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방용훈 사장은 제게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며, 그러나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라고 했지요. 애가 있느냐고도 물었고요."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을 제작한 서정문 PD는 방송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설명키 힘든 기분을 안고 방송 완제품 마무리 중"이라고. 그의 '그 기분'은 방송을 본 시청자라면 이해했으리라. 이날 < PD수첩 >이 방용훈 사장과 직접 통화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이다.

"저는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저는 사람하고만 이야기하고 싶지 그러니까 영어로 얘기해서 휴먼하고만 얘기하고 싶지 휴먼이 아닌 사람은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제가."

방 사장은 취재에 나선 서 PD를 가리켜 인간이 아니라는 듯 그렇게 말했다. 서 PD와 < PD수첩 >은 방 사장의 아내인 이미란씨가 지난 2016년 9월 1일 새벽, 한강에 투신, 자살한 사건을 취재 중이었다. 서 PD에게 "애가 있느냐"고 물었다던 방 사장. 방송에 공개된 그의 통화 내용 중 '협박'에 가까운 말들의 향연은 이랬다.

"그렇지. 당연하지. 나쁘게 만든 거지. 나쁜 사람 만드는 거 쉬운 거 아니에요? 다 지금 녹음되는 거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확실하게, 이거 편집하지 마시고 확실하게 하시라고. 서 선생. 내가 당신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까 평생 살아가면서. 이건 겁주는 것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내 이씨의 죽음과 관련된 자식들의 재판에 대해 통화하다 언급한 내용이다. 코리아나 호텔을 소유한 방용훈 사장은 알려진 대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왜 그는 인간 운운하며 지상파 방송국 PD를 겁줬던 걸까. 2년 전 자살한 고 이미란씨의 죽음과 관련된 정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 죽음엔 방 사장과 그의 자식들이 깊게 연루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엄마, 너무 죄송해요. 언니랑 오빠랑 다 너무 애써서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너무 죄송해요, 엄마, 다들.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마웠어요. 겁은 나는데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

이미란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 중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란 말은 당시의 안타까웠던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 PD수첩 >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로, 과거 방 사장이 이씨에게 줬다던 50억 상당의 돈과 이를 둘러싼 자식들의 학대와 폭력을 들었다. 한남동 고급 주택 지하실에서 4개월간 감금 비슷한 생활을 했다는 이씨는 이혼이 아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왜일까.

"남편은 전화든 문자든 아무것도 안 하니 대화할 수도 없고, 이유를 알 수도 없고 소송밖엔 없는데 다들 풍비박산 날 거고 망할, 만신창이가 돼서 끝날 텐데 불 보듯 뻔한데 어떻게 제가 그렇게 하게 놔두겠어요.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저 편하려고 가는 거니까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 다들 잘 지내다가 나중에, 나중에 봬요. 너무 죄송해요, 엄마."

이렇게 이씨의 생전 육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진행자인 한학수 PD도 강조했지만,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란 한 마디가 범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마지막 음성을 남기고 서울 방화대교에서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씨는 7장의 유서를 남기고 가양대교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방 사장 일가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이씨는 친정 오빠에게 마지막 육성을 남기며 "남편이 없앨까 봐 보낸다"며 유서를 찍은 사진을 함께 전송했다고 한다. 과연 방 사장 일가가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씨에게 어떤 폭력과 학대를 저질렀는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 PD수첩 >이 방 사장 가족의 전 가사도우미들 인터뷰와 이씨 친정 식구들이 경찰에 제출한 증거 사진을 토대로 방송한 내용은 확실히 '휴먼'이 저지를 만한 것이 아니었다.

'4개월 지하실에서 투명 인간처럼 살았고 강제로 끌려서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방용훈이란 큰 산 앞에서 저나 친정 식구들이 어떻게 당해내겠습니까.'

이씨의 유서 중 일부다. 33년간 결혼생활을 이어갔고, 2남 2녀를 낳아 키웠던 이씨는 사망 전 감금은 물론 자식들로부터 '공동존속상해'에 해당하는 심각한 폭력을 당했다. 과거 방 사장이 이씨에게 줬다는 돈 때문이었을까. 자식들은 욕설과 물리적 폭력을 동원해 이씨를 집에서 내쫓으려고 했고, 사설 구급차까지 동원해 병원에 감금하려고 했다. 이씨의 아들은 당시 상황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더 이상 말씀드릴 것도 없고 변명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서 그냥 해석해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요즘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지금 북미회담 봐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 왜 무슨 엄마, 사설 구급차? 뭐 말도 안 되잖아요."

