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박정아(한국도로공사)-이재영(흥국생명) 선수

여자 프로배구 박정아(한국도로공사)-이재영(흥국생명) 선수 ⓒ 박진철

 
여자 프로배구 신생팀 창단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여자 프로농구에서 해체 위기에 놓였던 OK저축은행(전 KDB생명)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고, 추가로 제7구단 창단 가능성까지 흘러나오면서 여자배구 신생팀 창단 요구와 KOVO의 소극적 움직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병완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총재는 그동안 OK저축은행의 인수 기업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다녔다. 그 결과 지난 2월 모 금융기관이 'OK저축은행 읏샷'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총재는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지역의 한 공기업이 6구단 인수 의향을 밝혔다"며 "선수 수급만 원활하다면 7구단까지도 창단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자 프로농구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프로배구도 오래 전부터 신생팀 창단 요구가 많았다. 최근에는 여자배구 제7구단 창단 요구가 더 거세다. 6개 팀인 여자 프로배구는 지난 2011~2012시즌 IBK기업은행 창단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신생팀 창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중간에 제7구단을 창단할 기회도 있었다. 지난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일부 대기업에서 여자 프로배구단 창단 검토를 했었고, 의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이재영, 이다영, 하혜진, 문명화, 전새얀 등 유망주들이 다수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 프로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여자 프로 구단들이 담합에 가까운 반대 기류를 보였기 때문이다.

"6구단 체제는 매우 위험... 지금 안 하면 언제 하나"

결국 신생팀 창단 문제에서 프로구단들의 입장이 중요하다. 실제로 여자배구 고교 감독들은 기존 프로구단들이 좋은 신인을 신생팀에 내주기 싫어서 반대하는 걸 큰 장애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기자는 최근 여자배구 6개 프로구단의 핵심 관계자 전원에게 전화를 걸어 신생팀 창단과 관련한 입장을 물어봤다. 그런데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일각의 반대 의혹과 확연하게 다른 말들을 쏟아냈다.

6개 프로구단 핵심 관계자들의 현재 입장은 거의 똑같았다. 발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금은 여자 프로배구 신생팀인 제7구단 창단이 필요하고 시급한 상황이다. 여자 프로농구 사례에서 보듯, 현재 6개 팀은 매우 위험한 체제다. 나중에 인기 떨어지고 1개 구단만 해체 운운해도 프로 리그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지금처럼 여자배구가 TV 시청률과 관중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좋은 신인 선수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생팀을 창단을 못 하면 대체 언제 하겠다는 것인가.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신생팀 창단에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기업이 일반 대기업인 A구단 관계자는 "여자 프로배구가 10개 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6개 팀밖에 없는데, 지금처럼 인기 좋을 때 파이를 키워도 시원치 않을 판에 신생팀 창단을 반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상황에서도 창단을 못한다면 KOVO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또 "대기업 입장에서도 여자 프로배구단 1년 운영비로 40억 정도 쓰면서 홍보 효과가 500억~600억 이상 나오는 프로 종목이 어디 있는가. 여자 프로배구단이 투자 대비 광고 효과를 따지면, 가성비가 최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OVO가 적극 나서서 대기업에 잘 설명하고 설득하면, 신생팀이 창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액 돈 들여 단합대회 할 시간에 신생팀 기업 알아보라"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특히 조원태 KOVO 총재가 신생팀 창단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솔직히 말해서 KOVO 총재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신생팀 창단과 유소년 배구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B구단 관계자는 "지금처럼 여자배구 인기가 최고조일 때가 신생팀 창단의 최적기"라며 "밖에서 볼 때는 KOVO가 신생팀 창단에 노력을 안 한다는 느낌이 든다. 총재께서 적극적으로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KOVO가 추진하고 있는 한마음 행사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 이들은 "KOVO가 V리그 종료 후 남녀 프로배구 선수 전원과 구단 관계자들을 제주도에 다 모이게 해서 1박 2일로 '한마음 행사'라는 단합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그럴 시간에 신생팀 창단 기업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휴가를 가야 할 선수들을 불러들일 게 아니라, 그런 행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과 시간을 신생팀 창단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프로구단 관계자와 여자배구 고교 감독들은 지난해에 신생팀을 창단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작년에 신생팀을 창단했다면, 제2의 IBK기업은행이 탄생됐을 것"이라며 "신생팀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한 신인 선수들을 받고 추가로 감독과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다면, 창단 첫해부터 중위권, 1~2년 지나면 우승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고교 감독들은 "올해도 정호영을 비롯해 좋은 신인들이 많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KOVO "창단 시급성 인식하고 있다"... '최적기' 놓칠 위기

