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포스터 ⓒ 단유필름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이 차별적인 상영을 배정했다며 항의의 뜻으로 CGV와 메가박스 상영을 보이콧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2일, 2만 관객을 돌파했다. 의도하지 않게 대기업 극장을 등질 수밖에 없는 영화에 관객들이 몰리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칠곡 가시나들>은 개봉을 앞둔 지난달 24일 CGV의 상영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CGV가 전국 8개관에서 교차 상영하겠다는 배정 계획을 보내오자 "우리 영화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겠다"며 "CGV가 정한 모욕적인 룰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개봉 하루 전인 26일에는 "메가박스에서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며 또 다시 강수를 뒀다. 총 17개 상영관에서 하루 1회 상영을 배정한 메가박스가 "당일 정오까지 예매를 열지 않았다"면서 대기업 상영관에 구차하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메가박스에서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린 <칠곡 가시나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메가박스에서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린 <칠곡 가시나들> ⓒ 단유필름

 
하지만 몇 개의 상영관도 아쉬운 다큐멘터리 영화 입장에서, 졸지에 상영관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고, 롯데시네마에서와 일반 예술극장 등에서만 상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CGV와 메가박스의 상영이 불발되면서 '단독개봉 아닌 단독개봉'이 된 셈이었다.
 
그러나 상영관 배정이 불리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흥행이 불투명할 거라는 예상은 반전됐다. 개봉 첫날인 지난달 27일 하루 3천 이상의 관객이 찾기 시작했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지지와 응원하는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김재환 감독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이 '이 땅의 양심과 상식을 함께하는 영화인 연대'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해 "작품 이전에 창작자의 자존심으로 부조리를 정면 비판한 감독의 태도에 지지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 사건에 대하여 영화인들이 침묵의 일관성으로 끝내서 안 될 것"이라며 "감독 이전에 영화노동자로 처절하게 상영거부로 CGV의 독점적 지위와 부당한 관행에 대하여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 만큼, 영화단체들이 연대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불공정 관행을 타파할 수 있는 영화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삶과 인생, 배움을 따뜻하게 그린 영화
 
 
칠곡 가시나들 2일 오후 서울 대한극장에서 열린 <칠곡 가시나들> 상영 후 소설가 김훈 특강.

▲ 칠곡 가시나들 2일 오후 서울 대한극장에서 열린 <칠곡 가시나들> 상영 후 소설가 김훈 특강. ⓒ 인디플러그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듯 <칠곡 가시나들>은 지난 2일에는 하루 4천 이상의 관객을 넘기며 2만 관객을 넘어섰다. 김재환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영화가 됐다. 김 감독의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를 제외하고는 <트루맛쇼> <MB의 추억>은 1만 관객을 넘겼고, <쿼바디스>는 2만 관객을 기록했다. <칠곡 가시나들>은 감독의 기존 작품들의 흥행 기록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초반 흥행은 첫 주 '관객과의 대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CGV 상영 보이콧 입장을 밝히면서 "개봉 첫 주 이벤트도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며 "소설가 김훈, 코미디언 배연정, 바버렛츠, 신유, 배우 안석환, 김민식 PD 등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이 극장 릴레이를 돌며 '우리 영화 대박 나게 해주세요, 끝' 이런 무기획 무대인사로 채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관객들 역시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유명 인사들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상영에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김재환 감독은 서울 부산 함양 등을 오가며 개봉 첫날부터 매일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기업 상영관들의 차별적 행태에 독기를 품은 분위기다.
 
 
칠곡 가시나들 2일 오후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함양문해학교 단체 상영회에 참석하여 할머니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칠곡 기사나들>의 김재환 감독.

▲ 칠곡 가시나들 2일 오후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함양문해학교 단체 상영회에 참석하여 할머니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칠곡 기사나들>의 김재환 감독. ⓒ 인디플러그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도 흥행에 작용을 하고 있다.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온라인에 올린 관람평을 통해 "고2 아들과 함께 봤는데,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아들과 편지 주고받는 장면에서 저도 아들과 손을 꼭 잡았다"며 "삶과 인생, 배움에 대해 밝고 따뜻하게 그린 좋은 영화"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객들도 "영화 한 편을 보며, 한 계절을 보았고, 돈으로 살 수 없는 풍경과 인생도 보았다"거나 "할머님들의 한글 배우기 시간이 너무나 유쾌하여 직접 수업에 참여하는 느낌도 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말이 금지됐던 시대를 살아오면서 교육을 못 받은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된 과정이 3.1절 100주년을 맞아 관객들의 반향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대기업 상영관에서는 홀대를 받았으나 관객들이 불편한 상영 조건을 감수하고 <칠곡 가시나들>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흥행 추이가 더욱 주목된다.
칠곡 가시나들 김재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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