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그날, 바다>와 2위 <소공녀>

2018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그날, 바다>와 2위 <소공녀> ⓒ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의 저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무려 절반에 가까운 47.9% 감소한 것이다. 113편 상영에 110만 관객이 찾으면서 1편당 평균 관객은 1만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CGV는 단독개봉을 통해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를 2년 연속 차지했다.
 
한국영화의 수익률도 악화됐다. 평균 제작비는 올랐으나 흥행 성적은 나빠지면서 추정수익률은 –17.3%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수익률 18%에서 대폭 하락한 수치이며, 2012년 이후 흑자 기조를 지속해오던 한국영화 수익률이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18일 발표한 '2018 한국영화 결산'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2억 163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한 반면, 매출액은 1조 81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관객 수는 1억 1015만 명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도 전년보다 하락한 50.9%를 기록하면서 8년 연속으로 50%대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다. 2018년 인구 1인당 관람횟수는 4.18회로 2013년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
 
우울한 독립예술영화
 
영화 관객 수 그래프 최근 5년 간 전체 영화 관객 수와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

▲ 영화 관객 수 그래프 최근 5년 간 전체 영화 관객 수와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 ⓒ 영진위

   
'2018 한국영화 결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침체다. 지난해 100억대 대작 한국영화의 부진이 심해지면서 상업영화의 위기의식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독립예술영화 시장 환경이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018년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858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978만 명에서 12.3% 감소한 수치다. 이는 전체 관객 수의 4%로 최근 5년 중 2015년 3.8%를 차지한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도는 4.5%에서 0.5%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영화시장 전체 관객 수 감소폭(-1.6%)에 비해 훨씬 큰 감소폭을 보였다.
 
2017~2018년 한국 독립예술영화 개봉편수 및 관객 수 전체 독립예술영화 중 한국 독립영화의 최근 2년간 개봉 편수 및 관객 수와 매출액 현황

▲ 2017~2018년 한국 독립예술영화 개봉편수 및 관객 수 전체 독립예술영화 중 한국 독립영화의 최근 2년간 개봉 편수 및 관객 수와 매출액 현황 ⓒ 영진위

 
여기에서 한국 독립·예술영화만 따로 구분하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독립·예술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 관객 110만 명은 전체 관객의 12.8%에 불과했다. 2018년 전체 관객 2억 1천만 중 0.5%로 수준이다.
 
전년도 211만과 비교해도 큰 폭의 하락이다. 전체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가 2017년 978만에서 2018년 858만으로에 100만 이상 떨어진 것도 한국 독립예술영화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객 편중 현상도 두드러졌다. 110만 관객 중 절반은 흥행 1위를 차지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54만 관객) 한 편이 차지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제작비 조달과정이나 홍보 및 관객 동원 배경이 통상의 독립·예술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2위를 차지한 <소공녀>는 5만 9천 관객이 찾았는데, 전년도 9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개봉편수는 전년 대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관객 수와 매출액 대폭 하락은 2018년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제작배급사들의 손해가 상당히 커졌음을 의미한다.
 
 2018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 <월요일이 사라졌다>

2018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 <월요일이 사라졌다> ⓒ CGV아트하우스

  
반면, 외국영화들은 상위를 차지한 영화들이 거의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독립·예술영화 최고 흥행작은 9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깜짝 흥행작 <월요일이 사라졌다>가 차지했다. 2017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였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이어 2018년에도 CGV 단독개봉작이 1위를 차지했다.
 
영진위는 "한정된 독립·예술영화 시장에서 단독개봉이 보여주는 이런 성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면서도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독립·예술영화 제작·수입·배급사들 입장에서 단독개봉은 홍보마케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등 '어쩔 수 없는' 합리적인 선택지일 수도 있지만, 독립·예술영화 시장에서까지 대기업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상황이 영화산업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는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수익률 하락, 더 심해진 스크린독과점
 
수익률 하락으로 2012년 이후 흑자기조였던 한국영화가 적자 기조로 들어선 것도 지난해 한국영화가 속빈 강정이었음을 보여 준다. 2018년 한국영화 개봉작 중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인 상업영화 40편의 평균 총제작비는 103.4억 원으로 전년대비 5.7% 상승했다. 홍보마케팅 비용을 뺀 평균 순제작비는 79억 원으로 전년대비 7.8% 상승했다.
 
하지만 추정 수익률이 –17.3%는 전년도 18% 수익과 비교할 때 추락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률 폭락의 주요 원인은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인 고예산 영화들의 흥행 부진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고예산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제대로 넘긴 영화가 극히 드물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이들 영화가 관습적인 흥행코드를 나열한 서사로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주며 외면 받았고, 성수기를 노린 일률적인 배급 전략이 제로섬 게임으로 치달은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순제작비 30억 이상~50억 미만의 수익률은 1.6%, 50억 이상~80억 미만의 수익률은 –1.1%로, 중저예산 또는 중급 규모 영화들이 전체 평균 수익률의 하락을 완화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2018년 2553개 스크린을 차지해 최다 스크린 기록을 세운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2018년 2553개 스크린을 차지해 최다 스크린 기록을 세운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울러 소수영화에 스크린이 몰리는 스크린 독과점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별 상영점유율 기준 1위 영화가 평균 33%, 2위가 20.7%, 3위가 13.8%를 차지함으로써 1~3위 합이 67.5%에 달했다. 지난해 64.5%를 차지했던 것보다 3%가 더 증가한 것이다.
 
2018년 일별 상영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총 9편이다. 2553개 스크린을 차지하며 최다 스크린 기록을 깬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의 경우 개봉 이후 14일간 2000개 이상 스크린을 유지했다. 일별 최고 상영점유율이 77.4%였다. 40% 이상 일수도 21일로 나타났다.
 
2235개로 한국영화 최다 스크린을 차지한 <신과함께-인과 연>은 상영점유율 53.3%로 시작해 개봉 4일 만에 59%로 올라갔으며, 관객 1,200만 명을 동원하여 2018년 흥행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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