배구계의 실망과 질책에 대해 KOVO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KOVO도 당연히 신생팀 창단이 시급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현재도 기업을 알아보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자배구 프로구단 관계자와 고교 감독들은 여전히 조 총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여자 프로농구의 사례에서 보듯, 신생팀 창단과 관련해서는 KOVO 수장인 조 총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생팀 창단 문제는 논의 구조상 공개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고, 프로구단들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조원태 총재도 지난 2017년 7월 취임할 때 최대 역점 사업으로 남자 프로배구 8구단 창단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자 프로구단 신생팀 창단은 감감 무소식이다. 그동안 남자배구와 여자배구 모두 좋은 신인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신생팀 창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 총재의 임기는 2020년 6월까지로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도 신생팀 창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임기 내 창단 공약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는 남녀 모두 우수 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생팀 창단은 때가 있는 일이다. 좋은 신인 선수가 적고, 인기 떨어지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팀수 늘면 경기수준·흥행 하락?... 현실과 동떨어진 '핑계'

신생팀 창단 이야기가 나올 때,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측에서 단골손님처럼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팀 수가 늘어나면 상하위 팀의 경기력 차이가 벌어져서 리그 수준과 흥행이 떨어질 수 있다', '고교팀 수가 적고 기반이 약해서 선수 수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C, D 두 구단의 관계자는 "실세로 경험 해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제7구단이 창단되면, 팬들에게도 볼거리가 더 많이 생기고 V리그도 더 활성화되고 흥행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D구단 관계자는 "올해 현대건설이 11연패, KGC인삼공사가 19연패를 했다. 어느 해보다 상하위 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올 시즌 여자배구는 TV 시청률과 관중수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 주장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프로 리그의 수준과 흥행은 팀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올 시즌 여자배구가 여실히 증명해준 셈이다.

경기력 수준은 프로구단들이 좋은 선수 영입, 선수 육성, 훈련 환경 조성 등 배구단에 얼마나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가, 감독이 외국인 선수 선발과 국내 선수 구성을 얼마나 잘하고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어 내느냐에 전적으로 달린 문제다.

프로 리그의 흥행은 팬들이 배구를 주목하게 하는 스타 선수가 얼마나 많고 계속 등장하는가, 국제대회 선전으로 선수들의 실력을 인정할 만한 평가가 존재하는가, 여자배구 평일 경기 시간의 저녁 7시 이동처럼 KOVO와 프로구단이 얼마나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가에 크게 좌우된다.

신생팀 창단이 최고 '유소년 정책'

선수 수급 문제도 현재 각 팀에는 주전으로 뛰는 선수보다 벤치에 머물러 있는 선수가 훨씬 많다. 아까운 선수들이 해마다 반강제로 은퇴하거나 실업팀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A구단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초중고 배구팀부터 창단하라고 주장하지만, 프로구단 신생팀을 먼저 창단해서 아래로 선순환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요즘에는 솔직히 초중고 배구팀 창단하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생팀 창단이 한국 배구와 프로 리그 발전에 큰 효과를 가져다 주는 대목은 또 있다. 미래가 촉망되는 어린 유망주와 그 부모들이 배구 종목을 선택하게 하는 최고의 유인책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배구 선수로 진로를 택했을 때 프로 선수가 될 확율이 높은 종목에 호감을 갖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 부분 때문에 초중고 배구 감독들은 신생팀 창단이 가져올 가장 큰 효과라고 말한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배구협회 인사 중 일부는 KOVO에 연결시켜 주겠다며 대기업 인사를 만나 신생팀 창단을 권유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KOVO측 인사가 아니다 보니 설득력과 추진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한 고교팀 감독은 지역 도지사와 공기업 인사를 찾아다니며 신생팀 창단을 권유하느라 애를 먹었다. 얘기가 잘되다 사정이 생겨 지금은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조원태 총재를 비롯해 KOVO 고위 인사들이 해야 할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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