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앵커가 평일 오후 2시 MBC에서 방송되는 <뉴스외전>의 진행을 맡은 지 100일을 맞았다. '정치 와호장룡', '경제 오아시스', '이슈 완전정복'이란 코너로 구성되는 <뉴스 외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출연해 앵커와 대담을 나누는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이다.

<뉴스 외전>의 특징은 앵커를 맡은 이가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기자 출신 여성 앵커들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여성 앵커들 중에는 아나운서 출신들이 많다. 진행을 맡은 뒤 100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김 앵커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기자에서 갑자기 앵커로... 처음엔 벌판에 던져진 느낌이었죠"
 
 김혜성 MBC <뉴스외전> 앵커

김혜성 MBC <뉴스외전> 앵커ⓒ 이영광

 
- <뉴스외전>을 시작한 지 100일 즈음 되었잖아요. 처음 앵커를 맡은 걸로 아는데,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어요?
"정신없었죠. 제가 해보던 일이 아니고, 이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저보다도 훨씬 더 (많이) 그 역할에 맞게 발성이나 화법 등 여러 기술적 훈련을 해 온 분들이 계시잖아요. 우연한 기회에 여러 가지 회사 사정 등이 겹치면서 앵커를 하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 앵커의 세계가 참 깊고 넓더라고요.

제가 취재 현장에서 몇 년 동안 떨어져 있어서 처음 (앵커로) 오게 됐을 때는 아쉬움이 좀 컸어요. 우리나라 방송기자의 경우 필드에 나가 취재할 수 있는 기간에 아직까지 한계가 있어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할 수 없는 구조예요. 저도 이제 곧 취재를 할 수 없는 경계선 근처에 가게 되고요. 지난해 8월, 6년 만에 보도국에 복귀해서 열심히 다시 해보려고 노력했어요(김혜성 앵커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고 2015년에는 노조 홍보국장 등을 맡으면서 보도국을 떠나 있었다 - 기자 말 ). 그 기간 박소희 기자를 비롯한 정치팀의 사립유치원 비리 보도가 있었잖아요. 그때 제가 교육 쪽 담당이었기 때문에 힘을 합쳐 그 보도가 좋게 나갈 수 있도록 여기저기 뛰어다녔어요. 그런데 갑자기 필드를 떠나게 되니까 처음엔 많이 속상했어요."

- 취재에 대한 아쉬움이 있나요?
"당연히 있죠. 언제든지 다시 취재하고 싶은 분야에 가서 취재할 수 있다면 정말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방송뉴스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제 조금씩 바뀔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처럼 갓 입사한 신입 기자들 위주로만 현장 다니는 게 아니라, 미국처럼 오랫동안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아요."

- 처음 앵커 제의가 왔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낮 2시가 많은 사람이 TV 앞에 앉아있을 시간대는 아니잖아요. 정말 한정된 시청자층이 있는 시간대고, (<뉴스 외전>은) 뉴스 포맷 자체도 처음으로 시도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도 기자로 일할 때 완결된 형태의 리포트를 주로 만들었어요. 기자가 뉴스에 출연해서 앵커에게 설명하는 방식도 그땐 흔하지 않았어요. 그런 것도 거의 해본 적 없는 사람이 갑자기 앵커로 생방송을 진행하라니... 처음엔 벌판에 던져진 느낌이었죠.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리허설하고 곧바로 투입됐는데 그땐 많이 긴장됐죠."

- 첫 방송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성장경 앵커와 제가 나란히 서서 주요뉴스를 얘기하고 시작하는데, 첫 멘트로 성 앵커가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하면 제가 '11월 5일 <뉴스외전>입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리허설 때 수십 번 연습하고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첫 방송 때 뉴스 타이틀이 도는데 갑자기 너무 떨리는 거예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이러다 여기서 쿵 쓰러지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달달 떨며 그 문장을 했습니다. 다행히 보신 분들은 '잘 모르겠더라'라고 하더라고요. 첫 문장을 그렇게 떨며 하고 났더니 진정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프로그램은 요일마다 정해진 패널이 있어요. 그날은 박연미 경제 평론가가 나오셨는데, 너무 편하게 저를 리드해 주셔서 급속도로 안정돼 쓰러지지 않고 무사히 뉴스를 끝낼 수 있었어요."

