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체부 장관 내정자

박양우 문체부 장관 내정자ⓒ 문체부

 
"블랙리스트 청산을 위해서는 후속 작업이 잘 이어져야 하는데, 문체부 개혁이 중요한 시점에서 개혁에 미온적인 관료 출신이 앉으면서 내부에서만 신난 것 같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에 대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아래 반독과점 영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종환 장관도 관료들에게 막힌 듯 블랙리스트 청산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문화예술단체로부터 들었는데, 아예 관료 출신이 내정되면서 더 기대할 게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그는 "박양우 문체부 내정자를 보면 한국영화배급협회에서 대표를 맡았던 게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던데, 저쪽과도 말 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문체부 조직의 안정은 꾀할 수 있을지언정 문화예술계에서 받아들이기에는 한참 부족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범죄 행위 감싸는 관료 사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된 블랙리스트 문제는 진상조사를 통해 상당 부분 그 내용이 공개됐다. 진상조사가 미흡한 부분도 작지 않았으나 문체부에 대한 불신에까지 영향을 주진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관련자 처리 과정에서 관료 조직 특유의 감싸기 태도 때문이었는지 영화계를 중심으로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고, 이번 박양우 내정자 건으로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문체부는 징계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당사자들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려다 문화예술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도종환 장관이 관료 사회의 철벽을 넘지 못했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시각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징계가 추가되기도 했지만 범죄 행위에 대한 처분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것이 대체적 반응이다.

블랙리스트 관련자 징계 방침이 발표된 후에도 관련자로 지목된 인물이 해외 기관에서 임기를 거의 다 채우고 지난 연말에 들어온 사례도 있다. 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문체부 내부에서 비호가 있다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럽지역의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지만, 전직 문체부 관료가 (당신이) 고발자가 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으니 괜히 나서지 말라는 연락을 해 왔다"면서 "문체부 내부에서 (블랙리스트 관련자를) 보호하는 인상을 짙게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외부의 비판에 도종환 장관은 최근 직접 산하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사과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자가 상당하지만,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물의를 일으킨 이전 기관장을 대신해 현직 기관장들이 연신 사죄를 표명하고 있는 현실이다.

관료 조직 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시점에서 도리어 문제를 일으킨 자들을 감싸 줄 여지가 있는 내부 인사가 발탁되면서, 문화 행정 개선은 요원해졌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2018문화예술인 대행진 - 블랙리스드 블랙라스트(Blacklist Blacklast)’가 11월 3일 오후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앞을 출발해 청와대앞까지 열렸다. 광주민예총, 민족미술인협회, 터울림 등 131개 단체와 문화예술인 2,166명 개인은 선언문을 통해 ‘블랙리스트 불법공모 131명 책임규명권고안 즉각 이행’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이행 축소, 왜곡, 방해, 셀프 면책 책임자 문책’ ‘국회의 블랙리스트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2018문화예술인 대행진 - 블랙리스드 블랙라스트(Blacklist Blacklast)’가 11월 3일 오후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앞을 출발해 청와대앞까지 열렸다. 광주민예총, 민족미술인협회, 터울림 등 131개 단체와 문화예술인 2,166명 개인은 선언문을 통해 ‘블랙리스트 불법공모 131명 책임규명권고안 즉각 이행’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이행 축소, 왜곡, 방해, 셀프 면책 책임자 문책’ ‘국회의 블랙리스트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권우성

 
과연 개혁 의지 있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원재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은 최근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국 문화 행정은 망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확인되었듯이 한국의 문화 행정은 불법적으로 정치 도구화되고, 노골적으로 사유화 되었다"며 "불법적이고 부패한 상태가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라는 정책으로 일상적인 구조가 되었다. 정부는 가능한 모든 시스템을 동원해서 예술가들을, 시민들을 오랫동안 감시하고 통제하고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소장은 "박근혜, 김기춘, 최순실과 같은 소수의 삐뚤어진 권력자들 때문만이 아니고, 그 괴물들과 아무렇지 않게 공생했던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떠한 성찰도 개혁도 없이 공공성을 사유화하고 있는 다수의 관료 주의자들 때문에 한국의 문화 행정은 망하고 있는 중"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를 반영한듯 문화연대는 14일 논평을 통해 "새로운 문화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문화 행정의 혁신을 위해 관료주의 조직문화를 본질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며 "문화부 관료와 이해관계가 없는, 강력한 개혁 인사가 필요한 때"라고 주문했다.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2018문화예술인 대행진 - 블랙리스드 블랙라스트(Blacklist Blacklast)’가 11월 3일 오후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앞을 출발해 청와대앞까지 열렸다.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2018문화예술인 대행진 - 블랙리스드 블랙라스트(Blacklist Blacklast)’가 11월 3일 오후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앞을 출발해 청와대앞까지 열렸다.ⓒ 권우성

 
CJ 대변자를 임명하다니

블랙리스트 관련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는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아래 문실련)도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박양우 내정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 후속 대응에 기여했다"는 청와대의 내정 사유에 대해 "새 정부 출범 전후, 박양우 내정자가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바가 전혀 없다"면서 "정부든 박양우 내정자 본인이든 관련 행적을 공적으로 하여 인선 배경으로 밝힌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문실련은 박양우 내정자가 "관료 출신의 행정전문성을 가졌다는 것과 각종 이익단체에서 역할과 지위를 가졌다는 것 이외에, 문화예술 등에 관한 확고한 사회적, 문화적 공익적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적폐청산에 맞는 인사인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문실련은 "CJ 사외이사 경력을 언급하며 문화정책을 다루는 국가기관의 책임자로 임명한다는 것은 정책기관 자문이나 관련 산업 협력 단체의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는 것과는 그 성격과 파장이 완전히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는 블랙리스트 사태 후속대처 관련 활동을 허위로 치장, 공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한 사과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요구를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일 성명을 발표해 박양우 내정자에 대해 지명 철회를 요구한 반독과점 영대위는 오는 18일 오전 서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반독과점 영대위의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단체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고, 박양우 장관의 내정 철회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넣을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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