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갑작스러운 '이면 계약' 논란으로 프로야구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스포츠동아>는 이날 "[단독] 충격, LG 김민성 이적료 5억 원 자비 부담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 김민성의 LG 트윈스 이적에 대한 '이면 계약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에는 "FA 김민성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LG가 거액의 이적료를 지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며 "LG의 태도는 완강했다. 선수 측에서 이적료를 부담하길 원했다. 키움 구단도 5억 원 이하로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을 전했다"고 쓰여 있었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적료를 선수가 자체 부담하는 계약은 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2일 열린 당시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김민성이 우중간 2루타를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지난해 11월 2일 열린 당시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김민성이 우중간 2루타를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하물며 당초 알려진 계약 내용은, 김민성이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LG 트윈스로 이적하고 LG는 키움 측에 현금 5억 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면 계약'이 들통난 것이라면, KBO 규정상 LG는 다음 연도 1차 지명권을 박탈 당하고 제재금 10억 원을 내야 한다. 당연히 야구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적료 선수 자비 부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가 하면 관련 구단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LG와 키움, 김민성 측 에이전트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상황은 급돌변했다. 결국 기사는 삭제되었고 <스포츠동아>는 오후 9시경 "LG와 키움은 정상적인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이적료는 13일 이전까지 5억 원 전액을 입금할 예정이라며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혀와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내용의 정정 기사를 출고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팩트를 확신하고 취재에 들어갔지만 꼼꼼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논란이 된 기사에서 근거로 제시한 건 고작 "복수의 야구계 소식통에 따르면"으로 시작되는 추측성 내용이 전부였다. 이면 계약을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면서 보도는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기사는 결국 부실한 팩트체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계약 양도(트레이드) 관련 규정은?
 
 5일 오후 9시경 출고된 <스포츠동아>의 정정보도문.

5일 오후 9시경 출고된 <스포츠동아>의 정정보도문.ⓒ 스포츠동아

 
앞서 지난 5일 KBO는 LG가 키움에 5억 원을 이적료로 지급하고, 김민성이 키움과 맺은 3년 FA 계약(총액 18억 원, 옵션 3억 원 포함)을 선수 양수도 계약을 승인했다. 현재 KBO 규약이 명시하고 있는 선수 계약 양도(트레이드) 관련 주요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10장 선수계약의 양도
제84조 [선수계약의 양도]
① 구단은 소속선수(육성선수를 포함한다)와의 선수계약을 참가활동기간 중 또는 보류기간 중에 당해 선수와의 협의를 거쳐 다른 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
② 선수계약이 양도되는 경우 선수계약상 양도구단의 일체의 권리 의무는 양수구단에 승계 또는 이전된다.
③ 선수는 구단이 제1항에 따라 다른 구단에 선수계약을 양도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동의한다.

제88조 [양도의 승인신청] 선수계약을 양수도하고자 하는 경우 양수구단은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총재에게 제출하여 선수계약양도의 승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① 양도구단과 선수 사이의 선수계약서
② 제1호의 선수계약에 대하여 양도구단과 양수구단 사이에 체결된 양수도계약서


현재 구단과 선수간의 계약은 KBO 표준계약서 양식에 맞춰 이뤄지며 여기엔 "활동기간(계약기간) 중에는 타 구단에도 양도할 수 있다는 것을 승락한다"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레이드는 선수 의사에 구애받지 않고 구단끼리의 협의에 의해 진행된다. 그런데 현재 사용중인 구단-선수 표준계약서 어디에도 "향후 계약 양도시 발생할 수 있는 이적료를 선수가 부담할 수 있다"는 식의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수계약 양수도는 전적으로 원 소속 구단(양도구단)과 향후 소속구단(양수구단)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당연히 양수도계약서에는 두 구단의 서명 날인만 반영된다. 만에 하나라도 구단간 양수도 계약서에 "이적료는 선수 본인 부담" 항목을 담았더라도 이를 선수가 지켜야 할 의무는 전혀 없으며 현행 규정을 초월한 내용을 담은 양수도라면 이를 KBO가 승인해줄 리도 만무하다.

더구나 '이면 계약'은 중징계 사유다. 차명석 LG 단장이 주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에라도 걸리면 퇴출인데 그런 짓을 하겠느냐?"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도 처벌 규정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독, 속보 경쟁이 빚은 보도 참사
 
 해당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트위터

  
프로야구 인기가 상승할수록 매체들의 경쟁 역시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만큼 오보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17일에는 "NC 신임 사령탑에 박정태 사실상 내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일 NC 구단이 이동욱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오보'임이 밝혀졌다. 이 기사 역시 현재 인터넷상에선 삭제된 상태다.

이번 기사는 야구계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을뿐만 아니라, 해당 구단 및 선수 본인에게도 큰 상처가 될 법한 일이었다. 1군 등록일수(145일)가 딱 하루 부족해, 당초보다 1년 늦은 2018 시즌 종료에 맞춰 FA 자격을 취득한 김민성은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시즌 시작을 앞두고 뒤늦게 계약에 성공했다. 그런 김민성에게 마지막까지 가혹했던 '오보'가 아니었나 싶다.
 
확실한 팩트체크가 이뤄지지 않은 부실한 기사 양산은 성실히 발로 뛰는 다수의 기자들의 기사까지 신뢰를 잃게 만든다. 이번 파문이 오보 남발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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