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전서 '결승 골 폭발' 손흥민의 세리머니 손흥민(토트넘, 왼쪽)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서 팀의 첫 골을 넣은 뒤 양팔을 펼치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후반 2분 결승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토트넘, 왼쪽)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서 팀의 첫 골을 넣은 뒤 양팔을 펼치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7년 전 여름, 실내 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를 당했다. 텔레비전에서 중계 중인 축구 경기를 보다 그만 '덕통사고(갑작스럽게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기자 주)'를 당하고 만 것이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예고 없는 미소에 치였고, 나는 7년째 '손흥민'에 미쳐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내가 손흥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친구는 없었다. 손흥민에 대한 작은 뉴스만 떠도 친구들의 연락이 오곤 했다. '덕질' 2년 차였던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손흥민의 서울 경기를 쫓아다니기 바쁜 나날이었다.

축구 선수의 '덕질'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연예인들처럼 사진, 영상과 같은 '떡밥'이 많지 않고 공식적으로 선수를 볼 기회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직접 손흥민 플래카드를 만드는 것부터,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거금을 들여 선수가 가장 잘 보이는 1등석에 앉아 손흥민의 사진을 찍었다. 손흥민이 나오는 신문은 모두 사서 스크랩 했다. 잡지에 한 면이라도 손흥민 사진이 나오면 주저하지 않고 잡지를 샀다. 그 때 받은 부록 포스터들은 아직도 내 방 벽에 잘 붙어 있다.
 
 2014년에 만들었던 손흥민 선수의 플래카드를 들고 다시 찾은 2018년 월드컵 경기장

2014년에 만들었던 손흥민 선수의 플래카드를 들고 다시 찾은 2018년 월드컵 경기장ⓒ 안해인


처음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손흥민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점점 손흥민 선수에 대해 파고 들기 시작했다. 점점 손흥민 소속팀 경기로 영역을 넓혔다. 손흥민 선수가 소속되어있는 팀은 당연히 '우리 팀'이 되었다. 프리미어리그가 뭔지도 잘 몰랐던 나는, 손흥민이 뛰고 있다는 이유로 독일 리그인 분데스리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아가 손흥민 선수가 2013년 소속된 팀이었던 레버쿠젠04를 응원하게 됐다.

레버쿠젠 주축 선수들을 외우고 분데스리가에 익숙해질 즈음,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이 돌았다. 팀에 애정도 붙었고, 무엇보다 독일어를 잘하며 주전으로 충분히 활약하는 손 선수가 이적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2015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 중 하나인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나의 지나친 걱정과 다르게, 손 선수는 영국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손흥민은 토트넘 5년 차 선수가 됐고 여전히 눈부시게 뛰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분데스리가보다 치열했으며 속도가 빨라 경기에 더 빨리 빠져들었다.

손흥민 하이라이트 영상, 손흥민 선발 경기만 보던 초창기와는 다르게 이제는 새벽에도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토트넘의 선수들, 그리고 팀에 큰 애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 여름, 영국 여행을 갔을 때는 토트넘 화이트레인 구장에도 다녀왔다. 왕복 3시간 거리를 이겨내고 손흥민의 유니폼을 사겠다는 의지 하나로 방문했다. 구입한 유니폼에 손흥민 번호와 이름을 새기는 순간, 왕복 3시간의 피로는 사라졌다. 이제까지 내가 썼던 10만 원 중 가장 고민 없이 지른 10만 원이었다.
 
 토트넘 7번, 손흥민의 유니폼. 2018년 여름, 더운 날씨도 이겨내고 직접 영국에 가서 유니폼을 사왔다.

토트넘 7번, 손흥민의 유니폼. 2018년 여름, 더운 날씨도 이겨내고 직접 영국에 가서 유니폼을 사왔다.ⓒ 안해인

 
구장을 직접 가보고, 경기를 즐겨 보고 선수를 알아가는 게 흥미롭지만 확장된 덕질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손흥민만을 좋아했을 때는 경기 결과와 팀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애정의 범위가 토트넘까지 확장되면서 팀 순위가 떨어지면 분노하게 됐다. 현재 토트넘의 핵심 DESK 라인(델리 알리, 에릭센, 손흥민, 해리케인)의 부상 및 재계약 문제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덕질'의 어두운 면이다.

쉴 새 없이 나가는 돈, 새벽에 겨우 깨서 봐야 하는 경기들, 다음 날 따라오는 피로, 팀과 선수가 부진할 때마다 오는 스트레스. 이 모든 것들은 손흥민의 발재간, 미소, 눈물 같은 것들로 잊힌다.

사실 '덕질'은 반 정도 미쳐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금 성장해서 현실을 깨달았지만, 현실감 없던 시절에는 손흥민과 결혼하는 게 인생 목표였을 정도다. 손흥민이 사는 곳이 궁금해 독일에 가고 싶었고, 그래서 직접 돈을 모아 처음 간 곳이 독일이었다. 말 한 마디라도 나눠보는 게, 많이 소박해진 평생 소원이다. 앞으로 기자가 되고 싶은데, 그 숨겨진 이유가 손흥민을 만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손흥민은 국가대표 주전 선수도,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선수도 아니었다. 그저 떠오르는 유망주,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였다. 손흥민의 강력한 미소 한 방에 '축구 문외한'이었던 내 취미가 축구 관람이 되었다. 무언가에 열정을 쏟으며 행복할 수 있었다.

7년 동안 손흥민은 대표팀 주장의 완장을 찬 국가대표 중심이 되었고 토트넘 핵심 플레이어가 됐다. 나 역시 TV로만 경기를 보던 고등학생에서 영국 구장까지 찾아가는 진짜 '덕후'로 성장했다. 언젠가는 기자로서 더 가까이 손흥민 선수에 다가가 덕후도 계를 탄다는 걸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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