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를 비롯해 KBO리그, 여자프로농구 같은 종목들은 정규리그 1위 팀에게 챔피언 결정전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챔프전에 직행한 팀은 경기 감각에서 문제를 보이기도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팀에 비해 체력관리나 상대 전력분석 등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상위권 팀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매 시즌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는 이유다.

하지만 V리그 남자부에서는 정규리그 우승이 항상 챔프전 우승으로 직결되지 않았다. 실제로 2013-2014 시즌의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끝으로 지난 네 시즌 동안 V리그 남자부에서 통합 우승팀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대한항공 점보스에게 1승3패로 패하며 통합우승이 좌절된 바 있다(반대로 2016-2017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을 무산시켰다).

대한항공이 두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프전에 직행한 가운데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 위비는 각각 2, 3위로 봄 배구 티켓을 따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승 3회, 준우승 7회를 차지한 '봄 배구 단골' 현대캐피탈이 한 수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괴물 공격수' 리버맨 아가메즈를 앞세워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우리카드 역시 이변을 일으킬 저력을 충분히 갖춘 팀이다.

우리카드 넘어 대한항공에게 진 빚 갚으려 하는 현대캐피탈
 
 신영석은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도 두 시즌 연속 블로킹 1위(세트당 0.66개)를 차지했다.

신영석은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도 두 시즌 연속 블로킹 1위(세트당 0.66개)를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은 프로 출범 후 14번의 시즌 동안 13번이나 봄 배구에 진출한 남자부 최고의 명문팀이다. 비록 우승 횟수(3회)에서는 '클래식 라이벌' 삼성화재(8회)에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세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을 정도로 꾸준히 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로 변경됐지만 국내 선수의 면면이 워낙 강해 좀처럼 전력이 흔들리는 법이 없다.

이번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은 시즌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됐다. FA시장에서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윙스파이커 전광인을 영입한 데 이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 득점왕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신영석이 무릎수술을 받았지만 201cm의 장신 센터 김재휘가 대표팀을 거치며 부쩍 성장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후반까지 대한항공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며 2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다가서는 듯 했다. 하지만 4라운드에서 김재휘, 5라운드에서 신영석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만 20세의 윙스파이커 허수봉이 센터로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KB손해보험 스타즈와 우리카드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대한항공에게 정규리그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비록 챔프전 직행은 놓쳤지만 현대캐피탈의 전력은 여전히 리그 최상급이다. 특히 파다르와 전광인으로 구성된 쌍포는 정규리그에서 1267점을 합작하며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민호가 입대 전의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신영석, 김재휘와 함께 우리카드의 센터진을 압도할 수 있다. 정규리그에서 19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한 '서브 스페셜리스트' 이시우 역시 결정적인 순간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현대캐피탈의 무기다.

다만 최태웅 감독이 애지중지 키웠던 노재욱 세터가 전광인의 보상선수로 떠나면서 이승원, 이원중 세터가 이끄는 현대캐피탈의 세터진은 우리카드보다 열세에 있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도 노련한 한선수와의 세터 대결에서 밀렸던 이승원이 한 시즌 만에 동료에서 적이 된 노재욱 세터를 상대로 위축된 플레이를 펼친다면 현대캐피탈의 공격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감격의 창단 첫 봄배구, '전력의 반' 아가메즈의 컨디션이 관건
 
 우리카드의 플레이오프 선전 여부는 아가메즈의 컨디션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카드의 플레이오프 선전 여부는 아가메즈의 컨디션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08년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우리카드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1시즌 만에 드디어 '장충의 봄'을 맞았다. 인수하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아 네이밍 스폰서를 받으며 한국배구연맹 위탁구단으로 한 시즌(2012-2013 시즌)을 보내기도 했고 우리카드가 인수한 후에도 기존 구단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오랜 기간 하위권을 전전했다.

하지만 작년 4월 신영철 감독이 부임한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화려한 유럽리그 경력을 가진 아가메즈를 1순위로 지명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즌 개막 직전에는 경험이 풍부한 '마운틴 브로커' 윤봉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높이를 보강했다. 시즌 초반 최홍석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 온 노재욱 세터의 가세는 우리카드에게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2승 6패에 그쳤던 우리카드는 노재욱이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선 후부터 23경기에서 17승6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한 때 1위 자리까지 위협했던 우리카드는 시즌 막판 아가메즈가 내복사근 파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3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지만 창단 첫 봄 배구 진출이라는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우리카드는 4위 삼성화재와는 승점 7점 차이로 준플레이오프 없이 곧바로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다.

우리카드 전력의 반은 역시 '괴물 공격수' 아가메즈다. 아가메즈는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55.3%의 성공률로 경기당 평균 28.2득점을 올리며 우리카드의 주포로 맹활약했다. 아가메즈 이탈 후 우리카드가 5연패의 늪에 빠진 것만 봐도 우리카드에서 아가메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금방 알 수 있다. 아가메즈는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지만 우리카드의 봄 배구 승리를 위해 플레이오프 출전을 강행할 예정이다.

우리카드가 아가메즈의 몸 상태 만큼이나 걱정하는 부분은 수비, 그 중에서도 서브 리시브다. 우리카드는 정규리그에서 33.03%의 리시브 성공률로 7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공격의 출발이 되는 리시브가 불안하면 세터는 원하는 방향으로 토스를 올릴 수 없고 공격수 역시 마음 편히 공을 때릴 수 없다. 정규리그에서 리시브 성공률 39.26%에 그쳤던 이상욱 리베로가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집중력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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