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UFC 라이트급 파이터 도널드 세로니는 거의 모든 격투 팬들에게 사랑받는, 안티가 없는 파이터로 유명하다. 세로니는 WEC 시절부터 총 4번이나 타이틀전을 치를 만큼 타격과 그라운드 능력을 두루 갖춘 수준 높은 파이터다. 또한 그 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보너스만 무려 19번이나 받았을 정도로 화끈한 경기로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격투 팬들이 세로니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세로니는 부상이나 약물 징계, 개인사 등을 이유로 공백기를 가지는 다른 파이터들과 달리 상대를 가리지 않고 옥타곤에 오르는 파이터로 유명하다. 실제로 세로니는 UFC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2010년9월부터 지난 1월까지 8년 4개월 동안 무려 30경기를 소화했다. 평균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른 셈이다.

세로니처럼 옥타곤을 집처럼 생각하는 부지런한 파이터가 있는 반면에 세 번의 생일이 지나도록 한 번도 옥타곤에 오르지 못한 파이터도 있다. 바로 전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스(이하 케인)가 그 주인공이다. 케인은 2016년 7월 이후 2년 7개월 동안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격투 팬들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격투 팬들은 '건강한 케인'이 얼마나 상대를 압도해 왔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도스 산토스와의 오랜 라이벌 구도 끝내고 헤비급 평정

대학 시절 2년 연속 북미 대학 레슬링 리그 올스타(올 아메리칸)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갖춘 케인은 종합격투기 데뷔 후 2경기 만에 UFC에 진출했다. 케인은 UFC에 데뷔하자마자 브래드 모리스와 제이크 오브라이언, 데니스 스토이니치를 3연속 KO로 제압하며 헤비급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케인의 승승장구가 이어지자 UFC에서는 많은 유망주에게 UFC의 높은 수준을 깨닫게 해준 헤비급의 '수문장' 칙 콩고를 붙였다. 케인은 콩고와의 경기에서 2번이나 다운을 당할 정도로 크게 고전했지만 레슬링의 절대적인 우위를 앞세워 콩고를 그라운드로 끌고 들어가 판정승을 끌어냈다. 콩고라는 고비를 넘긴 케인은 벤 로스웰과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KO로 꺾고 단숨에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케인은 2010년 10월 브록 레스너와의 타이틀전에서 초반 치열한 레슬링 공방을 펼쳤지만 1라운드 중반 타격에서 레스너를 압도하며 4분 12초 만에 KO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벨트를 차지한 후 어깨 부상으로 1년 공백을 가진 케인은 주니어 도스 산토스와의 1차 방어전에서 산토스의 오른손 훅 한 방에 그대로 침몰했다. 한동안 적수가 없을 거라던 무패의 챔피언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첫 패배 후 와신상담한 케인은 더욱 완벽한 파이터로 돌아왔다. 복귀전에서 안토니오 실바를 1라운드 KO로 꺾은 케인은 2012년 12월 도스 산토스와의 2차전에서 끊임없는 전진 스텝과 레슬링 압박으로 도스 산토스에게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뒀다. 챔피언을 탈환한 케인은 1차 방어전에서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꺾고 타이틀 도전권을 따낸 실바와의 2차전에서 81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당시 UFC 헤비급은 케인과 도스 산토스의 양강 구도가 오랜 기간 고착된 상황이었고 1승 1패를 주고받았던 두 선수는 2013년 10월 3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두 선수의 3차전은 케인이 얼마나 압도적인 챔피언인지 확인한 경기였다. 케인은 5라운드 3분 9초 만에 도스 산토스를 KO로 꺾는 동안 도스 산토스에게 무려 200대에 가까운 정타를 적중시켰다. 경기를 일찍 멈추지 않은 주심이 원망스럽게 보일 만큼 일방적인 경기였다.

부상을 달고 사는 '사이버 파이터', 31개월 만에 옥타곤 복귀

도스 산토스와의 길었던 라이벌 관계를 두 번의 압승으로 끝낸 케인은 다시 부상으로 1년 넘게 공백기를 가졌다. 그 사이 파브리시우 베우둠이 마크 헌트를 KO로 제압하고 잠정 챔피언에 등극했고 케인과 베우둠은 2015년 6월 통합 타이틀전을 치렀다. 모두가 케인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베우둠의 서브미션 승리였다. 베우둠의 주짓수를 지나치게 경계한 케인이 장기인 접근전과 레슬링 압박을 마음껏 시도하지 못하다가 당한 패배였다.

또다시 타이틀을 빼앗긴 케인은 2016년 2월 배우둠과의 재대결이 결정됐지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케인은 부상 복귀 후 2016년 7월 UFC200에서 론다 로우지의 남편으로 유명한 트래비스 브라운을 1라운드 KO로 꺾고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브라운전 이후 등 부상을 당한 케인은 또다시 깊은 재활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베우둠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후에도 헤비급의 진정한 최강자는 케인이라고 믿었던 격투 팬들도 공백이 점점 길어지자 케인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파이터라도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이버 파이터'의 길을 걷는 듯했던 케인이 드디어 오는 18일(한국 시각) 복귀전을 치른다. 상대는 헤비급 랭킹 3위 프랜시스 은가누다(케인은 오랜 공백으로 인해 공식 랭킹에서 제외됐다).

은가누는 지난 2015년 UFC 진출 후 6연속 피니쉬 승리를 거뒀던 카메룬 출신의 타격가다. 비록 스티페 미오치치와 데릭 루이스에게 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꺾였지만 작년 11월 커티스 블레이즈를 KO로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펀치의 파워만 보면 케인에게 유일한 KO패를 안겼던 도스 산토스의 상위 버전이라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경기 패턴이 단순해 케인이 전성기 시절의 접급전을 펼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케인의 체육관 동료이기도 한 현 UFC 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는 자신이 은퇴한 후에 자신의 벨트가 케인에게 인수인계(?)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코미어는 과거 스트라이크포스에서 UFC로 넘어온 후 친구인 케인과 싸울 수 없다며 라이트 헤비급으로 체급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코미어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케인이 은가누를 넘어 여전히 '챔피언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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