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명박·삼성·양승태… TV 시사프로, 일제히 적폐몰이 융단폭격'

지난 15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명박·삼성·양승태… TV 시사프로, 일제히 적폐몰이 융단폭격' ⓒ 조선일보

 
"미디어 비평을 내건 KBS '저널리즘토크쇼J' 역시 조선일보 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언론만 집중 공격했다. 본지 분석 결과, 지난 총 31회 방송 중 24회(77.4%)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했고, 동아일보·중앙일보 비판은 각각 18회, 15회였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4회, 경향신문은 2회뿐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에서 출연자 편향성(주장 강도, 0~2)이 1.5로 가장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로도 나타났다. 12개 시사 프로 평균인 1.01을 웃도는 수치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5일자 <조선일보>의 <이명박·삼성·양승태… TV 시사프로, 일제히 적폐몰이 융단폭격> 기사 중 일부다. 이날 <조선일보>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한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의 네 번째 보도를 이어가며 MBC <스트레이트>, KBS < PD수첩 >과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집중 거론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를 근간으로 한 <조선일보>의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가 언론계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관련기사 : 손석희 비판 칼럼에 감춰진 사실... 이게 진짜 '언론스캔들' http://omn.kr/1hbly), 보란 듯이 기사의 방향을 지상파 라디오나 진행자에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에까지 돌린 것이다. 이날 '조선'이 쏟아낸 기사는 <손혜원 투기 의혹 사흘 후… KBS, 9시 뉴스에 孫의원 불러 10분간 해명 기회>까지 무려 세 꼭지였다. 

우연찮게,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 역시 <조선일보>의 '공정성'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해당 시리즈에 대한 반박은 아니었다. 마치 그 외에도 비판할 것은 넘친다는 것 마냥, <저널리즘 토크쇼 J>는 '5·18 망언, 조선의 이유 있는 침묵'과 함께 방송 시간 전체를 할애해 '조선' 비판에 나섰다. 지상파로는 드물게 '박수환 문자'까지 요목조목 살펴봤다. 

TV조선의 우스꽝스러운 침묵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 KBS


"그런데 이번 (5.18 망언) 파문에 대해서 거의 침묵하다시피 한 언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인데요. TV조선은 공청회 당일과 다음 날에도 저녁 종합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고요. 10일에야 겨우 첫 보도를 했고 2월 8일에서 11일까지 보도 중에서 TV조선은 단 3건만 보도를 했거든요. 그렇다면 다른 데는 얼마큼 했느냐. JTBC는 10.5건을 보도했어요. 0.5건은 단신을 의미하는데요. 그리고 KBS와 MBC가 6건, 8건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출연자인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의 정리다. 종합일간지와 방송사들이 '5.18 망언'을 한목소리로 비판한 가운데, 유독 침묵한 방송사가 바로 TV조선이었다는 설명이었다. 이러한 침묵의 이유을 두고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5.18 망언을) 실제로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 TV조선이었다"고 지적했다.
 
"TV조선은 5.18 북한군 개입설과 관련해 일종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을 TV조선에서 내보내면서 엄청나게 많은 가짜뉴스를 만들어냈고, 이제는 마치 진실규명을 해야 하는 내용으로까지 번진데 출발점이 됐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될 수 없는 내용을 문제가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내는데 실체를 부여해준 장본인이 TV조선이기 때문에 소극적 보도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 KBS


이와 관련, 지난 2013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는 탈북 장교 출신인 임천용씨가 출연, 5.18이 '북한군 600명이 침투해 벌인 전쟁'이라는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방송한 바 있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방송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얼마 후 TV조선은 자가당착에 가까운 보도를 내놨다. 이러한 자가당착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그래서 TV조선이 그 이후에 팩트 체크하는 보도들을 여러 건을 내놨어요. 실제로 저희가 보면, 당시에 <뉴스쇼 판>에서 북한군 개입설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팩트체크 보도들을 6건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거 보면 지금 이 보도를 그대로 내놓으면 굉장히 칭찬받을 것 같은 그런 팩트체크를 했어요. 그게 더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언경 사무처장)
 
"북한군 개입설 스피커 역할을 한 언론으로는 월간조선도 많이 이야기를 하잖아요." (정세진 아나운서)
 
"이건 2017년에 나왔거든요. 월간조선은 조선미디어그룹 안에 있는 월간지죠. 그런데 '5.18 때 북한군 개입설 사실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두환 회고록에 적힌 북한 개입 정황을 그대로 싣고 탈북자가 쓴 소설에서 주장했던 '(북한 당국이 남파된) 북한군 100명을 사살했다'고 들은 전언을 그대로 다뤘습니다.
 
