렌 아데 (Maren Ade)를 애정한다. 2009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던 그의 <에브리원 엘스 Everyone Else>는 정말 놀라웠다. 아르헨티나 출신, 루크레시아 마르텔 (Lucrecia Martel) 감독의 영화, <헤드리스 우먼, The Headless Woman> 은 무척 훌륭하다. 헝가리의 재능있는 아그네스 코츠시스 (Ágnes Kocsis) 감독의 <팔 아드리안, Pál Adrienn>도 좋아한다. 물론, 클레어 드니 (Claire Denis) 감독의 영화를 보며 성장한 나는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마야 데렌 (Maya Deren), 키라 무라토바 (Kira Muratova), 위르실라 메이에 (Ursula Meier)등등도 좋아한다. 아울러, 현대의 영화 흐름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 마케도니아에서도 혹시 미투운동이 존재했었나. 
"아쉽게도 아직 없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이런 미투운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다수의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될 텐데 말이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나라들은 너무 정치색이 강하다. 진정한 여성주의에 관한 논의도 존재하지 않고 그럴 여지도 없다. 모든 사안을 정당과 관련 정치단체를 기준으로 판단하느라 시간낭비가 꽤 많다. 페미니즘이나 환경문제처럼 우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이슈는 언급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중도성향의 정부가 권력을 잡은지 2년정도 되지만, 16명의 장관중에 오직 3명만이 여성이다. 이전에는 수구성향의 정부가 십년간 지속되었다. 물론, 과거 정권보다는 낫지만, 나는 현 정부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 본인은 필름펀드나 영화제 선정위원회등에서의 남녀성비율을 고려한 쿼타제도를 강력히 찬성하는 것으로 안다.
"영화는 무척이나 힘든 비지니스다. 나는 더 많은 기회가 여성 영화인들에게 주어져야한다고 믿는다. 물론 우리는 십년전과 비교한다면, 훨씬 유리한 시대에 살고 있고,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아주 고무적이다.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역사는 분명히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상황에 도달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완전한 성평등 실현을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조치들을 실행해야 한다. 어쩔땐, 목적을 성취하기위해 무리한 정책들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쿼타제도를 지지한다. 일단 여성들에게 더 기회를 줘보자. 그 후엔, 여성 영화인들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타협하는 영화는 절대 만들지 말자. 중요한 것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게끔 여성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최근 칸, 토론토, 로카르노, 사라예보, 베니스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국제영화제들이 영화제의 주요 관리직과 선정작의 남녀 성비율에 관한 '성평등차터'(Charter 5050×2020)을 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영화제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큰 의문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현실을 계속 문제시할 필요를 느낀다. 
"물론이다. 칸 영화제가 이 성평등차터(Charter 5050×2020)에 처음 사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우리들과 함께 성평등운동을 지원하는 이들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인다."

- 쿼타제도 이외에도, 성평등을 위해 영화계에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무엇인지. 여성 감독으로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가. 
"사실, 모든 것이 다 힘들다. 영화촬영시, 감독인 내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선정위원회에서 내 프로젝트를 경시하는 것, 배급문제, 남성 감독들에 비해 적게 받는 투자액등 애로사항은 너무나 많다. 여성 감독에 대한 편견은 곳곳에 존재한다. 법은 종이 몇장으로 바꿀 수 있겠지만, 인간의 행동은 하룻밤에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가부장적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쿼타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인 것 같다. 여성인권에 관해 차세대를 올바르게 교육하고, 이를 충분히 토론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불행히도, 우리는 자본주의와 종교제도및 모든 것이 남성중심적인 사회를 지원하는 시스템에 살고 있다. 법의 관점에서 보면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지만, 배급시장의 논리에선 여성 감독들이 훨씬 불리한 게 현실이다."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 ⓒ 클레어 함

 
- 이 영화가 마케도니아에서 배급할 극장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인가.  베를린영화제의 수상으로 상황이 개선되었는지.   
"내 추측에는, 이 영화가 마케도니아 사회를 비판한 정직한 영화여서 배급이 어려웠던 것 같다. 내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예술은 마케도니아의 아름다움을 홍보하는 선전물이 아니지 않는가. 예술은 현실에 대한 도전이다. 내 영화가 맘에 안든다면,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마케도니아는 2백만명 인구의 작은 나라로 영화관이 총 7개 존재한다. 국내 배급은 우리 스스로 하고 있고, 다행히 베를린영화제 수상이후, 배급할 상영관을 찾았다. 프랑스는 5월 초, 호주는 4월말에 해외배급이 시작되며, 독일등 전 세계를 갈 예정이다. 한국도 아마 배급되지 않을까 싶다."

