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 하얗게 보이네요."

지난 3일 '2019 하나 원큐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와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경기 중계에서 나온 말이다. 스카이스포츠 강신우 해설위원은 생방송 도중 경기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흑인 선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인기 해설위원 중 한 명이었던 강신우 해설위원이 오랜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고, 많은 축구 팬들은 향수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강신우 해설위원은 복귀하자마자 흑인 선수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발언은 경기 전반 12분 0-1로 뒤지던 안산의 구스타보 빈치씽코 선수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환하게 웃어보이는 장면에서 나왔다. 강신우 해설위원은 해설 스타일뿐만 아니라 인권 감수성도 90년대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안산 그리너스 FC 빈치씽코 선수(오른쪽). 지난 1월 안산 그리너스 측은 빈치씽코 선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안산 그리너스 FC 빈치씽코 선수(오른쪽). 지난 1월 안산 그리너스 측은 빈치씽코 선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 안산 그리너스 FC

 
우리는 그동안 A매치 등에서 벌어진 한국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여러 번 분노했다. 지난 2017년만 해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시점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카르도나 선수는 기성용 선수를 향해 눈을 찢는 흉내를 냈다. 카르도나 선수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셌고 FIFA 역시 2200만 원의 벌금과 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해당 선수는 결국 지난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일본전에 뛰지 못했다.
 
FIFA는 지난 2014년부터 인종차별금지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차별적인 행위를 한 구단 선수나 관중을 엄벌해, 그라운드 내 혐오 언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K리그 역시 2014년부터 '축구 리그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상호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리스펙트 캠페인'을 펼쳐 왔다. 그러나 이날 강신우 해설위원의 발언은 지난 5년간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 처사였다. 강 해설위원이 해당 선수를 존중했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인종차별 표현이 다시는 전파를 통해 축구 팬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K리그 혹은 해당 방송국 차원에서의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한국 축구계가 노력해 온 '리스펙트' 정신을 공염불로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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