이씨는 기지를 발휘해 친정집으로 갈 수 있었지만, 유서에 나와 있듯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방 사장의 권력을 무서워한 이씨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 방 사장과 자식들은 화장을 서두르며 이씨의 죽음을 수습하기에 바빴다. 서 PD와 통화한 방 사장은 이씨를 이렇게 회고했다.

"내가 뭐 때문에 이런 (취재 같은) 걸 당했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정확히 하신 다음에 그걸 하셔야지 함부로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 남의 가정사를 가지고. 우리 죽은 마누라가 애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세요? 우리 애들이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휴먼' 좋아하는 방용훈 사장과 그의 의문스러운 자식들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러운 남편에게, 당신이 뒤에서 저지른 가혹한 악행을 밝히고 제 억울함을 알릴 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밖에 없었습니다. 제 시도가 실패로 끝나서 살아남을 경우 방용훈이란 남편이 어떤 가혹 행위를 뒤에서 할지. 죽기로 결심한 두려움보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역시 이씨의 유서 중 일부다. 2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씨의 억울함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 PD수첩 >에 앞서 이씨의 유서와 의문의 죽음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 PD수첩 >은 폭행 등 정황 외에 이씨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더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 PD수첩 >은 방 사장과 가족들이 줄곧 주장한 이씨의 우울증은 이씨의 과거 신경정신과 병력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 PD수첩 >은 그 외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동존속상해가 아닌 강요죄로 죄명을 변경합니다. 미란씨 가족이 고소한 내용 중 경찰은 공동존속상해 혐의가 있다고 봤지만, 검찰이 뒤집습니다. 강요죄는 보다 약한 처벌을 받습니다." (진행자 한학수 PD)

이씨가 당한 물리적 폭력을 증명하는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방 사장 자식들의 죄명을 바꿨고 결국 이들은 올해 1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석연치 않은 수사기관의 행태는 또 있었다. 이씨의 사망 이후 이씨 친언니의 자택을 침입했던 방 사장과 방씨 아들에게 관할서인 용산경찰서가 주거침입죄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미란씨가 자살하기까지 드러났던 여러 가지 사건들, 심지어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건에서조차 경찰과 검찰은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국가의 사법기관이 마치 한 개인만을 위해 움직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방용훈 사장은 < PD수첩 > 제작진에게 오히려 하소연했습니다. 자신이 <조선일보>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처분을 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유력 언론사의 대주주라는 이유로 특별대접 받으며 지금까지 누려온 것은 없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한학수 PD는 클로징멘트에서 이렇게 되물었다. < PD수첩 >이 이씨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을 말끔히 해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여론이 환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방 사장은 방송 이튿날인 6일 하루 내내 양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달구는 중이다.

이날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 기자들의 익명 게시판에도 "방용훈 사장이 조선일보 주주인 것 말고는 공식 직함은 없지 않느냐"며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으로 방송 나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대도 (PD수첩) 페이스북에 버젓이 조선일보 태그를 거는 짓은 회사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방용훈 사장을 <조선일보>와 연관 짓는 여론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 기자는 또 "안 그래도 부끄러운 일 투성인데 저런 걸로 또 까여야 하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공감한다. 검찰의 고 장자연씨 사건 재조사를 비롯해 '손녀 갑질' 등 <조선일보>를 향한 여론이 악화일로다. 여기에 더해, 이날 < PD수첩 > 방송은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씨의 죽음을 대하는 방 사장 일가의 행태는 물론 제작진을 대하는 방 사장의 대응을 통해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민낯을 조금이나마 더 드러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방 사장과 길게 통화했다. 협박성 발언도 있었고 자기 해명을 죽 늘어놓는 발언도 있었다.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식의 방 사장 반응은 개인적으로 독특했다. 취재하면서 여러 통화를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강한 압박으로 느꼈다면 지금 숨어 있거나 조용히 지내야 하는 건데…(웃음) 방송 이후 제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또 그의 해명을 담는 차원에서도 해당 발언을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서 PD는 6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뒷얘기를 털어놨다. 부디 몸조심하시고, 후속 취재 역시 반드시 부탁드리는 바다. 시청자들은 '휴먼' 방용훈 사장의 민낯을 이미 궁금해 하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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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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