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대구FC(아래 대구)의 홈구장 대구 스타디움에는 따뜻한 봄바람보다 썰렁함이 가득했다. K리그1 하위권에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던 대구는 '무관심'의 팀이었다.

기록이 말해준다. 지난해 4월 11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와 울산 현대의 6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는 477명에 불과했다. 평일 경기임을 감안해도 충격적인 수치였다.

대구의 찬바람은 계속됐다. 4월 15일에는 926명(vs 강원FC), 4월 25일에는 523명(vs 상주 상무), 4월 28일에는 790명(vs 제주 유나이티드)이 대구의 홈 경기를 관람했다.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치른 4경기에서 대구는 고작 총 2716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당시 대구는 그야말로 비인기 구단이었다.

그런데 2019년 3월, 대구는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클럽이 됐다. 대구의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최근 K리그 내 이슈는 대구가 독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이 대구의 '천지개벽'을 만들었을까.

조현우, 그리고 세징야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의 골키퍼 조현우 선수의 모습.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의 골키퍼 조현우 선수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년 간의 극적인 변화에 있어 조현우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조현우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며 대구 소속 선수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단순한 참여에 그치지 않았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장하며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조현우의 놀라운 선방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국민 골키퍼'가 된 조현우는 금의환향했다. 슈퍼스타가 된 조현우를 직접 보기 위해 팬들을 경기장에 운집했다. 15라운드 FC 서울과 홈 경기에 무려 1만2925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직전 안방 경기였던 12라운드 경남FC와 승부에 1491명의 관중이 모인 것을 감안하면 조현우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의 선수 세징야의 모습.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의 선수 세징야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현우가 관중몰이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면 세징야는 관중들을 대구 축구의 매력에 빠뜨렸다. 정밀한 기술과 시원한 슈팅으로 대구의 공격을 진두진휘하는 세징야는 최하위권에서 허덕이던 대구를 살려냈다.

적어도 경기장 내에서는 세징야가 조현우보다 빛났다. 대구의 '마라도나'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세징야의 맹활약 덕에 대구는 안정적으로 잔류에 성공했고, FA컵에서는 우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에는 한층 물오른 감각의 에드가가 세징야를 지원한다. 김대원을 비롯한 젊은 국내 선수들은 서서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대구의 선수들은 스스로 '이름값'을 만들어가고 있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선수들이 불을 지펴 놓은 대구 축구의 열기에 대구시는 DGB대구은행파크로 화답했다. 올 시즌부터 대구는 기존의 홈 구장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에 안착했다.

6만 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스타디움과 달리 DGB파크는 1만 2천 명을 수용 가능한 아담한 축구전용구장이다. DGB파크는 과도하게 넓은 경기장으로 집중도가 떨어졌던 기존 홈 구장의 단점을 깨고자 만들어진 공간이다.

현재 그 효과는 즉각적이고 강렬하다. 현 시점에서 DGB파크는 단연 K리그 팬들이 가고 싶어하는 구장 1순위다.

DGB파크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는 단 7m에 불과하다. 관중들은 코 앞에서 선수들의 숨소리와 거친 땀방울을 그대로 보면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경량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구장 좌석도 '신의 한수'가 됐다. DGB파크를 찾은 관중들은 좌석의 특성을 이용해 발을 '쿵쿵' 구르며 팀을 응원한다.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인 이 응원은 대구 선수들에게는 힘을, 상대팀에는 공포를 안겨준다.

DGB파크는 개장 경기를 시작으로 주중에 있었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주말에 있을 울산과 홈 경기도 매진이 예상된다. DGB파크는 개장 2경기 만에 대구의 상징이 됐다.

조광래 대표이사의 헌신

우리에게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더 익숙한 조광래는 현재 대구의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광래 대표이사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2015년부터 대구는 승승장구다.

2016년 K리그2에서 2위에 등극하며 종국에 승격의 기쁨을 맛 본 대구는 '강등 후보 1순위' 타이틀을 깨고 지난 2시즌 연속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창단 첫 FA컵 우승을 일궈냈고, 새로운 구장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조광래 대표이사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끈질긴 요청으로 대구시의 DGB파크 개장을 이끌어냈다. 이를 넘어 조광래 대표이사는 대구가 단순히 성적을 내는 클럽이 아닌 지역 구단으로서 사랑 받을 수 있는 계기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한 매체의 조광래 대표이사 인터뷰에 따르면 세징야와 에드가가 팀의 잔류한 이유도 조광래 대표이사의 힘이 크게 작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덕분에 대구 팬들은 세징야라는 자신들의 레전드를 가질 수 있게 됐다.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 선수들이 서포터즈에 인사하고 있다.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 선수들이 서포터즈에 인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의 수장 안드레도 조광래 대표이사의 작품이다. 안양 LG 감독 시절 안드레와 사제의 연을 맺었던 조광래 대표이사는 2017년부터 안드레에게 기회를 줬다. 안드레 감독은 짜임새 있는 전략으로 이에 보답하고 있다.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 대구FC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매력 만점의 구단으로 탈바꿈한 대구가 어디까지 전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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