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온다> 영화 포스터

▲ <봄은 온다>영화 포스터ⓒ CGV 아트하우스


2011년 3월 11일에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불리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진도 9.0의 거대한 지진과 엄청난 쓰나미는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이바라키현, 도치키현, 군마현, 사이타마현, 지바현에 큰 피해를 주었다.

사망자는 2017년 9월 1일 기준으로 재해 관련 사망 3647명을 포함한 1만9575명에 달했다. 실종자 숫자도 2577명이나 됐다. 또한, 약 47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피난민을 양산했다. 그로부터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일본에선 3·11 동일본 대지진을 조명하는 다양한 영화들이 나왔다. 극영화 <희망의 나라>(2012)와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2017), 다큐멘터리영화 <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2011)과 <나 홀로 후쿠시마>(2014) 등이 참사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면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2016), 극영화 <아주 긴 변명>(2017)과 <신 고질라>(2017)는 은유를 통하여 대지진 사태를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나도 영화는 계속 3·11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재해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봄은 온다> 영화의 한 장면

▲ <봄은 온다>영화의 한 장면ⓒ CGV 아트하우스


다큐멘터리 영화 <봄은 온다>는 "몇 년이 흐른 지금, 피해를 보았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물으며 재난 이후 '현재'를 다룬다. 연출을 맡은 재일 동포 3세인 윤미아 감독은 2016년 제작 프로듀서로 참여한 <꽁치와 카타르 오나가와의 사람들>이 완성될 무렵에 느낀 감정이 <봄은 온다>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꽁치와 카타르 오나가와의 사람들>은 미야기현 오나가와 마을의 모습을 2년 가까이 촬영한 작품으로 2016년 2월에 완성해서 5월에 극장에서 개봉했다. 오나가와는 인구수 대비 희생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다. 거기서 '다함께 마을을 부흥시키자'라고 이를 악물고 버티는 사람들을 만났다.

2015년 12월 크리스마스에 영상이 완성되었지만 마을의 부흥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사람들의 초조함도 계속됐다. 한 편의 영화로 전달할 수 있는 것, 남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것이 분했다. 그래서 끝내고 싶지 않았고, 더욱더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019년 3월 11일 <서울신문> 기사 중에서)


<봄은 온다>의 제작진은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와 미나미산리쿠 마을, 이와테현 가마이시시, 후쿠시마현 가와우치 마을과 나미에 마을을 주무대로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약 10개월 동안 100여 명의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얼굴과 목소리를 담았다.
 
<봄은 온다> 영화의 한 장면

▲ <봄은 온다>영화의 한 장면ⓒ CGV 아트하우스


영화는 지진으로 인한 참혹한 피해 상황을 보여주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길 거부한다. 대신에 재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을 차분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바라본다.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세 아이를 잃은 엔도 신이치와 부인 료코는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티고 지진 당시 함께 지냈던 사람들을 위한 지역 공동체를 운영하는 중이다. 쓰나미로 인해 일본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던 딸 테일러를 잃은 앤더슨 부부는 슬픔을 이겨내고 미국 전역에서 성금을 모아 기금을 마련하여 '테일러 문고'라는 이름의 책장을 만들어 학교에 기증하고 있다.

재해 5일 전에 결혼식을 하고 3월 11일에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었던 오카다 에리카는 3·11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남편을 잃었다. 그러나 4개월 뒤 태어난 딸 오쿠다 리사토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삶을 일구어 간다. 영화는 모든 것을 잃었으나 좌절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통하여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봄은 온다> 영화의 한 장면

▲ <봄은 온다>영화의 한 장면ⓒ CGV 아트하우스


영화 <봄이 온다>가 대지진의 상처를 담아내는 방법

<봄은 온다>는 상처를 기억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재해의 흔적을 남길 것인가, 남기지 않을 것인가. 모든 피해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다"라고 질문을 던진 영화는 피해 지역에 위치한 '미나리 산리쿠 칸요 호텔'의 사례를 하나의 해법으로 본다.

미라니 산리쿠 칸요 호텔에선 재해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이야기 버스'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야기 버스'는 버스에 사람들을 태우고 피해 지역을 돌며 3·11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상흔을 보여준다. 안내 가이드를 맡은 호텔 직원 이툐 슌은 강조한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기억의 퇴색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던 일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날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생의 의지를 생각하면 남은 우리가 그 의지를 소중히 지켜야 합니다."
 
<봄은 온다> 영화의 한 장면

▲ <봄은 온다>영화의 한 장면ⓒ CGV 아트하우스


<봄은 온다>의 일본 원제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뜻의 '일양래복(一陽來復)'이다. 영어 제목도 '삶은 계속된다'는 의미를 지닌 '라이프 고우즈 온(Life goes on)'이다. 영화는 '봄은 온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듯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동물과 곤충, 자연의 풍경, 사람들의 얼굴, 삶의 조각들을 이어붙인 영상을 담았다.

이런 순환적인 구조는 "계절이 가고 풍경이 변해도 여전히 삶은 소중하다"는 목소리처럼 들린다. 남편 엔도 신이치가 만든 자원봉사단체 '팀 와타호이'의 활동을 도우며 본인이 중심이 된 여성 프로젝트 '이시노마키 수공예'를 시작한 엔도 료코는 말한다.

"그날을 전환점이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어요. 다 같이 그날을 곱씹으며 더디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