연예인 가족 채무 사건 다루면서 '빚투' 용어 쓰지 않은 이유

-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희 뉴스가 낮 2시 방송인데 상당히 애매한 시간이에요.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건은 소화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일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되고 중요한 발표라든지 회견도 12시 2시, 3시인 경우가 많아서 당일 뉴스를 소화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날 오후와 저녁 때 벌어진 일을 심층적으로 다룬다는 생각으로 임하는데, 사건이 발생하는 사이클과 동떨어진 시간대에 뉴스를 준비하다보니 힘이 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 주로 <경제 오아시스> 코너를 진행하시는 것 같던데, 대담이잖아요. 더구나 경제 문제를 다루는 코너고요. 관련해서 공부는 어떻게 하세요?
"고백하자면 경·알·못(경제 알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제가 경제부 출입은 했지만 오래 있지 못했어요. 특히 금융 쪽은 출입해본 적이 전혀 없어서 그 부분이 정말 걱정됐어요. 그러나 나와 주시는 패널분들이 베테랑들이세요. 저는 그분들에게 매일 1대1 경제 과외를 받는 느낌이에요. 뉴스를 하며 배워요."
 
 MBC <뉴스외전>을 진행 중인 김혜성 앵커(왼쪽)의 모습.

MBC <뉴스외전>을 진행 중인 김혜성 앵커(왼쪽)의 모습.ⓒ MBC

 
- 그래도 사안을 알아야 물어보잖아요. 아무리 인터뷰이가 훌륭한 분이라도 그걸 끌어내는 건 앵커죠.
"맞아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질문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제가 기자 생활 18년 정도 해 왔잖아요.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매일매일 새로운 이슈가 던져지면 최대한 빨리 이해하고 파악하고 소화해서 남에게 전달해 주는 거잖아요. 한동안 쉬긴 했지만 그걸 해온 경력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걸 최대한 발휘하는 거죠.

또, 제가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저희 프로그램에는 있어요. 제목도 <뉴스외전>이다 보니, 모든 뉴스를 다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뉴스를 누가 정해주지도 않아요. 저희 제작진과 기자들, 앵커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방점을 찍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평소 관심 있는 주제 위주로 선정하다 보면 그런 부분은 해결되는 것 같아요."

- 보도할 아이템은 주로 어떻게 정하나요?
"<뉴스외전>은 크게 정치, 경제, 사회 세 가지 코너로 나뉘는데, 각각 초안을 써주는 기자나 작가들이 있거든요. 같이 상의를 하고, 데스크와 팀장 모두 상의해서 주제를 잡죠. 오전부터 톡방에 뭘 할지 아이템이 올라와요. 물론 하루 전날 올릴 때도 있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고 그 중에서 느낌이 오는 것으로 결정해요.

지금 (다른 방송사에도) 낮 시간대 뉴스가 많잖아요. 대부분 토크 위주로 돼 있고 자잘한 사건들을 많이 다뤄요. 또 말초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뉴스들이 이 시간대에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저희 제작진 사이에는 그런 걸 지양하자는 공감대가 있어요. 낮 시간대 뉴스지만 '사람들이 알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것보다는 알아야 할 걸 선택하고 싶어요.

그리고 작은 시도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연예인들이 부모 채무에 시달리는 걸 의미하는 '빚투'라는 용어를 (언론들이) 썼고 상당히 많이 다뤄졌어요. 물론 저희도 그 이슈를 다루기는 했지만 '빚투'라는 용어를 안 썼어요. 왜냐면 '미투'라는 용어를 희화화하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뉴스를 정제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는 거죠."

- 성장경 앵커와 호흡은 어떠세요?
"성 앵커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너무 좋습니다(웃음). 성 앵커는 편안하시고, 제가 성격상 안달복달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대범하지 못하고 '이거 잘못하면 어쩌나' 등 스스로를 괴롭히는 측면이 있는데 성 선배를 뵈면 너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아요.

보시는 분들도 저와 성 선배 케미(?)가 맞고 화면에 둘이 나올 때 좋은 것 같다는 말씀해 주셔서 저는 만족해요. 하나 아쉬운 건, 코너가 나눠져 있다 보니 저와 성 선배가 동시에 나올 때가 많지 않아요. 시작과 끝부분만인데 앞으로 형식의 변화를 줄 때가 오면 그런 걸 늘리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어요."
 
 MBC <뉴스외전>을 진행 중인 성장경 앵커와 김혜성 앵커의 모습.

MBC <뉴스외전>을 진행 중인 성장경 앵커와 김혜성 앵커의 모습.ⓒ MBC

 
- 최근 '뉴스들이 종편화 되어간다'는 견해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종편식 뉴스라면 지상파 뉴스가 기존에 오랫동안 해 왔던, 정제된 뉴스를 리포트 위주로 하는 게 아니라 패널이 나와 길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말하죠. 종편식 뉴스가 꼭 나쁜 것이냐 하면,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요.

