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생. 30대를 훌쩍 넘은 나이지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는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미 지금의 업적만으로도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궤로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티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6-0 대승을 이끌었다.

불과 일주일 전 아스널을 상대로도 해트트릭에 성공한 아궤로는 총 17골을 기록, 단숨에 EPL 득점 공동 선두로 등극하며,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E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아궤로는 아르헨티나 명문 인디펜디엔테 출신으로 2006년 18살의 어린 나이에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아틀레티코 팬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페르난도 토레스가 2007년 리버풀로 이적했지만 아궤로는 라 리가에서 19골을 터뜨리며 토레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이후에도 리그 17골, 12골, 20골을 기록하며, 라 리가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아궤로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틀레티코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했다. 지금이야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라 리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당시의 아틀레티코는 우승후보와 거리가 멀었다. 때 마침 큰 손으로 떠오른 맨시티는 2011년 여름 최전방 강화를 위해 아궤로를 영입했다. 아궤로는 거칠고 역동적인 템포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2011-2012시즌 맨시티는 알렉스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쳤다. 맨시티는 최종 라운드에서 강등권에 속한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전에서 이기기만 해도 자력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QPR의 저항에 고전하며 1-2로 리드를 당했고, 우승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때 아궤로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에딘 제코의 극적인 동점골을 시작으로 후반 추가 시간 아궤로가 결승골을 작렬하며 1967-1967시즌 이후 무려 44년 만에 맨시티에 리그 트로피를 안겼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극적인 리그 우승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후에는 순탄대로였다. 비록 잔부상에 시달리며 유리몸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출전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 어디서든 골을 해결한다. EPL에서 현존하는 가장 최고의 골 결정력을 보유한 공격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궤로는 지난 7시즌 가운데 20골 이상을 넣지 못한 것은 겨우 두 차례 뿐이다. 2012-2013시즌 30경기 12골로 다소 부진했지만 2013-2014시즌에는 겨우 23경기에 출전해 17골을 터뜨리며 빼어난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 아궤로, EPL 8시즌 공격포인트 기록
2011-2012시즌: 34경기 23골 10도움
2012-2013시즌: 30경기 12골
2013-2014시즌: 23경기 17골 6도움
2014-2015시즌: 33경기 26골 8도움
2015-2016시즌: 30경기 24골 2도움
2016-2017시즌: 31경기 20골 3도움
2017-2018시즌: 25경기 21골 6도움
2018-2019시즌: 23경기 17골 6도움

 
아궤로는 맨시티에서만 6개의 우승컵(리그 우승 3회, 리그컵 우승 3회)을 들어올렸다. 명실상부한 맨시티 역사상 최고의 선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맨시티 역대 득점 부문 역시 아궤로가 갈아치웠다. 첼시전 해트트릭에 힘입어 리그 160골을 기록, 과거 에릭 브룩, 토미 존슨의 158골을 넘어섰다.

뛰어난 골 결정력과 강팀 킬러의 면모

아궤로가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순도높은 득점력과 강팀에 강하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당 득점률에 있어서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티에리 앙리보다 앞선다.

# 티에리 앙리
- 총 175골
- 122분당 1골
-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3회
- EPL 득점왕 4회
- PFA/FWA 올해의 선수 4회

# 세르히오 아궤로
- 총 160골
- 107분당 1골
- 리그 우승 3회, 리그컵 우승 3회
- EPL 득점왕 1회
- PFA/FWA 올해의 선수 0회


팀 커리어와 경기당 득점률에서는 아궤로가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득점왕 타이틀과 올해의 선수상 경력은 아직 앙리에 미치지 못한다. 앙리는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각각 4회씩 수상했다.

그럼에도 아궤로는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다. 최소 몇 년을 정점에서 활약할 수 있다. 심지어 올 시즌도 절정의 경기력과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아궤로는 올 시즌 리그 23경기에서 17골 6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당 공격포인트가 1개다.

# EPL 올 시즌 득점당 소요시간 순위
세르히오 아궤로 98분
손흥민 123분
모하메드 살라 129분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133분
해리 케인 134분

 
특히 아궤로는 2019년 들어 7경기에서 8골을 몰아쳤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64분당 1골이다. 또, 강팀만 만나면 펄펄 난다. EPL 빅6(맨유,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을 상대로 통산 64경기에서 43골을 터뜨렸다. 무려 116분당 1골이다.

사실 아궤로의 커리어 최대 위기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했을 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다소 정적인 스타일의 아궤로 대신 연계 플레이에 능한 No.9을 원했다.

2017년 1월 브라질 출신의 가브리엘 제주스가 맨시티에 입단한 이후 아궤로는 벤치로 밀려났다. 하지만 아궤로는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면서 과르디올라식 전술에 적응했다. 더 많은 활동량과 부지런한 압박, 볼 간수, 연계플레이 등 모든면에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시키며,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결국 아궤로는 다시 제주스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맨시티는 올 시즌 리버풀의 저항에 잠시 흔들렸다. 지난해 12월에만 리그에서 3패를 당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아궤로는 팀이 어려울 때 해결사로 나타났다. 지난달 4일 가장 큰 고비쳐였던 리버풀전에서 천금의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달 아스널, 첼시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아궤로의 해트트릭이 있었다.

현재 맨시티는 리버풀보다 한 경기를 더 많이 소화했지만 어느덧 승점 동률을 기록, 골 득실 우위로 인해 리그 선두에 올라있다. 리버풀을 압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만약 맨시티가 역전 우승을 차지할 경우 아궤로의 사상 첫 올해의 선수상은 유력하다. 더 나아가 맨시티가 챔피언스리그마저 제패한다면 아궤로는 최정점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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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에로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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