- 한국은 이미 두 번이나 방문했다. 한국에서의 여성인권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나라로, 많은 면에서 선진적인 사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무척 열악한 상황인 듯 하다. 한국어를 모르지만, 내가 받은 전반적인 인상과 느낌은 그렇다.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은 정보로 판단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듯 하다.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

여성운동하는 활동가들이나 시민들에게 쏟아지는 '공격적'이라는 비판을 굳이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 예의바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진 않는다. 여성의 요구가 더 잘 들리도록, 더 큰 소리로 외쳐야 한다." 
   
- 이 영화에 리포터로 분해 열연한 동생, 라비나 미테브스카씨도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여성의 목소리가 좀 더 영화에 반영돼야 한다"고 역설한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2001년에는 배우 겸 프로듀서인 라비나 미테브스카, 남동생 부크 미테브스키와 함께 시스터 앤 브라더 미케브스키 프로덕션 (Sisters and Brother Mitevski Production)을 설립했고, 같은 해, 누리 빌게 세일란 (Nuri Bilge Ceylan) 감독의 < 야생 배나무, The wild Pear Tree>를 공동제작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다. 동생들과 협업하는 구조가 흥미롭다. 앞으로도 이렇게 가족들과 공동작업을 할 계획인지.  

"물론 우리도 가끔 다툰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의견들을 잘 조율하고 있다. 다행히, 공과 사를 구분해 협업해오고 있다. 첫 작품을 만들 당시, 아무도 우리 작품의 제작지원을 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필요에 의해 동생과 일하게 되었다. 물론, 저예산이어서 많이 힘들었다. 그때 동생은 '우리가 계속해서 여기서 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면, 서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가 여왕의 위치에서 영화 제작 과정을 총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의 협업은 점차 더 큰 규모로 발전해나갔다.    

우리는 2~3년 전부터 공동제작도 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첫 프로젝트는 루마니아, 크리스티 푸이유 (Cristi Puiu) 감독이 연출한 <시에라네바다 Sierra Nevada>(2016)였고, 이후 누리 감독과 손잡았다. 슬로베니아 출신, 데미안 코졸레 감독의 <외면의 밤 Night Life> (2016년) 이후엔 보스니아 프로젝트도 있으나, 프로듀서인 내 동생 라비나가 주로 맡고 있다. 우리는 인간 사회에 중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동시에 예술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

- 본인은 아역배우 출신이었고, 화가 및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이란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2001년, 내 첫 작품을 연출했을때 나는 27살이었다. 내겐 감독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자신감을 얻어가는 과정으로서, 내 삶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는 18살에 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엔 용기가 없었다. '나는 어린 여성일 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는 대학에서 다른 주제를 전공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울러, 나는 '어느 남성보다도 열등하지 않다'는 자존감이 성공에 필요한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꼭 지녀야 할 믿음이다."
  
- 연초 선댄스영화제에서 허니 랜드(Honey Land)가 세 부문을 석권하는 등, 마케도니아 영화들이 요즘 선전하고 있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크게 늘었나. 무엇이 성공의 요인인지.
"반갑고 기쁜 일이다. 전 정부는 시네마에 큰 재정투자를 했으나 좋은 전략은 부재했다. 반면, 현 정부의 지원은 오히려 축소되었다.

마케도니아는 오랜 세월동안, 마치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리처럼,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다. 최근 개방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여행을 하고, 해외에서 교육을 받게됨에따라, 우리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외부조건 덕택에 유능한 젊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을 배출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본 영화는 4월 10~16일, 독일 비즈바덴 (Wiesbaden)에서 열리는 동유럽영화제 (goEast Festival)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은 심사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헬렌 게리슨 (Heleen Gerritsen) 집행위원장은 "사회의 모순과 개인의 대립을 다룬 전형적인 구조이지만, (미인도 영웅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 여주인공으로, 끝까지 사회와 타협하지 않고 싸우는 정신을 높이 산다"며 개막작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한, "베를린영화제처럼 비즈바덴에서도 현지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오나 미테브스카 감독의 신작은 앞으로도 많은 영화제의 러브콜과 배급제안이 오리라 믿으며, 곧 한국의 관객들도 만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베를린영화제 테오나 미테브스카 마케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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