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스태프노조가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그래 풍상씨>를 비롯한 5개 KBS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방송스태프노조가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그래 풍상씨>를 비롯한 5개 KBS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 김윤정

 
"많은 국민들이 즐겁게 시청하고 계신 드라마의 이면에는, 비상식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드라마 스태프들의 제작 현장이 있습니다. 산업재해 과로사 판정 기준이 4주 연속 64시간 노동인데, 드라마 스태프들은 주 78시간, 80시간 이상 일합니다.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민주노총 서울본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아래 한빛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아래 방송스태프노조)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왜그래 풍상씨> 등 KBS 드라마 5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빛센터 진재연 사무국장은 "지난해 9월 20일, 한빛센터가 요청해 진행된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 대상 드라마 3편, KBS 2TV <라디오 로맨스>, OCN <그 남자 오수>, tvN <크로스>에서 일하던 전체 스태프 177명 중 157명에 대한 근로자성이 인정됐고, 고용노동부가 방송사 제작사 등에 턴키 계약 관행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드라마 스태프들은 여전히 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고 턴키 계약 체결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재 방영 중인 <왜그래 풍상씨> <왼손잡이 아내>, 방영 예정인 <닥터 프리즈너> <국민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현장의 경우 스태프들의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거나 턴키 계약(일괄 도급식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알렸다. 

고질적인 초 장시간 노동 문제도 여전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왜그래 풍상씨>의 1, 2월 스케줄표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스태프들은 1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총 노동시간이 68시간, 2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총 78시간 40분 일해야 했다. 하루 노동 시간이 19시간 30분(2월 1일, 오전 7시 30분부터 익일 새벽 3시까지)에 달하는 날도 있었다. 

결국 지난 13일 <왜그래 풍상씨> 현장에서는 초 장시간 노동을 견디다 못한 일부 기술 스태프들이 제작을 거부하며 현장에서 철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전날인 12일 오전 7시 20분 시작된 촬영이 새벽 2시가 넘도록 이어지자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며 촬영 중단을 요청했지만, 담당 연출자는 스태프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촬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촬영 스케줄표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인 11일에도 오전 8시 30분부터 자정이 넘는 시간(오전 0시 35분)까지 일했다.   

"드라마 촬영 현장, 즉시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이번 특별근로감독이 요청된 드라마 5편 제작사들은 스태프들에게 하루 촬영 시간을 16시간으로 명시한 계약서 체결을 요구했으며, 이를 넘는 초과 근무에 대해서도 시간 외 수당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스태프노조는 이 같은 계약 요구가 근로기준법 53조(연장근로의 제한), 56조(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스태프노조 김두영 위원장은 "근로시간 개선, 개별 근로 계약 요청을 줄기차게 외쳤지만, 방송사와 제작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갖 불법과 탈법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런 현실을 묵과하지 않기 위해 근로 감독을 요청하고 있지만, 드라마 제작 현장의 특성상 근로감독을 요청해 조사를 나오면 드라마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진재연 한빛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에도 tvN <나인룸>, OCN <손 the guest> <프리스트> <플레이어> 등을 고발했고, 최근에도 SBS <황후의 품격>을 고발했다. 하지만 고발 사실에 대한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실제 조사가 나오기도 전에 드라마가 종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에 드라마 현장의 특수 상황을 고려해주기를 요청한다. 특별근로감독을 즉시, 긴급하게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공영방송인 KBS조차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 체결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공정한 방송은 사장이 바뀌고 임원이 바뀐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제작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KBS가 진정 공정한 방송이 되길 원하고, 공정 방송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보답하고자 한다면 제작 현장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방송스태프노조와 한빛센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접수하고, 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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