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효자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방송 시간을 바꾸고, 그 자리에 주말드라마를 편성한 SBS의 전술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SBS가 새롭게 론칭한 금토드라마 시간대에 편성한 <열혈사제>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열혈사제>는 <귓속말> <펀치>의 이명우 피디와 <김과장> 박재범 작가가 의기투합한 본격 '장르물'이다. 처음에는 <정글의 법칙> 시청자를 이어받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지금은 <정글의 법칙>의 후광을 모두 걷어내고, <열혈사제>만의 힘으로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열렬히 웃겨드립니다, <극한직업> 못지 않게 

10.4%로 시작한 <열혈사제>의 시청률은, 지난 8일 방송분에서 17.7%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열혈사제>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웃음'. 오로지 '열심히 웃겨주고' 1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처럼, <열혈사제>의 가장 큰 장점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한 시간 내내 '매우' 웃기다는 것이다. 웃을 일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극한직업>이 그랬듯,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는 <열혈사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재미를 선사한다. 

10여년 전 대 테러 특수팀으로 활동하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 전직 국정원 직원 김해일(김남길 분). 그는 그 트라우마로 알코올 의존증에 걸려 폐인처럼 살았다. 그러던 중 이영준 신부(정동환 분)을 만나 사제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분노 조절 장애' 탓에 '폭력적 성향'의 신부로 찍혀 결국 자신의 교구에서 쫓겨나고, 다시 이영준 신분의 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따르던 이영준 신부는 누명을 쓴 채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상황은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비극적 상황에 놓인 김해일 신부와 그 주변 인물들의 '행위'는 매우 코믹하다. 다혈질 성격에 말도 주먹도 조절이 되지 않는 김해일 신부. 하지만 그의 거친 언어와 행동은 드라마의 톤을 '코믹'하게 만든다.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가진 비극과 코믹을 자유롭게 오가는 특유의 유연함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그의 길쭉한 자태를 활용한 액션은 시청자의 시선을 이끈다. 

주변 인물들도 모두 저마다 '한 코믹'한다. 속물 검사 이하늬는 박경선을 연기하며 물 만난 듯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극한직업>에 이어, 아니 <극한직업>보다 더 본격적이다. 욱하면 마구 욕이 튀어나오는 탓에 '하나님'을 소환하며 자제하려 애쓰는 김인경 수녀(백지원 분)부터, 이미 여러 드라마를 통해 코믹 캐릭터로 잔뼈가 굵은 김성균의 구대영 형사. 그리고 그의 파트너가 된 신참 형사 서승아(금새록 분)의 뜬금없는 '힙합' 감성과, 아직은 단역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쏭싹(안창환 분), 오요한(고규필 분)까지, 모두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김해일의 맞상대로 조폭 우두머리인 황철범(고준 분), 그가 모시는 정동자 구청장(정영주 분), 강석태 검사(김형묵 분), 경찰 서장 남석구(정인기 분)에, 사이비 교주로 돌아온 이문식. 카포에라 발차기 한 번으로 대번에 화제가 된 장룡(음문석 분), 어설픈 러시아 킬러 블라디미르 고자예프(김원해 분)까지 악당 군단의 코믹한 면면 역시 만만치 않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하지만 '16부작 장르물'이라기엔 느슨한 호흡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극한직업>은 두 시간의 런닝 타임 동안 화끈하게 웃기는 것으로 승부를 봤지만, 16부작 드라마는 내내 웃고만 있기에는 긴 시간이다. 수없이 날려지는 웃음의 잽들 사이를 채우는 서사의 공백이 길다.

여전히 전직 국정원 출신 김해일 신부의 의욕은 허공만 가르고 있다. 구대영과 박경선의 포지션은 애매해서 답답하고, 쏭삭, 오유환 등의 숨겨진 능력치와 활약은 아직 저만치 있다. 이제 캐릭터가 가진 웃음 포인트가 뻔해져 가는 시점이기도 하다. 결국 이를 채울 건 '장르물'로서 서사의 전개뿐이다.

하지만 구담시 악의 카르텔은 견고하고, 해결의 기미는 쉬이 보이지 않는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등장한 보육원 급식 사건이 과연 고구마 줄기처럼 코믹을 넘어선 장르물의 쾌감을 선사해줄 수 있을까? 웃음만이 아닌, 장르물로서의 충실한 전개가 필요할 때다. <열혈사제>가 선사할 통쾌함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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