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23.779%,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 마지막회 시청률이다. '히트메이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2016) 16회가 20.5%, <미스터 션샤인>(2017) 24회가 18.129%였으니 < SKY 캐슬 >이 얼마나 인기였는지 알 수 있다(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더구나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종편채널 JTBC에서 < SKY 캐슬 >이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면서, 과연 그 후광을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에 당연히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간 주말드라마 시장은 KBS와 MBC가 양분해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에 방송되는 KBS2TV 주말드라마는 대부분 시청률 강자로 등극했고, 밤 10시 타임은 전통의 MBC 주말드라마가 거의 독차지 했었다. 무엇을 해도 주말 드라마 시장을 넘보지 못했던 SBS가 최근 토일로 나뉘어져 있던 주말 드라마를 토요일 2시간 연방으로 편성 변경을 시도하며 아성에 도전하였지만, 똑같이 토-일로 편성을 바꾼 전통의 MBC를 이겨내진 못했다.
지상파 주말 드라마의 위기는 최근 들어 도드라진다. tvN이 주말 드라마를 9시대에 편성하기 시작하면서 주말 드라마 양대 산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tvN의 주말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 OCN이 장르물로 찾아오니 시청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 등 스타급 배우와 스타급 제작진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공중파 주말 드라마의 아성을 위협했고 <터널>, <라이프 온 마스> 등이 장르물의 지평을 넓혀갔다.
< SKY 캐슬 >이 밝힌 금요일 밤, 그리고
JTBC는 2014년부터 금토드라마를 방영해왔다. 사실 그동안 금요일 11시 시간대는 '예능'들이 독차지하던 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고, 결국 < SKY 캐슬 >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금토드라마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SBS가 첫 금토드라마인 김남길 주연의 <열혈사제>를 편성했고, 1~2회 방송분이 10%대 시청률을 나타내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이게 끝이 아니다. TV조선이 2018년 초 방영되었던 <대군> 이후 10개월여 만에 <바벨>로 주말 시청률 전쟁에 참여했다. <바벨>은 달궈진 핫플레이스에 도전장을 내민 처지가 되었다. 그런 <바벨>이 내놓은 비장의 무기는 19금. 대중적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19금을 통해 < SKY 캐슬 > 등을 통해 드러난 성인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단 포부다.
그렇다면 과연 < SKY 캐슬 >의 빈 자리는 누가 채우고 있을까? 아직 이렇다할 승자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아니 가장 유력한 승자는 '예능'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스테디셀러인 <나혼자 산다>와 지난 주 방송분에서 정우성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전지적 참견 시점>이 각각 13.3%, 14.3%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 SKY 캐슬 >의 후속작인 <리갈 하이>는 원작의 개성적인 구성을 기대하던 원작팬들은 물론, < SKY 캐슬 > 때문에 JTBC에 채널을 고정했던 시청자들마저 놓치며 시청률이 2.497%까지 내려앉았다.
금요일 단 하루 방영되는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7>은 전업맘에서 이제 직장으로 돌아간 영애씨와 새로운 사장으로 등장한 정보석, 그리고 기존의 라미란 등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1,2회 모두 2.6%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틱 장르 드라마로 화제성을 모았던 OCN의 <트랩>은 이서진, 성동일 등 쟁쟁한 출연진에, 재방에 이은 연방, 거기에 11시 50분까지 편성된 시간을 넘긴 방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전작인 <프리스트>보다는 낫지만, 아직은 <터널>이나, <라이프 온 마스>만큼의 큰 화제는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19금 성인 드라마를 표방했던 <바벨>은 '격정 멜로'라 표방했던 차우혁과 한정원의 멜로가 '신파적 순애보'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박시후, 김해숙, 송재희, 장신영 등 거산가를 둘러싼 관계의 긴장감이 외려 15금 이후 살아나며 7회 3%의 고지를 탈환했다.
불금에서부터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 11시까지 꽉 채운 드라마들. 공중파에서, 케이블, 거기에 종편까지 합류하며 이젠 어느 요일이라 구분할 것도 없이 격전지가 되어버린 TV 채널들이 시청자들의 밤을 밝힌다. 실시간 시청률까지 낱낱이 드러나는 편성의 전쟁에서 결국 살아남는 건, <스카이 캐슬>에서 보여지듯이 재밌게 잘 만든 드라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