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유관순 열사를 소재로 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일제 강점기 시절 자전차 대회 1등을 차지했던 엄복동을 그린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동시 개봉했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위 두 영화처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그 중에서도 최근 개봉한 영화들을 정리해보았다.
 
1. <눈길> 개봉: 2017년 3월 1일

길을 걷다 뒤를 돌아보면 발자국이 남는다. 그 흔적은 나의 기록이자 기억이다. 추억에 잠기기 무섭게 발자국이 사라져 있다. 눈길이 꼭 그렇다.
 
종분(김영옥/김향기)은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영애(김새론)는 부자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운명을 가진 두 사람이다. 일본으로 가게 되는 영애를 부러워하던 종분은,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일본 순사에 의해 어디론가 향하는 기차로 납치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잡혀온 영애를 만난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도착한 둘은 각자 다른 방으로 보내지고, 지옥을 경험한다.
 
<눈길>은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과 소통하며 그를 기억에서 떠나보내는, 흡사 위령제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떤 계기로 인해 과거의 영애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현재의 종분의 삶에는 언제나 영애가 있다.

이 둘의 만남에는 원망이나 슬픔이나 기쁨이 없다. 영애와 종분이 공유했던 과거의 잔혹한 경험 위에 현재의 종분과 보호받지 못하는 학생 은수(조수향)의 경험이 겹쳐진다. "난 한 번도 혼자라 생각해본 적 없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 과거의 종분의 말 한 마디는 영화를 끝까지 지탱하는 동기부여다. 아역 배우 출신 김새론과 김향기의 생기와 배우 김영옥의 노련미가 합쳐져 극의 완성도를 보장한다.
 
2.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개봉: 2017년 9월 14일

통증은 사라져도 상처는 남는다고 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통증이 있기 마련이다. 마음의 상처가 바로 그것이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영화 <귀향>(2016)의 뒷이야기다. 조정래 감독은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소재로 <귀향>을 제작해 일본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일본군 위안부' 영상 증언집이다. 조정래 감독과 제작진이 <귀향> 이후 1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과 함께하며 <귀향>에 못다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 및 영상을 더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귀향>과는 다른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를 드러낸다. <귀향>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위안소 내 다양한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확장해서 담아내고, 감독으로서 반드시 넣고 싶었던 엔딩 장면을 새롭게 촬영해 추가되었다.

3. <자전차왕 엄복동> 개봉: 2019년 2월 27일

가위바위보도 일본에게는 지지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일전은 종목에 관계없이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화제였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엄복동에게도 그러했다. 1913년 4월, 경성일보사와 매일신보사가 주최한 세 차례의 전 조선 자전차 경기 대회에서 엄복동은 일본인 선수들을 즈려밟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의열단이 무장투쟁의 방식으로, 항일열사들이 만세운동의 방식으로 일제에 저항했다면 엄복동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제에 저항했다.
 
흥미로운 인물이지만, 그를 소재로 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개봉성적은 좋지 않다. 6일 기준 누적관객수 16만 6339명(영화진흥위원회 일별 박스오피스 참고)을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전망이다. '국뽕 논란'과 '허술한 스토리', 그리고 엄복동이 자전거 도둑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감독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것이 흥행부진의 이유로 지목된다. 7일 <캡틴 마블>의 개봉으로 더 이상의 관객몰이는 어려워보인다.
 
4. <항거: 유관순 이야기> 개봉: 2019년 2월 27일

멈춰있는 16년의 시간이다. 유관순 열사가 100번째 생일을 맞아 관객들을 맞이했다. 일제의 폭력으로 퉁퉁 부은 유관순 열사의 얼굴이 머그샷(범인 식별을 위한 사진)으로 기록되며 관객은 영화는 시작한다. 서대문 형무소 8호실, 세 평 남짓의 방 안에 스무 명의 독립열사들이 갇혀있다. 유관순도 그 속으로 투옥된다. 일제의 구타로 성치 않은 몸이다. 희망은 보이지 않고 수감실에는 내분까지 발생한다. 참담한 현실과 갈수록 요원한 독립에도 불구하고 유관순은 신념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날'만을 기다린다. 모두가 광장과 골목, 그리고 시장 등 모든 곳에서 만세를 외쳤던 그 때의 1주년을.
 
<10억>(2009)의 조민호 감독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그의 신작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지난 삼일절 백주년을 기념해 극장 예매율 28.1%(영화진흥위원회 일별 박스오피스 참고)로 예매율 1위 기록과 손익분기점(10만 명)달성을 동시에 이루는 쾌거를 보였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순 제작비가 감독 전작의 제목처럼 1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감탄하게 된다.

해방 후 74주년이 지났음에도 수많은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들 속에서 유관순 열사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그녀가 젊은 날의 열정을 바쳤던 삼일운동 백주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라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위로가 된다.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이 출연했으며, 지난 정부 주체 삼일절 백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영화의 출연진들이 단상에 올라 민요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되었다.
 
5. < 1919 유관순 > 개봉: 2019년 3월 14일

또 다른 유관순의 이야기가 찾아온다. 동류의 이야기인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달리 유명배우는 없지만, 삼일절 백주년이라는 시기와 <항거:>가 몰아친 유관순 열사에 대한 파고에 이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상민 감독과 김나니, 박자희, 양윤희, 류의도, 김무늬 등 주연배우들 모두 이 영화가 데뷔 작품이라는 점이 새롭다. 유관순을 연기한 이새봄만이 <그날의 분위기>(2015)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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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입니다. 주로 영화글을 쓰고, 가끔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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