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 Netflix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1990년대 공익 광고 문구에서 본 듯한 이 짧은 문장을,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이 증명하고 있다. SNS를 타고 전해지는 세계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은 데다, 최대 규모 영화·TV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Internet Movie Database) 순위도 18일 기준 21위(최고 13위)를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시즌2 제작 결정을 두고 성공 여부를 점친다는데, <킹덤>은 시즌1이 오픈되기도 전인 지난 11월 시즌2 제작 확정을 발표했고, 지난 12일 촬영이 시작됐다. <킹덤> 시리즈에 대한 넷플릭스의 기대와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작 단계부터 190개국 동시 공개가 예정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해외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의 취향이나 정서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인인 우리의 눈으로 암만 해외 시청자들의 취향을 파악하려 해봐야 어차피 제대로 먹힐 것 같지도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들의 예상처럼,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넷플릭스 <킹덤> 정말 좋아, 그중 최고는 모자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 Netflix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 Netflix

 
"넷플릭스 <킹덤> 정말 좋아. 그중 최고는 모자지."
"오마이 갓, 이런 모자는 본 적이 없어." 
"<킹덤> 꼭 봐. 이건 좀비와 멋진 모자에 대한 영화야."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것은 '모자'였다. 해외 시청자들은 신분과 장소, 상황에 따라 다른 모자를 쓰는 <킹덤>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자 컬렉션에 푹 빠진 것이다. 대다수 우리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익숙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방인들의 눈에는, 예나 지금이나 조선의 모자가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개항기 조선을 찾은 이방인들 역시 조선의 모자를 보고 깜짝 놀라 "조선은 모자의 나라다. 집안에서 신발은 벗지만 모자는 쓰고 있다. 밥상을 받으면 겉옷은 벗어도 모자는 쓰고 먹는다"(고요한 아침의 나라, 퍼시벌 로웰, 1885), "조선은 모자의 왕국이다. 조선의 모자 패션은 파리 사람들도 꼭 알아두어야 한다"(뜨루 드 몽드,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 1988)고 감탄했다고 하니 말이다. 

외국인들의 예상치 못한 'K-모자' 열광에 한국 네티즌들도 신이 났다. 어서 세자 이창의 머리 위에 얹어진 모자의 이름이 갓(god)이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이다. 한 친절한 네티즌은 다양한 조선시대 전통 모자와 이름을 알려주는 그림까지 소개했다. 

'조선'이 배경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스토리
 
 드라마 <킹덤> 시즌 1의 한 장면.

드라마 <킹덤> 시즌 1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부산행>의 흥행으로 최근 좀비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한국 시청자들에게 좀비물은 여전히 생소한 장르다. 하지만 해외, 특히 서구 시청자들은 오랜 시간 여러 제작자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좀비물을 접해왔다. 한국 시청자에게 가장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인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협업'이라든가,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첫 사극 좀비물' 역시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우리만의 독자적 좀비물'로 해외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쌍칼을 찬 죄수 좀비, 툇마루 밑에 숨어든 좀비, 또 좀비가 된 가족의 시신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대부의 태도 등은 '조선'이 배경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또, 아름다운 궁궐과,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좀비들의 모습이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조합 역시 색다르다. 아름다운 창덕궁 후원을 보여준 뒤, 연못 아래 수장된 궁인들의 시신을 보여주는 신이 대표적이다.

김성훈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창덕궁이 가장 아름다울 때 촬영하고 싶었다"면서 "시리도록 아름다운 장소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잔혹한 서스펜스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 Netflix

 
여기에 김은희 작가가 구축한 탄탄한 서사 역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좀비물은 허술한 스토리를 가진 'B급 장르'로 취급받지만, <킹덤>은 권력을 향한 양반들의 탐욕과 부조리,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의 몸부림, 이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세자 이창(주지훈 분)의 고군분투 등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재 <킹덤>은 시즌2 촬영에 돌입했다. 시즌1보다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제작되고 있지만, 시즌1이 그랬듯, 해외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따로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킹덤>의 해외 인기는 가장 한국적인 것에 집중한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시즌2에서 어떤 한국적 아름다움에 집중할지, 또 해외 시청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과 이야기 속에서 어떤 새로운 매력을 찾아낼 수 있을지, <킹덤> 시즌2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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