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에도 '트렌드'가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창궐>, 올해 초를 뜨겁게 달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 이어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기막힌 가족>까지 변주된 '좀비'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또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 이어 <프리스트>, 지난 6일 첫 방송된 <빙의>까지 이번에는 '악령 퇴치 스릴러'가 연달아 찾아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작품이 호평을 받기는 어려웠다. 특히 뒤에 공개된 작품이 앞선 작품보다 못할 경우 '아류작'이라는 멍에를 비껴가는 게 쉽지 않다. <기막힌 가족>이 그랬고 <프리스트> 역시 같은 전철을 밟았다. 드라마 <빙의>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OCN 드라마 <빙의> 포스터.

OCN 드라마 <빙의> 포스터.ⓒ OCN


시청률과 별개로 <손 the guest>는 센세이셔널 했다. 영적 기운을 가진 영매와 신부, 형사가 함께 악령 '박일도'에 맞서는 이야기는 국내 시청자들에게 다소 생소했던 '엑소시즘'을 단박에 설득했다. 또한 우리 토속신앙과 천주교 구마의식을 연결한 지점도 인상적이었다. <손 the guest> 이후의 '엑소시즘' 드라마들은 어떻게 차별점을 만들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방송된 OCN 드라마 <프리스트>는 그 벽 앞에서 주저 앉아 버렸다. 첫 회 구마 의식 장면부터 <손 the guest>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소 복잡한 서사와 지지부진한 전개 등은 장르물 애청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엑소시즘'의 바통을 이어받은 <빙의>

바통을 이어 받은 <빙의>, 첫 회는 전설의 시작이었다. <손 the guest>는 바닷가 마을에 찾아든 악령 박일도가 무시무시한 존재감으로 시작을 열었다면, <빙의>에서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황대두가 나타났다. 그는 1990년대 5년여에 걸쳐 서른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한 '신념 있는(?) 사이코패스'다. 피해자를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넣은 다음, 그 앞에 거울을 놓아 두는 등 선과 악, 쾌락과 고통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범죄로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그를 베테랑 형사 김낙진(장혁진 분)이 쫓는다.

황대두가 피해자에게 도끼를 막 휘두르려는 상황, 김형사는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황대두가 빨랐다. 김형사는 끔찍한 살해를 직접 목격하게 되고 황대두에게 살의마저 느끼지만 결국 그를 법의 심판에 넘긴다. 황대두는 사형대 앞에서도 사형 당하는 순간의 쾌락을 강변한다. 그리고 법은 그의 생명을 거뒀다.

세월이 흘러도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술에 의존해 살아가던 김형사는 이후 황대두를 추종하는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20년이 지났지만 살인은 계속 이어진다. 승용차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여성의 시신 앞에 떨어진 백미러. 촉이 좋은 형사 강필성(송새벽 분)은 이를 의아하게 여긴다. 

환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받던 의사 선양우(조한선 분)는 병원 로비에서 한 여성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혼자 남겨진 서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사이코패스' 황대두와 관련된 기사를 본다. 선양우가 여성을 죽인 걸까. 그는 대체 황대두를 좋아하고 있는 걸까.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악령으로 돌아온 '황대두', 그리고 그에 맏설 영매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악인 오수혁(연정훈 분)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누가 악령 박일도의 숙주인지 찾아내야 했던 <손 the guest>와 달리, <빙의>는 명확한 악의 축을 미리 보여주고 극을 풀어나간다. 선양우,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오수혁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박일도'와 '황대두'의 차별성을 가를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영이 맑은' 형사 강필성도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박일도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를 잃었던 윤화평(김동욱 분)처럼, 강필성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 그는 뜻밖에도 귀신을 무서워 하는데, 대신 촉은 남다른 형사다. 그를 알아보는 건 '영매' 홍서정(고준희 분)이다. 그는 자신의 방 안 가득한 영기들을 부적이 다닥다닥 붙은 블라인드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막아낸다.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드라마 <빙의> 스틸 컷.ⓒ OCN


겁쟁이 강필성과 '막강 영매' 홍서정의 조합은 기대감을 높인다. 아쉽게도 <손 the guest>의 매혹적이었던 신부 최윤(김재욱 분)은 없지만, 과연 어떤 인물이 이들의 조력자가 되어 악령으로 돌아온 황대두를 추적할지 궁금해진다.

승용차 속 여인의 시신으로부터 시작해, 강필성이 찾아내는 또 다른 사건들로 연쇄 살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예정이다. 강필성과 강력팀 형사들의 수사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역시 강길영이 수사를 펼쳤던 <손 the guest>를 연상케 하는 지점이다. 반면 피해자들의 연합체였던 <손 the guest>와 달리, 영매와 형사의 조합인 <빙의>의 발걸음은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인다.

송새벽이 예의 그 허허실실한 캐릭터를 <빙의>에서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악역으로 돌아온 연정훈, 조한선의 변신도 기대된다. 이들의 신선한 조합이 만들어갈 <빙의>는 <손 the guest>의 아류작을 넘어 장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