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포스터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바꾸고 싶어한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면', '누군가와 싸우지 않았다면' 등과 같은 무수한 가정을 통해 그 당시 벌어졌던 상황들을 수없이 복기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슬퍼하고, 후회한다.

과거의 일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일에 집착하며 우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택해 한 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살짝 비튼 설정으로 돌아온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전편인 <해피 데스데이>(2017)는 개봉 전까지 큰 기대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개봉 후엔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트리(제시카 로테)는 계속 반복되는 특정한 하루에 갇힌다.

사실 하루가 반복된다는 설정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썼던 아이디어다. <사랑의 블랙홀>(1993)을 시작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 7번째 내가 죽던 날 >(2017) 같은 영화들이 동일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들은 초기의 아이디어를 살짝 비틀어 흥미롭게 변주된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설정을 공포 버전으로 바꾼 것이 <해피 데스데이>였다. 전편이 자유분방한 퀸카 트리가 진짜 친구를 찾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후속편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고민하는 트리의 모습을 담았다. 전편이 흥미로웠던 것은 일종의 코믹버전으로 하루를 조금씩 바꿔 매번 죽음을 당하는 트리를 중심으로 트리 주변의 카터(이스라엘 브루사드), 로리(루비 모딘), 라이언(피 부) 등 친구들과의 관계를 하나씩 심층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의 기본 방향은 살인자를 찾아 반복되는 하루를 끊어내는 것이지만, 실제로 영화에는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청춘드라마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관계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뒷맛이 있었다.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장면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해피 데스데이 2 유>에서는 전편을 다시 변주하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평행우주 설정을 끌어들여 트리를 다른 시공간으로 옮겨 놓고, 다른 상황을 만든다. 그 곳에는 죽은 엄마가 살아있고, 남자친구에게는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 등장인물은 같지만 전혀 다른 관계를 갖고 있어 이어질 전개를 예측하기 힘들다. 이 상황 자체는 과거에 이미 죽은 엄마를 그리워한 트리에게 완벽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죽었던 엄마가 가게로 걸어들어온 그 순간 트리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놀람이 가득하다.

주인공 트리가 처한 고민과 현실을 기발한 설정에 담다

사실 누구라도 주인공 트리의 상황이라면 자기가 그렇게도 원했던 더 나은 과거가 있는 삶을 꿈꿀 것이다. 내 힘으로 돌릴 수 없는 과거가 바로잡힌 세계가 있다면 그곳에 머무르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의문이 든다. 그것이 과연 내가 원하던 그 과거일까.

똑같은 날이지만, 그것이 원하던 그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이 없다. 나는 그저 내가 살던 세상의 경험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주변사람들이 말하는 과거의 이야기는 겪지 않았고,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버무리거나 모른 척하는 어색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결국 그 과거는 내 과거가 아니기 때문에 선뜻 미래를 향해 한 걸음을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망설임은 길어지고,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트리는 진정으로 바라던 과거를 찾았지만 그 속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스킨십을 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의사와 바람 피우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세상에 대한 이질감이 커진다. 이런 상황들을 통해 영화는 다른 세상 속에서 트리가 겪는 이질감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장면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사실은 트리와 다른 사람 간의 대화를 통 해서 많은 부분 전달된다. 아주 기발하고 황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가 후반부에 더욱 힘을 주는 건 드라마다. 극 중 트리는 죽었던 엄마를 만나고 둘이 마주 앉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한다.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 가장 친한 친구의 눈을 보고 진심을 담아 좋은 선택을 위한 충고를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트리가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경험이다. 결국 트리가 실제로 처음으로 가슴 깊숙히 묻어놓았던 자신의 생각을 색다른 설정을 통해 그들에게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가 마음 끄는 이유, 결국 사람 간의 관계가 만드는 드라마

트리가 엄마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엄마로부터 앞으로 나아가라는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꽤나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고민하던 트리는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길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결국 트리는 자신의 마음을 결정하고 그것에 맞춰 친구들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벌어지는 난장은 꽤 긴장감 있고 흥미로운데, 특히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킬러의 정체를 밝히며 박진감 있게 결말로 달려간다.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장면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트리의 선택이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관객은 알 수 없다.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미래 중 어떤 것을 택할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사실 여기에 정답이 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을 하면서 우리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같이 보게 된다. 그 관계를 통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매일 트리가 영화 속에 처한 상황에서 매번 과거 혹은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영화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앞부분에서는 전편의 변주를 통해 코믹한 상황을 연달아 보여주고, 중반에는 묵직한 드라마를 배치해 주인공 트리의 관계에 다시 집중한다. 그리고 영화 후반에는 다시 공포 장르로 돌아와 마무리한다. 공포, 코믹, SF,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이 영화는 온갖 아이디어가 매우 효율적으로 믹스되어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다음 장면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주인공 트리 역할의 제시카 로테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제시카 로테는 트리를 연기하며 황당해 하는 표정, 소리치고 짜증내는 표정, 무서워하는 표정, 슬픔이 가득한 표정 등 다양한 연기로 톡톡 튀는 매력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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