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로그램 '킬빌'

MBC 프로그램 '킬빌' ⓒ MBC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팔로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방송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프로그램의 작법이 성공하면, 그 작법을 따라 하는 작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독특한 경향이 있다면, 이제 공중파 프로그램이 케이블 프로그램을 따라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엠넷에서 <프로듀스 101>, <프로듀스 101 시즌 2>, <프로듀스 48>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고, 지상파도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BS는 <더 유닛>을, MBC는 <언더 나인틴>을 만들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무엇으로 차별화하는가?
 
지난 1월 31일부터 첫방송된 MBC < Target : Billboard - KILL BILL >(아래 '킬빌')에서도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 힙합 서바이벌을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엠넷 <쇼미더머니>의 그림자로부터 전혀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매주 관객들 앞에서 인기 랩퍼들이 경연을 펼친다. 가장 낮은 표를 받은 랩퍼는 '이 곳을 떠나셔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퇴장한다.
 
'빌보드를 노린다'는 목표만 놓고 보면 신선하다. 그러나 출연진에 있어서 신선함이 없다. 첫 경연에서 탈락한 산이를 비롯해, 도끼, 리듬파워, 제시, 치타, YDG, 그리고 비와이 등이 출연한다. 물론 출연자들이 모두 공연에 있어 베테랑이고, 실력이 탄탄한 랩퍼들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모두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뮤지션들이다.
 
공연에 있어서도 새로움이 없다. 도끼는 'beverly 1lls'를 부르고, 리듬파워는 '호랑나비'와 '요즘것들', 'Red Sun'을 부른다. <쇼미더머니>, 혹은 대학 축제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레퍼토리다. 이 쯤 되면 <킬빌>을 보고 있는 것인지, <쇼미더머니>의 후속편을 보고 있는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YDG(양동근)의 'Father'가 그나마 빛난 정도다.

시청자의 눈은 냉정하다
 

한편,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은 상당 부분 편집에 기인하고 있다. 2019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인데, 2011년에 첫 방송되었던 '나는 가수다'과 비교해 보아도 퇴보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경연 장면에서 이 단점이 두드러진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랩퍼가 랩을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킬빌'에서는 한 곡이 채 완곡으로 담기지 못한다. 옛스러운 자막과 멘트로 노래의 흐름을 끊는다. 예를 들어, 도끼가 아카펠라 랩을 하기 전에 굳이 카운트다운을 세는 자막을 넣는 것을 들 수 있다. 제작진의 과한 개입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식의 편집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프로그램이 다른 힙합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 히트 메이커인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와 슈퍼스타 드레이크(Drake)의 이름이 여러 언론을 통해 거론되었다.

실제로 디제이 칼리드는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킬빌의 우승자는 나와 같이 빌보드를 점령할 것이다'라며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 뮤지션의 이름에 기댄 채 '빌보드를 잡겠다'는 발상만큼 안일한 것도 없다.

칼리드의 이름을 등에 지고 간다고 해서 빌보드 싱글 차트를 주름잡는다는 보장은 없다. 설령 차트에 진입한다고 해도 거기에 어떤 감동이 있는가. 국내 경연에서도 큰 감흥을 주지 못 하는데, 어떻게 빌보드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현재 킬빌의 시청률이 1% 대에 머물고 있다. '역대급 랩 전쟁의 개막'이라는 슬로건을 생각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 어느때보다 채널이 다양화된 시대이며, 늦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것이니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화제성이다. 가장 중요한 힙합 팬들에게 외면받고 있으며, 그렇다고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킬빌'만의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눈은 냉정하다. 시청자들은 고민이 부재한 프로그램에 쉽게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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