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포스터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포스터ⓒ 영화사 진진

 
'책임'은 무거운 단어다. 그렇다. 인생은 언제나 고달프고, 우리는 살아가며 책임지는 방법을 배운다. 오늘도 누군가는 책임감으로 사랑하고 희생하고 헤어진다.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스트리트 오브 레전드> 이후 데릭 시엔프렌스 감독의 복귀작이다. 돌아오는 데까지 7년이 걸렸다. 라이언 고슬링과 미셸 윌리엄스라는 라인업만으로도 설레는데 데릭 시엔프랜스가 직접 각본을 썼다. 감독은 자신이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던 <스트리트 오브 레전드>를 통해서 촬영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어느 분야에서 걸출함을 드러낸 인물이 다른 분야로 뛰어드는 것을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한 장면.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딘(라이언 고슬링)은 도배꾼이고 신디(미셸 윌리엄스)는 간호사다. 둘 사이에는 딸 프랭키가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가족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어색하다 못해 불편해한다. 동시에 못마땅해한다. 마트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둘은 어색함을 달래보고자 대화를 나누다가 싸운다. 부부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모텔 방을 고르다가 싸운다. 모텔방에 들어가 섹스를 하다가 싸운다. 서로를 싫어하거나 증오해서 다툰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오해가 부른 다툼이다. 최소한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신디와 딘에게는 그것을 위한 조그마한 공간조차 없다. 둘은 각자의 사정으로 지쳐있다.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한 장면.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동시에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의 정수가 담겨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블루 발렌타인>의 서사는 딘과 신디가 서로를 만나기까지의 두근거리고 설레는 과정, 그리고 딱딱하게 식다 못해 냉랭해져버린 현재의 모습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신디와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딘은 기타를 치며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그 장면 이후, 현재 모텔에서 두 사람은 술을 마신다. 신디가 딘에게 묻는다. "뭘 하고 싶어? 당신 재주 많잖아." 딘이 대답한다. "난 누구 아빠 될 생각 없었어. 아빠 될 생각도 없었지. 내 꿈이 아니었어. 그런데 어쩌다보니 내가 그걸 하고 있더군. 몰랐던 것뿐이지. 그거면 됐어. 다른 건 바라지 않아.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그래서 일도 하잖아."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한 장면.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신디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게 아닐 수도 있는 상황에도, 딘은 신디를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신디는 그런 자신을 받아들여준 딘을 위해 자신들의 관계를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짓눌려 터져버렸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책임'이라는 단어보다 무거운 단어가 있을까.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한 필요 조건은 사랑일까, 헌신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시간일까.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책임'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한다.

만약 당신이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면 <블루 발렌타인>은 기피해야 할 영화다. 하지만 당신이 관계에서 책임을 진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치사한 일인지 자신의 과거를 통해 뼈가 시리게 알고 있다면, 또는 나중에 그와 비슷한 경험을 체험할 것이 두려워 지금 현재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당연 강권할 만한 영화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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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입니다. 주로 영화글을 쓰고, 가끔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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