종편식 뉴스라는 건 새로운 형식이 된 것이고, 그러면 그 안에 뭘 채울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죠. 그런 면에서 JTBC <뉴스룸> 같은 경우 그 안에 (내용을) 잘 채웠기 때문에 인정받는 거고 아무리 좋은 형식이라도 안에 내용이 안 좋으면 인정 못 받죠. 예를 들어 지난 기간 동안 MBC에서 잘못된 뉴스가 나간 시기가 있었잖아요. 그때 MBC 뉴스 형식이 종편식이었나요? 아니지만 그 안에 뭐로 채워지냐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거죠."

- 동 시간대 다른 방송사도 비슷한 포맷의 뉴스를 진행하잖아요. <뉴스외전>만의 특색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제목이 '뉴스외전'이잖아요. <뉴스데스크>가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저희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처럼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뉴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걸 다루려고 많이 노력하고, <뉴스외전>이기 때문에 저희가 원하는 뉴스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제(11일) 같은 경우 뭘 했냐면,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박수환 문자'를 취재기자가 나와서 상세히 풀어 설명했어요. 예전엔 파리 패션쇼를 다루면서 불황인 시기에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는 명품 시장 트렌드를 짚어본 적도 있거든요. 이런 건 메인 뉴스에선 하기 힘든 것들이죠. 말하자면 메인 디쉬는 아니지만, 영양가 높고 맛있게 요리된 에피타이저나 디저트를 차린다는 마음이에요."

하루하루 묵묵히 쌓아가는 프로그램-앵커로 기억되길

- 앵커 멘트를 쓰실 때 중점 두시는 부분이 있나요?
"일단 제 입에 잘 맞아야 하고 사람들이 '이 뉴스를 듣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러나 아직 진행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앵커 멘트 고민해서 쓸 여력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클로징 멘트도 간단하게 '마치겠습니다'라고 끝내는데,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물리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활용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방송 멘트 쓰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방송 뉴스 리포트 1분 20초면 문장 4개 인터뷰 두 개로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대한 뉴스 속에 기삿거리를 고르고 고르죠. 또 그 안에 취재해보면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중 압축하고 압축해 정수만 남겨서 담는다고 생각하면 방송뉴스 문장 짧게 쓰는 게 시 쓰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방송 뉴스 리포트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노력해 왔고요.

앵커멘트는 더더욱 그렇겠죠. 제가 한 시간 얘기할 수 없잖아요. 그 분량을 10분으로 줄이고 5분으로 줄이고 1분으로 줄여서 이렇게 말했을 때 한 시간 분량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던져주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그런 작업이 잘 될 때 가장 보람 느낄 수 있죠."

- 앵커로서 특별한 목표가 있나요? 만약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누가 되지 않는 거예요(웃음). 이건 소극적인 목표고, 적극적 목표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 삶의 목표 자체가 사실은 다 행복하려고 사는 거잖아요. 이 사회가 너무 행복해서 흥이 넘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살 만하고 좋다는 걸 느끼며 살 수 있었으면 하고, 공공의 행복 지수를 하나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 마음으로 기자도 했던 것이고 앵커로도 그건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김혜성 MBC <뉴스외전> 앵커

김혜성 MBC <뉴스외전> 앵커ⓒ 이영광

 
- 시청자들에게 어떤 앵커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아직 거기까진 거창하고, 지금 제일 마음 아픈 건 MBC 뉴스가 그간 부진했던 그림자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잖아요. 구성원들도 열심히 취재하는데도 의기소침해지는 면이 있어요. MBC 뉴스가 그림자를 떨치고 시청자에게 다가가길 바라고요. 시청자분들께서도 기존에 가졌던 MBC 뉴스에 대한 이미지를 벗고 한 번쯤 봐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저희 <뉴스외전> 같은 뉴스를 타 방송에선 2013년부터 해왔어요. 저희는 작년부터 했어요. 아무리 공들여서 아이템 선정하고 잘해보자고 역량을 쏟아 부어도 반응이 바로 안 올 때가 많아요. 그럴 땐 힘이 빠지죠.

그러나 뉴스 채널은 한번 고정되면 돌아가기 힘든 측면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도움 되는 뉴스를 묵묵히 만들면서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시청자가 MBC로 돌렸을 때 'MBC에서 이런 걸 하네?' 하고 다음에도 우연히 봤는데 '볼 만하네?' 이런 게 쌓이면 뉴스 신뢰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그러다 보면 떠나간 시청자도 결국 돌아오지 않을까 해요. 하루 하루 묵묵히 쌓아가는 프로그램으로 <뉴스외전>이 기억되면 좋겠고, 그런 뉴스 진행자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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