결국 언론이 북한군 개입설 망언을 쏟아냈던 한국당에 대해서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은 조선일보 특히 월간조선 등은, TV조선 등은 이것에 대해서 자유롭게 비판하기에는 좀 낯부끄러운 그런 상황인 것이죠." (김언경 사무처장)

 
다음주 33회를 기대하는 이유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5.18 망언'에 대해 기계적 균형에 맞춘 듯했던 KBS <뉴스9>의 보도까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 '5.18 망언'과 같이 거짓말이나 허위로 판명 난 사실은 기계적 중립이나 균형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걸러내고 비판조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출연자들은 MBC나 JTBC의 해당 보도를 '5.18 망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의견을 개진한 좋은 사례라 소개했다.
 
이어 패널들은 '망언 3인방'의 '유공자 명단 공개' 주장 역시 여지없이 반박했다. 이에 관한 팩트체크는 물론이요, 지만원씨를 비롯해 5.18 유공자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이들의 멘탈에 대한 비판 역시 곁들여졌다. 특히 정 교수는 "비열하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이 어쩜 이렇게 비열할까. 예전에 세월호 때도 이른바 시체 장사한다, 보상금 장사한다 그러고, 그 다음에 단원고 졸업생들 대학에 공짜로 들어가게 해준다라든가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함으로써 사람들을 자극했고. 실제로 그 때 일베 회원들이 무슨 폭식투쟁 벌이고 막 이랬잖아요.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게 저는 너무나 불행합니다."
 

한편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조선일보> 비판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었다. '김대중 칼럼'으로 유명한 김대중 논설위원의 과거 르포 기사를 포함, 과거 군부독재 '용비어천가'에 가까웠던 <조선일보>의 5.18 관련 보도까지 되짚은 것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과거 상은 최근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연속 보도한 '박수환 문자' 건으로 이어졌다.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 KBS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상파로는 이례적으로 '로비스트'인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의 문자를 통해 드러난 기업과 언론사 간의 기사 거래 정황을 세세하게 정리했다. 진행자 최욱이 "오늘도 어쩌다 보니까 조선일보 특집이 되어버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앞서 <뉴스타파>가 지난 1월 말부터 연속 보도한 '박수환 문자' 사건은 지상파와 일간지가 철저히 외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출연자인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이런 촌평을 내놨다.
 
"저희가 이번 취재를 하면서 금품을 받았던 기자, 딸 인사 청탁을 한 기자, 그리고 기사 거래를 한 기자들, 어떤 기자들도 막론하고 똑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뭐라 그러냐면 '취재원을 사귀고 취재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라는 걸 이해해 달라'라는 거예요. 그리고 '너도 기자니까 너도 그런 게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사실 취재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까지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재를 하고 취재원을 만나 관계를 맺지 않아도 훨씬 더 좋은 기사를, 그리고 훨씬 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당신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제가 꼭 하고 싶었고, 저희가 그 내용도 기사에 지금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의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방송 녹화일이 언론계 안팎에서 한참 비판이 쏟아지던 시기와 겹쳤지만, 이미 준비한 아이템을 소화하기에도 바빴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3일 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계량화 할 수 있는지 본질적인 의문에서부터, 개별 사안의 경중이나 바뀐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 균형성만을 따지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평가인지, 저널리즘의 본령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조선일보>의 해당 시리즈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관련 보고서를 비판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건강한 방송에 불공정 프레임을 뒤집어씌울 게 아니라 조선일보 자신이 공정한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같은 날 논평을 낸 한국PD연합회가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와 <조선일보>를 향해 쏟아낸 일침이다. 과연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 어마어마한 소재를 그냥 지나칠지, 아니면 2주에 걸쳐 '조선일보 저격'에 '올인'할지, 오는 24일 방송될 <저널리즘 토크쇼 J> 33회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저널리즘토크쇼J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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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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