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승리, 시간차 경찰 출석 가수 정준영과 승리가 14일 오전과 오후 각각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성접대 의혹'과 관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 정준영-승리, 시간차 경찰 출석 가수 정준영과 승리가 14일 오전과 오후 각각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성접대 의혹'과 관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무근"
"강력대응"

요 며칠 포털 사이트를 뒤덮은 YG, FNC 등 대형 엔터 기획사가 언론 매체에 뿌린 초기 '공식 입장'에 포함된 단어들이다. 승리(빅뱅)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정준영의 불법 몰카 공유 카톡창 멤버로 용준형(하이라이트)·이종현(씨앤블루)·최종훈(FT아일랜드)이 지목됐을 때도, 각 소속사는 본인 확인을 근거로 "허위사실", "강력한 법적 대응" 등의 표현을 쓰며 반발했다. 

하지만 강력하게 반발하던 소속사의 반응은 2~3일 만에 힘을 잃었다. 추가 카톡 대화가 공개되거나, 경찰의 소환 통보로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을 분명히 밝히겠다"(FNC, 이종현·최종훈 소속사), "정준영과 그 어떤 단톡방에도 있었던 적이 없다"(어라운드어스, 용준형 소속사)고 단언하던 소속사발 공식 입장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팩트 확인이 어려운 상태에서 연예인의 기억에 의존한 주장을 바탕으로 입장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바뀌었다. 사실 인정과 함께 더 나아가 해당 아티스트와의 계약 해지를 밝힌 곳도 있었고, 해당 아티스트가 직접 은퇴나 그룹 탈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무근 및 강력대응에서 계약 해지 및 연예계 은퇴까지, 소요된 시간은 대개 이틀 정도였다. 

'소속 연예인 보호' 명분 아래 행해지는 2차 가해들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사고마다 소속사들은 연예인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사건에 대한 사실을 부정하거나 루머라며 강력 대응 의사를 보인다. 명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일단 잡아떼고 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응 방식이 성범죄에서도 반복됐다는 것이다. 성범죄는 은밀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에 의해 조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성범죄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진술의 신빙성과 피해자의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여기에 상대가 유명 연예인이라면, 그 피해 사실이 수많은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며 2차, 3차 피해까지 견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가해자는 언론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을 쏟아낼 수 있지만 피해자는 그럴 수가 없다. 

유명인과 비(非) 유명인의 차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성범죄 피해자의 특성 등은 가해자의 스피커는 더 크게, 피해자의 스피커는 더 작게 만든다. 여과 없이 쏟아지는 각 소속사발 '사실 무근', '허위 사실', '강경 대응' 등의 공식 입장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는 협박이자, 2차 가해를 부추기는 기폭제. 피해자는 위축되고, 대중은 오도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견뎌내지 못한 피해자가 고소 진행을 포기하거나 합의할 경우,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해당 연예인은 높은 확률로 '무혐의' 판정을 받는다. 무혐의는 곧바로 무죄로 포장된다. 몇 달간의 자숙 기간을 거친 뒤 연예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복귀해 과거의 인기를 되찾고, 과거의 논란을 '맘고생' 정도로 농담하기까지 했다.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 복귀는 너무 빠르고 쉽다.

정준영 사건은 달랐던 이유
 
 정준영과 지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재현한 장면

정준영과 지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재현한 장면 ⓒ SBS 8시 뉴스

 
정준영 사건이 이전 남성 연예인의 성범죄 사건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카카오톡 대화 기록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각 소속사는 SBS 등 언론사와 수사 기관이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 기록에 얼마나 구체적인 정보들이 담겨있는지 예상하지 못한 채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화 내용은 물론, 직접 촬영한 몰카 동영상을 주고받은 기록, 그 외 범죄 사실까지 당사자간 대화로 고스란히 공개됐고, 소속사발 공식 입장을 흔들었다.

각 소속사들은 해명 보도 자료에서 "소속 연예인과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후 입장을 발표했다"(FNC)고 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위법성이 명백한 사안에 대해, 연예인이 사실관계를 솔직하게 발언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소속사들은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사실 여부를 묻는 것 외에 별다른 확인 방법이 없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사들은 이번에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소속사발 공식 입장을 아무런 여과 없이 보도했다. 신인이 아닌 다음에야, 회사에서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을 콘트롤하고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해 소속사가 명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도 없고, 안다 하더라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중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체들은 사실 확인, 사안에 대한 분석과 해석 없이,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보도했다. '따옴표 저널리즘'의 맹점이, 이번 정준영 사건, 승리 게이트를 통해서도 드러난 것이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정준영의 모습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정준영의 모습 ⓒ YTN

 
이번 정준영 사건은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만약 정준영의 핸드폰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공익 제보자가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 피해 여성이 정준영을 고소했다면,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소속 연예인 보호라는 미명 아래 일단 논란은 덮고 보려는 소속사들의 대응 방식, 그리고 이러한 대응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운 다수 매체들의 따옴표 보도. 이 '환장의 콜라보'를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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